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시장’ 판칠라 우려

지난 23일 대부업체 대표들이 대출자들에게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이자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대부업체는 산와대부(산와머니), 에이앤피팡낸셜대부(러시앤캐시), 원캐싱, 미즈사랑 총 4곳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통보받았다. 현재 법원이 대부 업체들의 고의성 여부 판단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내릴 경우 대부업 등록이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돼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산와머니를 제외한 3개사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지금껏 서울시가 불법추심이나 이자율 위반 등 위법 행위로 행정처분한 사례는 없었다. 이에 대부업체의 신규대출 제한 조치가 불법 사금융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지, 대부업체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남구청 ‘대부업체 최고이자율 위반 6개월 영업정지’ 통보
대부업체 “위반 안 해…수익 전부 반환” 행정소송 제기
전문가 “저소득층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 제기”
금감원 “서민들 위한 공적중개기관 활성화 할 것”

최근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연 44~49%에서 연 9%로 인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대부업체들이 만기 도래한 대출에 기존의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수십억원의 이자를 더 받아낸 사실을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적발했다. 대부업체들은 1436억원의 대출을 갱신하면서 과거 최고 금리를 부당하게 적용해 6만1827건에 30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실을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강남구청에 알렸고, 강남구청은 지난 16일 해당 대부업체들에 6개월 영업 정지를 통보했다. 따라서 해당 대부업체들은 3월5일부터 9월4일까지 신규 대출은 물론 증액 대출, 광고 등 영업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대부업체 최고이자율 위반”

대부업 법령에 따르면 대부업법 19조는 법정 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을 위반할 시 업체는 벌금이나 등록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업체 회장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앤캐시 홍보팀 관계자는 “법 해석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이쪽은 관련법을 위반해 이자를 받지 않았다”며 “금리인하가 발표된 후 만기가 도래된 채권자들이 원금상환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전 법을 계속 적용해 이자를 받은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로펌쪽에 자문을 구해 실시한 것이며 혹 위법한 사항이 있었더라도 고의가 아니었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 100%를 반환해 고객들이 피해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1년에 이자수입이 6000억원이 넘는다”면서 “20억원을 더 벌겠다고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할 이유는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한 지난 17일 대부금융협회는 4개 대부업체가 최고이자율 위반으로 6개월 영업정지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대부업체는 초과이자 수취 1회에 바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도록 돼있지만 여신전문금융기관 및 저축은행은 대부업체와 동일한 최고이자율을 가지고 있음에도 초과이자 수취 시 시정명령 조치 혹은 상환조치로 끝난다.

또한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감독당국이 초과이자수취로 적발한 금융기관은 환급 조치되거나 추가 적발 시 시정명령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면서 “대부업체만 유독 영업정지 가혹한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러시앤캐시 홍보팀 관계자도 “2010~2011년 당시 법을 위반한 타 금융기관에게는 경고조치로만 끝난 걸로 안다”면서 “영업정지에 대한 처벌은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지난 21일 대부업체 3개사는 사법조치가 등록취소 등 최악의 상황까지 밀어닥칠 것을 우려, 강남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과 영업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소송기간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영업정지가 지연될 가능성이 열렸다. 이 기간 동안 대부업체들은 정상영업을 할 수 있다. 이에 러시앤캐쉬 관계자는 “처음엔 영업정지 처분을 수용하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행정상의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형사상 처분이 동시에 진행돼 행정처분 수용이 자칫 형사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정소송을 냈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행정 소송을 진행할 경우 처분 조치 이전과 동일하게 영업할 수 있어 당분간 서민금융에 공백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소득층 불법 사채시장에 눈 돌릴까?

이번 조치에 따라 기존 고객들의 혼란이 예상됐지만. 영업정지에 따라 제지되는 부분은 업체의 신규대출과 케이블방송 광고 노출등이 금지되는 것으로 해당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만기연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일부 저신용층이 이자율이 높고 관리감독이 허술한 사채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전체 거래자수는 247만명(대출액 7조5000억원)으로 해당 대부업계를 이용하는 고객은 115만명, 전체의 41.9%를 차지한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전체 8조6361억원의 41.9%(3조6225억원)에 이른다. 즉 일각에선 영업정지로 저소득층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부업체 이용자의 75%(지난해 6월 말)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다. 또한 돈이 급한 서민들 경우 기존 은행에서 실시하는 대출 단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광주에 사는 김 씨는 “대출이 급해서 은행에 갔지만 너무 복잡한 절차와 구비해야 서류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못하고 돌아왔다”면서 “단기간에 적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대부업체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금융권의 대출관련 정보부족과 대출 장벽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곳의 44.2%가 6등급 이상의 우량 신용자들”이라며 “신규 대출자의 70% 정도가 정기적인 급여를 받고 있어 거래고객의 불법 사금융 이용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어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및 한국이지론 등 공적중개기관을 활성화하면 자금공급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또한 금감원 관계자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서민금융상품 홍보 및 상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며 “경찰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하고 서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앤캐시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 금리가 대부업체들보다 낮은 게 아니다”면서 “또한 저축은행과 정부의 공적인 제도들은 절대로 서민들의 니즈를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업체 대출 콘셉트는 고객들이 낮은 금액을 담보 없이 짧은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그런 고객들은 불법사채를 이용할 가능성이 많다”며 우려했다.

대부업, 최고이자율 39%
서민에게 득?

이번 사건은 정치권이 법정 이자율 상한선을 2년 만에 49%에서 44% 그리고 다시 39%로 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6월말 대부업법상 최고금리가 44%에서 39%로 떨어진 이후 신규대출의 하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법정 이자율을 내린 이후 소액 대출 잔액은 불과 6개월 만에 8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들이 대손율을 낮추기 위해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신규 영업이 둔화되고 있다는 게 대부금용협회의 설명이다. 이번 4개 대부업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실제로 받음에 따라 신규대출 규모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대부업 시장의 붕괴를 유발할 것으로 자칫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학생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도록 조장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이용자들에게 불법행위를 만행한 대부업체들에 상당한 경고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는 긍정적인 입장도 나온다.

지금껏 대부업체에 대한 불법추심이나 이자율 위반 등 위법행위로 행정처분한 전례는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대부업체들이 저지른 만행들을 뿌리 뽑고자 하는 시도는 좋으나 한편으론 서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업체와 강남구청의 법정공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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