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식號, 출범부터 ‘흔들흔들’

금감원 출신 대거 ‘감사’ 선임…‘낙하산’ 지적
부실 대출비리 의혹에 농협 직원 연루 말썽

농협중앙회는 지난 2일 ‘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로 분리돼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중 농협금융지주는 신충식 회장 체제로 새 출범하게 됐다. 그러나 낙하산인사 및 대출비리 의혹 등 악재가 계속 되면서, 신충식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곤혹스런 분위기다.

낙하산 인사 논란

농협이 새로운 체제로 탈바꿈한 만큼 인사 개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지주 대표 및 주요 임원진들이 대거 재선임되는 등 기대를 충족하는 인적 쇄신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농협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을 감사 자리에 앉히는 등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는 오명까지 얻었다.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이장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농협은행 상근 감사에 이용찬 전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이, 농협생명보험의 상근 감사에는 여신금융협회의 이상덕 상무이사가 각각 선임됐는데, 이들은 금감원 출신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금감원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 관행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 농협이 이번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 등에 선임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과거의 나쁜 관행을 답습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금감원 출신을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농협의 이번 인사는 금감원 방침과 전면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위농협, 아직도 금품 살포가

지난 3월15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은 A농협 B조합장이 벌금 90만원을 최종 선고받았다. A조합장은 지난해 7월26일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 마을 주민 집회 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앞서 지난 8일 전남 D농협 조합장 C(55)씨는 농협중앙회 이사로 당선되기 위해 전남 지역 조합장 146명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지난 2월에는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충북 F농협 조합장후보 G(51)씨와 경주 L농협 조합장후보 K(59)씨가 각각 고발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조합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불거지는 금품살포 문제가 단위농협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차원에서도 해결해야할 문제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출 비리 의혹

지난 3월7일에는 농협직원에 의해 불법대출이 자행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헐값에 사들인 미분양 아파트를 되팔면서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부실대출을 받은 혐의(특가법상업무상배임혐의)로 분양업자 박모(54)씨 등 2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의 허위계약서로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대출 한 건당 600만원의 뒷돈을 받아 총 1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농협직원 구모씨(31)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분양이 되지 않은 재개발아파트 114세대를 시세의 58%에 매입했으나 실제 분양가를 다 주고 구입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뒤 아파트 매수인을 모집, 이들에게 시세 70% 가격에 다시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또 다시 ‘업(UP)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담보대출 한도를 늘려 대출금만으로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노숙인을 매수인으로 둔갑시키는 등 불법대출을 통해 200억원에 가까운 차액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당시 농협은 경찰이 수사에 나선 뒤에야 불법대출 사실을 안 것으로 드러나, 고객을 불안에 떨게 했으며 농협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불안한 전산망 해결은

지난해 4월 농협은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를 포함한 금융서비스가 모두 중지돼 일대 혼란을 야기했다. 한달 뒤에는 전국 자동화기기(ATM)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계좌번호 정당성 체크 프로그램 오류로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ATM), 체크카드 결제가 제한됐다. 이어 지난 1월에도 비씨카드 승인을 제외한 모든 카드업무가 일시 장애를 일으켰고, 지난 2월23일에는 약 5시간동안 타행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인터넷뱅킹 이용 장애가 발생해 일부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연이어 터진 농협의 전산장애로 소비자의 피해가 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에 제기된 분쟁조정이 405건을 기록해 17개 시중은행에 제기된 분쟁조정 2089건에서 19%를 차지했다. 또한 농협에 제기된 소송은 7건으로 총 시중은행에 제기된 소송 28건의 25%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 기반이 잡히면 금융권 내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 내 만연해진 농협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이 새 출발을 알렸지만 과거 논란이 된 문제들이 여전히 농협의 발목을 잡고 있다. 때문에 농협이 얻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내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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