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파업에 이어 KBS,YTN까지

▲ 방송사파업에 차여하고 있는 노조원과 시민들

<전문>
MBC·KBS·YTN 등 한국의 대표 방송사들이 같은 내용의 ‘목소리’로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조에 의해 꼼짝을 못하고 있다. 40여일 째 파업을 하고 있는 MBC는 결방과 방송사고가 잇달아 파행이 지속되고 있고, KBS와 YTN도 아직은 파업초기라 별 문제점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행방송은 강 건너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은 물러가라”며 파업을 시작한 MBC노조 파업. 여기에 KBS의 새 노조(제2노조)도 6일부터, YTN노조는 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본문>
방송사들의 동시파업은 1997년 ‘노동악법’ 반대, 2009년 ‘언론관계법 날치기처리’ 항의 파업에 이어 세 번째다. 이들의 핵심적 요구사항은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이다. 사측의 공정방송 훼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이번 동시파업의 특징이다.
여기에 연합뉴스 노조는 오는 13일까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고, 서울신문 노조도 최근 노보를 통해 신임 사장 선임과 관련,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방송사 사장 인사 놓고 대립각
 
이들 방송·통신·신문사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거나, 사장 인사 등에 상당부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 들이다.
MBC는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방문진’에서 MBC 사장을 선임하는데 방문진 이사는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선임한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2명과 여당이 추천하는 1명, 야당이 추천하는 2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이 ‘방통위’와 ‘방문진’을 통해 MBC 사장 선임에 어떤 형태로든지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BS는 100%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사 11명을 모두 방통위가 추천하고, 여기에서 사장이 선출된다. YTN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21.4%, KT&G가 20.0%, 한국마사회가 9.5%, 우리은행이 7.7% 등 공기업 및 정부 관계회사 지분이 58.5%에 달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회가 30.8%, KBS가 27.8%, MBC가 2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YTN과 연합뉴스 역시 사실상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서울신문은 우리사주조합(39%), 기획재정부(30.49%), (주)포스코(19.4%), KBS(8.08%), 기타분산소유(3.03%)의 지분구조(정부주61%, 사원주39%)를 이루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정부 출자 신문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 때문에 그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문제는 항상 노조와 대립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방송사 사장의 인사는 노사 간 더욱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는데, 기본적으로 청와대에서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에서 논공행상과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방송사 동시파업의 단초를 제기했던 MBC의 김재철 사장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집요하게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 소위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최시중 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한 게 출발점이었다. 여기에 이 대통령 선거캠프의 특보였던 구본홍 씨를 YTN사장에 임명했고, 당시 KBS사장이었던 정연주 씨는 임기가 보장된 직책이었음에도 감사원, 검찰까지 동원하며 중도하차 시켰다. 엄기영 사장이 정치적 이유로 중도 퇴진한 MBC사장에 친 여당성향을 보여 온 김재철 씨를, KBS사장엔 이병순 씨에 이어 이 대통령 선거참모였던 김인규 씨를 앉혔다.

방송제작, 외압 논란

친여성향을 보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방송제작에 대한 외압문제가 붉어졌다. MBC노조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공정보도로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한미FTA 협상문제’, ‘10.27보궐선거’, ‘10.26서울시장 선거’ 등이다. 당시 권력 감시프로그램을 제작한 PD를 직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하는 등 정부정책에 부정적인 인사에 대해서 가차 없이 인사발령을 했다.
여기에 김재철 사장의 개인적인 도덕성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MBC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10년 취임 이후 2년 동안 법인카드로 6억9천만 원, 매달 평균 3천만 원씩 거액을 사용했으며, 재임기간 동안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과 서울 강남의 팔레스 등 특급호텔에서만 1억5천여만 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귀금속, 액세서리, 골프용품점, 의류매장, 화장품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진주목걸이와 명품가방, 여성용 고급화장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내외면세점에서 1,700여만 원을 결제하고, 기내면세점에서도 820여만 원 어치의 물건을 샀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일본 출장에서는 여성만 출입이 가능한 피부 관리 및 마사지 업소 ‘소시에 월드(SOCIE World)’에서 200만원이 넘는 요금을 결제했고, 일본 여성들이 많이 찾는 패션 잡화점과 백화점 남성복 매장 등에서도 수십만 원씩의 법인카드 결제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김 사장이 명품과 귀금속 구입비용으로 사용한 1,300만원, 국내 호텔이용액 1억5,000만원 중 절반가량이 주말과 휴일에 집중된 점, 법인카드 사용 2억2000만원 가운데 주말과 휴일에 쓴 5,300만원과 회사 공금을 자신의 고향이자 출마설이 나온 경남 사천을 관리하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했다.
노조는 이어 “김 사장이 업무와 관계없는 일에 회사카드를 긁고 다닌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사 사장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회사 돈을 흥청망청 썼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사측의 대응도 강경

