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민심 심각' 지도부 대거 방문길

민주당 거물 적극영입 틈새 파고들어 호남의 5월은 남다르다. 5월만 되면 호남, 특히 광주는5.18 의 상처로 가슴앓이를 하고, 그 고통을 통해 정치적 각성을 하곤 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호남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편에 철저하게 섰다. 그러나 총선 후 겨우 1년이 지난 지금 호남은 우리당에서 떠나고 있다. 그 흐름을 타고 한나라당이 호남에 정성을 쏟고 있고 민주당은‘고토(故土) 회복’을 외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목포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45.2%)가 당선된 것으로 쉽게 확인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호남의 우리당 지지율은 1년 전(62.1%)에 비해 25.3% 포인트나 하락해 36.8%에 그쳤다. 지난해 총선 이후 광역의원 이상 재보선에서 우리당은 7전 7패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의 우리당 의원들은 “바닥을 돌아봐도, 여론조사를 해봐도, 실제 재보선을 해봐도 암담함만 확인할 뿐이다”면서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멸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호남 도미노’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최근에는 광주·전북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여당 지도부는 17일 목포와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호남 민심 잡기에 들어갔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호남 걱정을 하고 있다. 작년 총선 이후 전남에서 치러진 세 차례의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전패(全敗)한 이후 생긴 현상이다. 전남에서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호남 민심이 우리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한마디로 “95% 이상 찍어주었는데 돌아온 게 뭐가 있냐”는 소외감이다.‘신(新) 호남소외론’이다. ◆ "해준게 뭐냐"?.... 떠나는 '호남 민심' 대선 공약인 호남고속철의 착공이 미뤄지고 있고 공공기관 이전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게 현지의 여론이다. 주민 1만여명이 23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는 것도 공공기관 이전에서 낙후도를 우선 배려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기에다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홀대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지역의 한 여당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런 식으로 홀대가 계속되면 중대 결심을…”이라고 했다고 한다. 현 정권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인사(人事)나 지역사업 등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신(新)호남 소외론이다. 신중식 의원(고흥·보성)은 “정권 초기 호남 출신 검사장 7~8명이 옷을 벗고, 신일순 대장이 5~6년 전 일로 날아갔다”며 “김완기 인사수석, 이용섭 혁신비서관 등이 있지만 모두 힘없는 자리고 힘 센 자리는 영남 일색”이라고 했다. 우윤근 의원(광양·구례)은 “인사나 공공기관 이전 문제 등이 쌓이면서 집권당으로서 신뢰를 못줬다”고 했다. 그러나 전남도당위원장인 유선호 의원(장흥·영암)은 “지역발전 문제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정무직 인사 평균을 내보면 호남 역차별은 아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우리당, “바닥부터 흔들린다” 기획위원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은“전남·광주는 51%가 민주당 쪽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자체조사에선 작년 3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고 한다. 바닥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여당 주변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이미 전남은 7:3, 광주는 6:4로 민주당 우세”라며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민주당으로 속속 넘어가는 것이 그런 방증”이라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이 열린우리당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의 단체장은 박준영 전남지사와 시장·군수 등 23명이다. 이 중 여당과 무소속은 12명으로, 대부분 작년 총선을 전후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들 중에 최근 “민주당에 남을 걸…”이라고 탈당을 후회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중앙당까지 전해지고 있다. 대응도 잘 안 되고 있다. 의원들끼리도 뜻이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총리가 ‘호남고속철 조기 착공 불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주승용 의원(여수 을)이 따지자, 다른 의원이 “총리에게 왜 그러느냐”고 하는 바람에 서로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역습 거물 적극영입 틈새 파고들어 이 틈새를 민주당이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몰려드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로 희색이다. 현재 전남지사와 광주시장 등 광역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22개 시?군 중 우리당 7곳, 무소속 5곳, 민주당 10곳인데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싹쓸이’ 전망마저 나온다. 특히 무소속 최인기(나주?화순) 의원의 민주당 영입도 성사단계에 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최근 전북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북은 의원 11명 모두가 여당 소속이다. 한 대표는 17일 오전 광주를 거쳐 이날 오후 여당 소속의 강현욱 전북지사에게 현안 브리핑을 받았다. 지난해 강 지사가 탈당한 이후 처음이다. 여당에선 “전북은 끄떡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전북도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의 신중식 의원은 “과거에도 호남 민심은 전남 해안에서 시작해 광주·전북으로 북상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현 상황을 방치하다간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민주당 바람은 서서히 전북으로 북상할 태세다. 16년째 표류중인 새만금 간척사업, 전남보다 홀대 당한다는 정서가 팽배한 전북도 우리당에서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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