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교외의 퐁텐블로 숲 어귀에 있는 작은 마을 바르비종. 이곳에 모여 살면서 작업을 하던 일군의 화가들을 가리켜 '바르비종파'라고 부른다. 이들은 바르비종 지역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농민들의 일상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냈는데, 미술사적으로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면서 인상주의의 태동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르비종의 일곱 별'이라 불리는 밀레, 루소, 코로, 도비니, 뒤프레, 디아즈, 트루아용을 포함해 바르비종파 31명의 작품 106점이 다음 달 10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제5, 6전시실)에서 전시된다.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의 출품작가중 밀레는 바르비종에서 27년 간 살면서 고된 노동을 하는 농부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밀레 작품으로는 물통을 가득 채운 물의 무게와 그것을 운반하는 시골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 '우물에서 돌아오는 여자'와 만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밭에서 돌아오는 길', '이삭줍기'의 구도를 잡기 위해 제작한 에칭 등 22점이 전시된다. 가장 뛰어난 프랑스 낭만주의 풍경화가로 평가받는 코로의 작품으로는 '데이지를 따는 여인들'과 '새 둥지를 모으는 아이들' 등 19점이 출품된다. 이중 '해질 무렵 그물을 끄는 어부'는 주변 나무들과 바위, 인물들을 하늘과 수면의 밝음과 대비시켜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어부의 모자에 빨간색을 칠해 포인트를 주었다. 농경사회가 도시사회로 급속히 변모되고 있는 상황에서 잃어버린 아르카디아(이상향)에 대한 작가의 향수가 배어 있다. 뒤프레는 1847년 보수적인 살롱(미술전람회)의 심사에 반항하고 들라크루아 등과 함께 새로운 살롱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특히 노르망디 지방의 바다 풍경화를 많이 그린 뒤프레는 1849년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이번 전시에는 '개울가의 풍경' 등 2점이 내걸린다. 양장점 주인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난 루소는 어린시절부터 대자연의 환경속에서 자랐다. 뒤프레와 함께 프랑스 각지를 여행하면서 풍경을 담은 그림을 살롱에 출품했으나 낙선을 거듭해 '낙선왕'이라는 별명을 얻지만 그후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고 만면에는 바르비종의 지도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루소의 작품으로는 '도토리나무, 퐁텐블로 숲' 등 5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리얼리즘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쿠르베의 '부채를 든 여자' 등 유화 4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일본에서 개인으로는 최대 규모의 바르비종파 컬렉션을 보유한 한국계 진창식(72) 씨의 소장품이다. 80년 전 한국의 마산시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집안에서 태어난 진씨는 14살때 밀레의 '만종'을 찍은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바르비종파 회화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가람미술관측은 대만국립역사박물관과 일본에서 이미 전시됐던 것으로 앞으로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전시계획이 잡힌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입장료 성인 9천원, 초.중.고생 7천원. 4세이상 어린이 5천원. ☎ 02-580-1515, 1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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