현재 MBC노조는 지난 6일 김 사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40여 일 동안 이어지는 MBC노조의 파업에 사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MBC 사측은 “노조가 기자회의 보도본부장 불신임 투표에 처음부터 개입한 기획파업”이라 못 박고 박성호 기자회장, 이용마 노조홍보국장을 해고하고, 최일구 전 앵커와 김정근 아나운서를 정직에 처하는 등 10명을 중징계 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노조집행부 1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여기에 노조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하고, 지난 5일에는 노조를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처럼 노사 간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뭘까?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현안에서 노사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방송장악에 따른 문제점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작은 MBC에서 이루어졌지만, KBS와 YTN등 주요 방송사로 확대된 것은 서로가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은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이다. 노조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파업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파업은 공공을 위한 방송의 회복이 주된 목표다. 그래서 많은 단체나 다른 노조로부터 환영을 받는 것이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제작거부 선언문을 통해 “정권에 예민한 뉴스를 회피하고 약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고 지난 4년간의 보도 현실을 반성하면서 “이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권에 아부하는 인사 그리고 다시 그를 감싸 앉는 정권과 실세.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공행상. 이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화가 악화를 구축’한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권초기 이명박 정부는 당시 ‘공정성과 신뢰도 1위’를 차지하던 KBS 정연주 사장을 국세청, 검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등 수많은 국가기관을 동원시켜 불법적으로 쫓아냈다.
지난 달 정연주 전 사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해임무효’ 통보를 받았다. 정치권력에 동원됐던 국가기관들이 거꾸로 불법해고라는 횡포를 저질렀다는 판결을 받은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정 사장을 불법으로 내보낸 뒤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김인규 사장을 KBS에 ‘낙하산’으로 투입했다.
MBC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MBC는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는 대신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권력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내부 인사’ 낙점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은 청와대 ‘조인트 발언’으로 얼마나 밀실에서 음험하게 사장 선임이 이뤄졌는가가 신동아 기자를 통해 밝혀졌다.

정부, 파업사태 중재를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해결의 열쇠는 누구에게 있는가? 분명 1차적 책임은 MBC를 포함한 각 방송사의 사장에게 있다. 어떠한 형태이던지 간에 도덕성 문제에 휘말린 이상 그들은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의 자격은 없다. 여기에다 이후의 정치적 목적을 두고 방송사 사장에 연연한다면, 이것은 사회적 공인으로서 책임을 망각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결자해지’차원에서 본인들 스스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도 눈과 귀가 분명히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그런데 실제 당사자들보다 더 큰 책임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있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이계철 후보자는 방송사 파업사태 중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방송사 내부 문제여서 섣부른 개입이 독립성,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파업사태에 중재에 나설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다 허원제 새누리당 간사도 “정치권이 파업에 개입하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과 다름 아니며, 사장 사퇴 안을 결의하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재철 사장이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자주 어울렸다”는 주장이 담긴 ‘제대로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 MBC노조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청와대가 어떻게 조율했는지 모르지만, 과거 언론노조의 총파업 때마다 ‘불법 파업’ 운운하며 발 빠른 대처를 주문하던 때와는 너무 다르다.
지난 2008년 12월, 언론노조의 미디어관련법 국회통과에 대한 파업 당시 신재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불법’이라며 강력 대처를 주문했고, 2009년 1월 당시 유인촌 문화부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언론노조의 불법파업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2009년 7월에 진행된 언론노조 파업에 대해서 노동부도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발 빠르게 대응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파업에 대해 정부의 반응은 너무나 조용하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청와대나 여권에서는 ‘나 몰라라’식이다. 분명 노조의 파업에 따른 피해는 시청자 즉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공공연하게 시청권을 박탈당하고, 일방적인 내용의 뉴스만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총선과 대선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일부에선 오는 4월과 12월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자칫 정권이 언론인들의 집단행동을 무리하게 제압할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현 정권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친이계의 대거 탈락으로 인해, 정권의 핵심권력자들이 방송사파업에 관심을 기울일 심리적 여유와 에너지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번 파업이 가져올 정치적 영향력을 고민할 핵심부서가 집권여당 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현재까지 방송사들의 파업은 모두가 방송사 내부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는 상황을 집권여당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방송사 노조도 분명 이런 점들을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상파방송은 방송이 지니고 있는 책임과 영향력 때문에 무책임하게 방관해서는 안된다. 누가 나서든지 해결해야 한다. 사장들 스스로가 해결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 원인을 제공했던 정부에서도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방송을 정권의 홍보도구로 이용하려는 자, 방송사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자 그리고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시청권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파업을 하고 있는 자. 모두가 이번 파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최상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그 결말을 빨리 맺고, 모 드라마의 마지막 편을 보고 싶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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