여성 범죄자의 대다수가 폭력에 시달려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법무부가 26일 공개한 '여성범죄자의 특성, 범죄 이유 그리고 재활 가능성'이란 연구용역 보고서(책임연구원 김영희 충북대 교수)에 의하면 학대받는 여성들이 참다못해 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질렀음을 나타내고 있다.
◆ 범죄 유발 동기는 '학대'=조사 대상 중 남편이나 애인을 살해한 여성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부분 학대를 경험한 후 살인까지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별로 볼 때 남편이나 애인을 살해한 여성의 82.9%가 학대를 받아왔다. 이는 강도ㆍ폭력범의 31.3%와 절도ㆍ사기사범의 23.2%만이 학대를 받았다는 것과 비교할 때 무척 시사적이다.
남편이나 애인을 살해한 여성 범죄자들은 10명 중 8명꼴로 가정에서 심한 학대를 당해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존ㆍ비속 살인'이나 '비존속 살인'의 경우 학대받은 비율은 각각 53.3%와 31. 3%로 나타나고 있다. '남편ㆍ애인 살해'로 수감된 사람의 대다수가 학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가장 신뢰할 대상에게서 학대받는 것이 더욱 참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 여성용 치료 프로그램 개발 시급=남편 살해 여성들은 범행 후 죄책감으로 인해 '매맞는 아내 증후군'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지속되고 있지만 교도소에 이런 증상을 치유할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조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는 물론 수감 중에도 자신의 문제를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기회와 상황이 전혀 주어지지 않아 죄책감, 분노, 두려움 등의 부정적 정서가 계속 잔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분노ㆍ죄책감ㆍ두려움ㆍ우울증이나 자살에 대한 염려, 가족이나 사회의 비난에 대한 염려 등 부정적 정서를 해소하고 심리적 새 출발이 가능하도록 재소자에 대한 치료적 차원의 정신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심층 조사 연구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형된 531명 가운데 436명(살인범 249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