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총선 및 대선 필승 전략<해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 지역’이 차기 대선 전초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부산 사상에서 출마한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부산’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부산發 문재인 바람’을 차단하고, 강력한 대선 경쟁자인 문 고문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문 고문으로서는 ‘야당 바람’을 부산 사상을 넘어 부산 및 경남 지역까지 확산시킬 태세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부산에서 승리한다면, 문 고문의 ‘대망론’은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12월 대선의 축소판으로 떠오른 부산에서, 박 위원장과 문 고문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朴, 부산 방문으로 대선 경쟁자 文 견제에 총력
“부산에서 文과 정면승부 피하지 않을 것”메시지
당내 반발 불구, 손수조 공천 이후 적극 지원 나서
文, 지역구 벗어나 낙동강 벨트서 ‘문풍’확산 주력

박 위원장은 지난 2월 24일과 3월 13일 두 번에 걸쳐 4·11 총선 최대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을 방문했다. 2월 24일 방문 당시, 박 위원장은 신공항 문제, 부산저축은행 사태, 정수장학회 문제 등으로 악화된 부산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朴, 부산 민심 다잡기

이날 박 위원장은 “부산을 올 때 (마음이) 무거웠다. 힘이 되어주셨는데 많이 도와드리지 못했다”며 “부산 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며, 돌아선 부산 민심 다잡기에 주력했던 것이다. 특히 박 위원장 당시 동래구, 해운대구, 동구, 영도구 등 부산 곳곳을 누비며 총선에서의 야당 바람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정작 자신의 대선 라이벌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 지역구는 방문하지 않았다. 부산 사상을 방문할 경우, 부산지역 총선 구도가 ‘박근혜 VS 문재인’의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3월 13일 두 번째 부산 방문 때의 박 위원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박 위원장은 부산 사상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손수조 후보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선거 지원에 적극 나섰다.

박 위원장도 이날 “손 후보가 고향에서 젊은 패기로 도전하는 모습이 신선한 감독을 주고 있다”며 “선거 혁명으로 새 바람을 일으켜 손 후보를 당선시킨다면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지 발언을 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당에서 손 후보를 최대한 도와줄 것이며,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면서 유망한 젊은이를 외면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한다”며 손 후보의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처럼 박 위원장이 손 후보를 치켜세운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손 후보 공천에 따른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부산발 문재인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부산, 대선 전초전 양상

사실 손 후보의 공천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은 손 후보 공천에 대해 “이적행위에 가까운 공천”이라며 박 위원장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에 친박측에서는 “(손수조 공천은)이기기 위해서 공천한 것”이라며 반박하는 등 손 후보 공천에 대해 당내 계파간 갈등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손수조 공천’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의 대선용 공천’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후보가 총선에서 이기면 강력한 라이벌인 문재인을 주저앉힐 수 있고, 또 손 후보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손 후보가 지더라도 정치 새내기가 거물에 맞서 선전했다는 평가 때문에, 박 위원장으로서는 나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위원장은 초기에 부산 총선이 ‘박근혜 VS 문재인’대결 구도로 치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며 “하지만 최근 박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문 고문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같다”고 밝혔다.

文, ‘낙동강 벨트 공략’

이같은 박 위원장의 행보에 맞서 문 고문의 발걸음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부산지역 총선에서 북강서을에 문성근 최고위원, 부산진을에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 북강서갑에 전재수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 사하갑에 최인호 전 청와대 부대변인 등 친노 인사와 문 고문 측근 인사들을 대거 공천했다. 부산 총선을 ‘문 고문 대 박 위원장’간 대결로 치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에 문 고문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손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산 사상 지역구를 벗어나 ‘낙동강 벨트’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문 고문은 박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한 3월 13일, 자신의 지역구를 비우고 ‘낙동강 벨트’ 선거지원을 위해 북강서갑 지역의 구포시장을 찾았다. 문 고문은 이날 “낙동강 벨트를 이겨야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고문은 3월 22일 두 번째 ‘낙동강 벨트’ 현장지원으로 부산을 떠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를 향했다. 문 고문은 이날 민홍철(김해 갑)·김경수(김해 을)후보와 함께 5일장을 돌며 “경제 민주와 복지 확대를 제대로 이루려면 민주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고문은 부산에서의 민주당 후보의 선거 지원뿐 만아니라 박 위원장에 대한 공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문 고문은 우선 박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았던 ‘정수장학회 문제’를 쟁점화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 2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수장학회는 과거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가 강탈당한 장물”이라면서 “참여정부때 국정원 과거조사위와 진실화해위가 강탈의 불법성이 인정됐는데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역사발전이 참으로 더디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또 이날 부산일보를 방문,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를 부산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군사정권은 강제로 부일장학회를 뺏은 뒤 이름을 정수장학회로 변경했으며, 박 위원장은 지난 2005년까지 재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필립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산일보는 지난해 말 편집권 침해 논란으로 신문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다.  

박근혜에 대한 비판 각 세워

문 고문은 이와 함께 ‘유신 체제’와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문 고문은 박 위원장이 3월 13일 부산지역 민방 초청 토론회에서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 입은 분들께 저는 항상 마음으로부터 죄송한 마음을 가져 왔다. 그분들께 사과를 드린다”고 한  발언에 대해 비난했다.

문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위원장의 말이 참 아쉽다”며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입은 피해라는 거듭된 표현은 피해는 안타깝지만 당시 국가권력은 정당했다는 말로 들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신 체제의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유린이 잘못이었는지 아닌지를 박 위원장에 묻고 싶다”며 “오직 ‘본의 아닌 피해’란 말뿐 유신체제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말은 없었다. 이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라며 유신에 대한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의 잦은 부산 방문에 대해서도 문 고문은 조롱 섞인 발언을 했다. 그는 “박 위원장이 부산 사상을 다녀갔다. 부산시장도 임기 시작 후 한 번도 사상에 온 적 없다가 지난 1달여 사이에 5번 다녀갔다”라며 “저는 이렇게 출마만으로도 사상을 많이 발전시키고 있다”고 박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부산發 문풍’을 차단하려는 박 위원장과 ‘문풍을 PK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문 고문간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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