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에서 쉽게 돈벌이

두산 “주력사업 집중하겠다” 수입車 사업 철수 결정
코오롱, 효성 등 “중소업종 침해 아냐” 계속할 것

‘수입차 사업’ 유통구조 복잡·막대한 투자자금 필요
“재벌가 자제들 인맥 동원, 수입차 판매 용이”

재벌가 빵집 논란에 이어 이번엔 수입차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재벌가 딸들이 중소업종 침해 논란 속에서 빵집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재벌가 아들들의 수입차 사업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두산그룹의 수입차 사업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입차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식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불공정 거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 기업에 미칠 영향력 또한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들은 오히려 판매가 급증하며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9천441대로, 전년(8천659대) 동월대비 9% 증가했다. 전월(7천879대)에 비해서는 19.8% 늘어났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는 BMW, 벤츠, 아우디를 비롯해 총 21개로, 이중 우리나라 대기업이 수입차 판매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자회사는 14개 이상이다.

두산, 수입차 사업 손 뗀다

현재 수입차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은 코오롱, 두산, 효성, 참존, 한진, GS 등이다. 이들 기업 중 두산그룹은 지난 20일 자회사 DFMS(옛 두산모터스)를 통해 운영해온 일본차 ‘혼다’와 영국차 ‘재규어’, ‘랜드로바’의 판매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두산그룹은 혼다코리아와 딜러권 반납과 관련해 협의 중이며, 재규어·랜드로버와도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홍보실 관계자는 사업 철수와 관련, “그룹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며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4년 혼다코리아와 딜러 계약 사업을 맺고 혼다 강남전시장을 운영해왔으며, 지난해 7월에는 재규어·랜드로버 딜러권을 추가 확보해 경기도 분당에 매장 1곳을 마련했다.
DFMS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21.76%,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각각 14.5%, 박용만 두산 회장이 7.74%,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7.72%,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이 5.14%의 지분(2011년 5월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지분은 두산가(家) 2~3세들이 갖고 있어 전체 지분 모두가 오너 일가 소유다.
지난 2009년 DFMS는 36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중 영업이익은 8억원밖에 되질 않았다. 또한 전년 대비 2009년 말 자산 총액이 100억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저조한 실적을 보여줬다.
더욱이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의 수입차 사업 철수가 혼다코리아의 수익성 악화에 맞물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전년(5812대)보다 45.8% 감소한 3153대를 판매하는 그쳤고, 시장점유율 또한 6.42%에서 3.0%로 급감했다.

수입차 장사하는 재벌家

더욱이 업계는 이번 두산그룹의 수입차 사업 하차 결정이 다른 대기업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의 코오롱글로텍은 지난 1987년 설립됐으며, 현재 BMW 딜러 사업을 하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75.23%, 이웅열 회장이 4.23%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3조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 이익은 196억을 기록했다.
효성그룹 역시 지난 2003년 ‘더클래스효성’, 2009년 ‘더프리미엄효성’이라는 계열사를 설립해 벤츠와 렉서스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벤츠를 판매하고 있는 더클래스효성의 경우 ㈜효성이 58.02%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조석래 회장의 아들인 현준·현문·현상씨가 각각 3.48%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75억밖에 되질 않았다.
참존은 김광석 회장의 아들 한균·한준씨가 각각 참존모터스와 참존오토모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아우디 딜러인 참존모터스는 지난 2010년 94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3억원에 불과했다. 벤틀리 딜러인 참존오토모티브는 같은 해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71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GS그룹 계열로 경기도 분당에서 렉서스 딜러를 맡고 있는 센트럴모터스는 허창수 회장과 친·인척 10명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42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8천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수입차 판매, 리스, 렌트 등 자동차 종합유통을 표방한 회사도 등장했다.
지난해 갑자기 등장한 CXC모터스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손자로, 조중식 전 한진건설 사장의 아들인 조현호씨가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미쓰비시, 캐딜락, 크라이슬러, 푸조, 시트로엥의 딜러권을 확보했으며, 자동차 할부금융업과 수입차 토탈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실적 저조와 수입차 사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도, 두산 이외에 수입차 사업 철수를 검토한다고 알려진 곳은 없다. 더욱이 이들 기업들은 수입차 사업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기업 침해 업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코오롱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1987년부터 25년간 해온 주력사업이라 철수할 의사가 없다”며 “수입차 사업이 소자본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 침해 업종이라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미디어홍보팀 관계자도 “수입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중소 업종 침해 사례도 없을뿐더러 이는 빵집 사업과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사업이라 철수 의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벌가만이 쉬운 ‘수입차 사업’

재벌가 자제들이 수입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대기업 오너들이 주로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폼잡기’가 쉽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돈 많은 남자라면 누구나 자동차 사업을 꿈꾸기 마련”이라면서 “상위 1% 부유층을 겨냥한 사업이다 보니 재벌가 자제들의 인맥을 동원해 쉽게 판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수입차 사업은 ‘딜러’의 개념으로, 유통구조가 다소 복잡하다. 가장 일반적인 수입차 유통채널 형태는 제작자로부터 공식수입업체(임포터)가 직수입을 하면, 공식수입업체는 전국적인 직영점이나, 대리점(딜러) 등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차, 중고차, 서비스 등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억 이상의 투자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임포터가 딜러사에 요구하는 투자액수가 중소기업이나 개인 재력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어려울뿐더러 재벌가만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입차 가격할인과 전시장 설치 등을 둘러싸고 일부 임포터와 딜러사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포터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판매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임포터와 딜러간 불공정 행위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한국토요타 등 임포터를 대상으로 신차 가격, 가격 결정 과정, 딜러망 등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혀 관련 기업들에게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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