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 이번에도 일냈다

당초 이번 총선에서 100석 확보 어렵다는 관측 많아
전망 뒤집고 단독 과반 달성, 대선 주자 입지 확고히
“새로운 지도부 구성, 민생문제 해결 등에 노력할 것”
대선에서 수도권 및 ‘2030’세대 공략 등은 숙제로 남아

4.11총선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올해 초 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19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할 것이 당연시 됐던 야권을 상대로 100석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152석의 단독과반을 가진 제1당으로 야권을 제압했다. 정치권에선 그 중심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정치권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지해 왔던 ‘대세론’이 다시 돌아 온 셈이다.

이번 총선을 승리로 장식한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향후 정국운영을 주도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빅 3이슈’로 야당과 전면전 예고

박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모든 것을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며 “국민의 뜻을 거슬러 민생과 관련 없는 갈등과 분열, 정치투쟁을 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각 지역에서 약속드린 것을 실천해나가겠다”며 “여기서 또다시 과거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란 각오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위원장은 유세전 내내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폐지를 주장한 야당과 각을 세우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풀어갈 방법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이날 불법사찰 논란과 관련, “빠른 시간 내 ‘불법사찰 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바로잡고 다시는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면서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유세차에 오를 때마다 한미 FTA가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지켜내고,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국민과 제주도민의 여망에 맞게 잘 건설해서 나라 안보를 더 튼튼하게 지켜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던 것처럼 야당과 전면전을 예고 하고 있다.
또 야권연대를 이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이념세력, 구태정치 등으로 몰아세우며 맹비난했다. 문제는 민주당 등 야당들 역시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폐지 입장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 패배로 상황을 추스르기 바쁜 민주당은 아직 박 위원장의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전열을 정비한 이후엔 이 문제를 두고 기싸움을 벌일 공산이 크다.
박 위원장은 또 앞으로 민생문제 해결에 전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세대별 맞춤형 공약인 '가족행복 5대약속(일자리·보육·취업·주택·노후)'을 100일 내에 법으로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서 당을 정상체제로 운영하고 바로 민생문제 해결과 공약 실천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가겠다. 그리고 그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했다.

정치적 통찰력 높이 평가

박 위원장은 이번 4.11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여권 대권주자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이재오 의원의 접전 끝에 당선은 대권주자로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도 대권주자로서 거론 되고 있지만 현재까진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범야권을 봐도 상대 찾기가 쉽지 않다. 부산·경남(PK) 공략을 주도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 혜성처럼 등장해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아 당분간 박 위원장의 독주를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선을 불과 8개월여 남겨 둔 상황에 이런 ‘독주체제’를 가능케 한 건 폭넓은 지역·연령·계층을 아우르는 박 위원장만의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 ‘신뢰와 원칙’의 이미지가 꼽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중·장년층 유권자들에게 박 위원장은 단순히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아닌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위기 때 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당을 구하는 정치력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천막당사’에서 한나라당의 완패를 막았고, 이번엔 당명과 당헌·당규까지 바꾸며 파산 직전의 당을 압승으로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한 박 위원장의 정치적 통찰력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호평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가도 탄력 받을까?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한 박 위원장은 이제 되찾은 대세론 속에서 한결 여유로운 상황에서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가장 큰 산이었던 당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문제가 사실상 완전히 해결됐고, 그와 함께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도 우위에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다수의 친이 핵심 인사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박 위원장에게 ‘백기투항’ 했고, 그나마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들도 이번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12일 선거 승리의 축배를 들기도 전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정상화 시키겠다”며 현 비대위 체제를 접고 곧바로 당의 안정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전 가장 큰 과제였던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만큼 이제 본격적인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경쟁 없는 ‘독주’가 오히려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진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 ‘여당 내 야당’ 이미지 효과를 봤지만, 앞으론 여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박 위원장에게 직접 날아와 수세에 몰릴 수 있단 의미다.
수도권 ‘완패’도 뼈아픈 대목이다. 유권자 절반이 몰려 있는 곳에서 표의 확장성 한계가 드러난 탓이다. 총선보다 '바람'에 더 민감한 대선이다. 정치적 이슈가 빠르게 퍼지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지 못하면 어려운 게임을 펼쳐야 한다.
‘2030’세대 공략도 숙제로 남았다. 역대 대선은 항상 직전 총선보다 10~15% 이상 투표율이 높았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표심을 얻지 못하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대선주자 입지 변화

한편 4ㆍ11 총선이 예상 밖 결과가 나오면서 대권 주자들의 입지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위기에서 치른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박 위원장은 당내 입지는 물론 대권가도를 향한 탄탄대로에 올라섰다는 점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역시 부산 사상에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여유있게 누르며 대권 행보를 위한 순조로운 항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가 직접 지원유세에 나섰던 부산 북강서갑, 북강서을, 사하갑, 사하을, 부산진갑 등에서 조경태 후보가 사하을에서 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이는 향후 대선 정국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역시 4ㆍ11 총선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으나 선거가 새누리당 승리로 마무리되고 투표율도 54.3%에 그치는 등 이번 총선결과로 향후 그의 행보에도 정치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 중 한 명인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난 2월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 야권연대가 19대 국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돼 위상은 올라갔다.

이행종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