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복잡, 셈법도 제각각

통합진보당, ‘수도권 10곳+비수도권 10곳’ 요구 목소리
민주당, ‘수도권 4곳 비수도권 1곳’ 제시…입장차 뚜렷

이정희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때”, 연대 결렬 위기 
“여론 향배 보며 양당 대표가 합의 이루는 것이 대안”

▲ (왼쪽부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유시민·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야권의 4·11 총선 최고필승카드인 야권연대가 결렬 위기에 놓이면서 위기감에 직면해 있다. 각 당의 무공천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한 셈법에 휘말리며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내용을 보면 실상 단순하다. 통합진보당은 수도권 10석+비수도권 10석을 민주통합당이 무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통합당은 난색을 표명했다.


통합진보당의 구체적 요구내용을 보면, 영남권을 제외하고 수도권 10곳, 호남 충청 강원 대전 지역 10곳에 대해 전략지역으로 선정할 것을 제시했으나 민주통합당은 각각 수도권에서 4곳, 호남, 충청, 강원, 대전 통틀어서 1곳을 제시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 결렬이라는 비운을 맞게 됐다.

진보당, 민주당에 공세

협상에서 통합진보당은 지역간 합의를 존중키로 한 영남을 제외하고 수도권 10곳, 비수도권 10곳을 민주통합당에서 공천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관악을(이정희 공동대표 출마), 은평을(천호선 대변인 출마), 노원병(노회찬 공동대표 출마), 경기 일산 덕양갑(심상정 공동대표 출마) 등을 민주통합당 무공천지로 정하는 데는 양측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는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경기 성남 중원(윤원섭 전 민중의소리 대표)을 강력히 원하고 있으나 민주통합당이 한국노총 전략공천 지역이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인천의 경우도 통합진보당이 남구갑을 생각하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역시 동상이몽이며 경기 파주 역시 양측의 입장은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협상의 최대 난관 지역인 울산 북구도 통합진보당에서는 김창현 전 울산 동구청장을, 민주통합당에서는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이 각각 출마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통합진보당은 이와 관련 이정희 대표가 총선예비후보자 전원대회서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힘을 믿고 이 길을 헤쳐 나가야 되는 때가 아닌가”라며 “제1야당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라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고 당리당략에 매달려 있다”고 성토하며,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당에 공세를 퍼붓는 형국에 이르렀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지난 열흘간 민주당이 보인 태도는 대의에 대한 외면과 상식에 대한 거부라고 인식한다”며 “누구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데서 오는 비극적 상황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며 의지를 밝혔지만 해법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진보당 요구 수용 어려워”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와 관련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통합당은 여러 가지 힘들고 아픈 일이 있더라도 연대를 이뤄내야 한다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며 “양당이 25일까지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한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야권연대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실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승리하는 야권연대를 위해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아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며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두 당이 함께 윈윈하는 길을 찾아 국민과 함께 이기는 연대를 이뤄내고자 한다”고 말하며 진보당의 요구를 전면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민주통합당에서는 큰형으로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연대의 목적이 ‘민주 진보 진영의 총선 승리이지 연대 자체에 있지 않다’ 그 점을 가지고 조금 더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정치적 상황이라는 것은 마감시한을 두고 막판에 타결되는 경우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은 또 진보신당 문제와 관련, “진보신당이 연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진보신당 출마자에게 상당히 많은 표가 수렴 될 수가 있고. 그러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삼자가 같이 협의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야권연대 사실상 무산?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야권연대가 결렬된 것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주권자의 마음을 읽을 의사 또는 능력이 없는 정당의 밑둥치는 썩기 마련”이라며 “진보개혁진영이 4월 의회에서 다수파를 이뤄 정글 자본주의를 혁파하고 민생을 강화하는 각종 법·제도 개혁을 이룬 후 12월을 맞이하자”면서 두 당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지적했다.
그는 민주통합당과 관련 “자만과 안이함이 심각하다”면서 “진보개혁진영의 압도적 의회 우위를 원하는가, 아니면 자당의 원내 1당화만을 원하는가, 새누리와의 혁신 경쟁에 처지고 야권연대를 방기한다면 주권자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과 관련 “야권전체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 보여야 한다”며 “전국에 자당 후보를 내겠다는 공언, 협상용이라고 하더라도 과하다. 벼랑 끝 전술로는 주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후보 연대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부분이라는 관측이다. 사전에 설정한 협상 타결 시한(25일)을 넘겼고, 양당은 24일 이후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그 동안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공개한 뒤 “현재 우리당 후보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어 협상 재개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밝힐 정도였다.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가 실패할 경우 어려운 지역이나 가능성이 희박한 곳을 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진보당은 어느 당 후보가 출마해도 유리한 일부 지역구의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야권연대, 포기 못해

7차례의 협상에서 이 매듭은 결국 풀리지 않았고, 통합진보당은 결렬을 선언하며, 당 지도부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내게 됐다. 심지어 협상 실무자끼리의 만남도 무의미하며 양당 대표가 만나 야권 연대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는 한 협상이 재개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통합진보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한 배경에는 협상대표 간 회동에서는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를 더 이상 좁히기에 무리수가 있다는 생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협상 과정과 내용이 공개된 마당에 여론의 향배를 보며 양당 대표가 합의를 이루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같은 기류 때문인지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반발에도 협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정지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서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타결에 이르지 못했으나 야권연대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일방적인 정치적 공세로 압박하는 것은 야권연대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장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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