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막이 인사·친분 인사 ‘여전’?

KB·외환銀 노조 “부도덕 사외이사” 거센 ‘반발’
사외이사 선임, 교수 > 고위공무원 > 검찰 순

주주총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사외이사진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친분’에 의한 인사가 선임됐다는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또 고위 공무원 출신이 사외이사에 임명된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 ‘방패막이’ 인사가 단행됐다는 비난도 속출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눈총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 이와 관련해 이모저모를 담아봤다.

논란의 핵은 금융권이다. 특히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사외이사진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KB금융지주는 오는 23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5명(고승의, 이경재, 이영남, 조재목, 함상문)을 재선임하고,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도덕성 결여됐다”

국민은행 노조는 특히 황 전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황 전 회장은 증권노조와 업계의 반대로 금융투자협회장 4연임이 무산된 인물”이라며 “금융투자협회 노사관계 파행을 주도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인물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이 결여된 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에 따르면, 이영남 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가 9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에 있어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조재목 씨는 MB의 대선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최초 선임 때부터 논란을 빚어왔다.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외환은행은 지난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7명(권영준, 김주성, 래비 쿠마, 박영민, 천진석, 한기정, 홍은주)을 최종 선임했다. 이중 잡음이 나오고 있는 인물은 김주성, 방영민, 천진석 사외이사다.
외환은행 노조에 따르면, 김주성 씨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어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5년으로 제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배치되며, 방영민 씨는 오랜 기간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함께 근무한 점 때문에 ‘친분 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천진석 씨는 하나대투증권과 충청하나은행 대표를 지낸 이력을 볼 때, 사외이사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기업에서도 논란

사외이사진을 둘러싼 의혹은 금융권에서만 불거지는 것이 아니다. KCC에서도 부적격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오승 씨, 송태남 씨, 김종진 씨가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사외이사들이다.
권오승 씨는 2011년 이사회 출석률이 64%였으나 재선임됐다. 더불어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장관 출신으로 KCC측의 ‘방패막이’용 사외이사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송태남 씨는 고려화학 중앙연구소의 상무를 지냈으며, 김종진 씨는 KCC 수원공장장을 지냈다는 점 때문에 사외의사로서 부적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KCC는 금강이 고려화학을 합병한 뒤 만들어진 회사다.
현대제철에서도 잡음이 새어나왔다. 현대제철은 지난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전형수 씨, 오정석 씨, 성낙일 씨를 사외이사로 최종 선임했다. 이 중 오정석 씨는 지난해 55%에 불과한 출석률을 보였음에도 재선임되면서 그 배경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이에 대해 지난 8일 지분률 0.468%(총 39만9088주)의 알리안츠자산운용은 오정석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표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오정석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재임한 3년간 약 85%, 80%, 55%였다”며 “지난해는 해외일정 상 유난히 낮았을 뿐이다. 출석률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삼성전자에서는 윤동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세 번째 선임된 것을 두고 각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앤장은 그간 상당수 삼성그룹의 법률자문과 법률대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유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윤 변호사가 사외이사로서 부적격하다고 권고했다. 또한 그는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장관 출신, 비율 높아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12월 결산법인 100대 기업 가운데 68곳이 이달 주주총회에서 18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중 같은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 되는 사람은 96명으로 52.7%를 차지했다.
이중 교수가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 출신 29명 ▲검찰 출신 11명 ▲국세청 출신 9명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8명 등으로 전직 공무원도 총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진이 대거 바뀌지 않는 점과 장관, 검찰, 국세청 등 전직 공무원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외이사가 기업의 ‘방패막이’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외이사의 고유한 기능이 훼손됐다는 비판과 맥을 같이 한다.
사외이사의 본연의 임무는 기업 경영활동 감시다. 그러나 안팎에서 쏟아지는 ‘친분인사’, ‘방패막이 인사’ 논란은 사외이사진이 감시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투명한 활동을 영위할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외이사의 본연의 임무는 기업 경영활동 감시다. 그러나 안팎에서 쏟아지는 ‘친분인사’, ‘방패막이 인사’ 논란은 사외이사진이 감시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투명한 활동을 영위할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기업 내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사외이사 논란은 구성에 대한 문제로 발생한다”며 “경영진들이 지명하는 인사가 선임되기 때문에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지적했다. 그는 “최근 법 개정은 그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 내에서도 여론을 인식해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천을 행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연이어 열리는 주주총회로 당분간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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