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영업, 서민층 고객에게 수익 뽑아 유지?

VVIP 카드 고객 쟁탈전 ‘너도나도 혜택 듬뿍’ 적자 감행
카드사 “초우량고객 투자는 회사 매출 좌우하는 중요한 영업?”

서민 대상 고금리 현금서비스-카드론 수익 챙겨 초부유층 배불리기
금융당국, “VVIP카드 부가서비스 수익보다 많으면 제재 대상”

카드사들이 초우량고객(VVIP)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반면 서민들을 외면하고 있어 논란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카드사들이 상위 0.01%를 위한 VVIP 카드를 출시할 당시에도 여론의 평은 좋지 않았다. VVIP 카드 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서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짙어지고 이번 상반기에 한층 업그레이드 돼 출시되는 각 카드사들의 VVIP 카드가 문제로 대두되면서 금융당국이 제재하기에 이르렀다.

상품 경쟁력이 시장 주도권을 결정하는 만큼 카드업계들은 VVIP 카드에 심혈을 귀울여 초우량고객들을 유혹하기에 바쁘다. 올 해 상반기에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에서는 VVIP 카드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VVIP 카드의 연회비가 100~200만원에 그쳤다면 이번에 출시되는 카드는 50%인상된 300만원이다. 이에 따라 부가서비스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한편 카드사들이 연간 수 억원을 적자보는 영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을 늘려가며 초우량고객을 유치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서민층 고객들에겐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취해 적자를 메우고 있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VVIP카드 종류들

올해 카드업계들은 상반기에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한다. KB국민카드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초우량고객 전용상품인 ‘KB국민카드 슈퍼프리미엄 아멕스카드’를 이번달 말에 선보인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여행·레저 특화상품으로 △해외 컨시어지 서비스 등 해외 명소와 유명행사에 회원으로 초청 △미국 오스카·그래미상 참가 △해외 고품격 공연 관람권 등의 부과서비스를 갖고 있다.
VVIP 카드의 아버지격인 현대카드의 ‘블랙’은 리뉴얼에 들어갔다. 4월에 출시될 예정인 이 카드는 △공항 출국·입국 시 마중 및 안내 서비스 △수 백만원 대 와인 시음 △외국 유명 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명사들과 1대1 만남 등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제공한다.
이어 삼성카드도 아멕스와 제휴한 최상급 카드인 ‘블랙 센터리온’ 카드를 준비했다. 이 카드에도 △전 세계 1000여개 호텔 숙박권 및 할인 서비스 △24시간 전담 여행·출장 관리 및 상담 △무료 항공권 제공 등의 신선한 서비스를 갖췄다. 세 개 카드사가 준비한 VVIP 카드가 갖는 공통점은 연회비가 300만원이며 기존 연회비가 최대 200만원이었다는 점에 비해 50~150% 올라간 금액이다.
카드업계에서 초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VVIP카드에 주력하는 이유는 VVIP 고객에 대한 투자가 회사의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카드사는 불특정 다수의 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계층별, 연령별, 나이별, 직군별로 다양한 형태의 회원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타깃에 맞게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 한다”면서 “VVIP카드로 어떤 이득을 보고자 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에서 판단을 했을 때 VVIP카드는 수익에 많이 기여를 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영업 전략”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민 등골 빼먹는 VVIP카드 실태

하지만 실제로 VVIP 카드 회원이 카드사에 안겨주는 수익은 0%를 넘어 마이너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VVIP 카드의 수익구조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회원이 서비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카드사가 손해를 보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A카드사 VVIP회원이 매달 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은 평균 800만원을 웃돈다. 이에 카드사에 수입으로 들어오는 가맹점 수수료는 16만원 정도다. VVIP 카드의 주요 혜택은 항공관련 서비스인데, 7~8만원 정도를 다시 항공권 마일리지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면 카드사에 들어오는 수입은 연간 90만원 꼴인 셈이다. 연회비와 가맹점 수수료를 합친 수익(290만원)보다 나가는 비용(대략 평균400만원)이 많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서민층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20% 고금리 현금서비스와 대출(카드론)로 얻은 수익을 VIP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서민층 고객들에게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는 VVIP 카드가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사용을 독려하고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인하하며 서민들의 부담을 지우고자 하는 대책에 역행하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초우량고객들을 쟁탈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 됐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에서 VVIP카드가 출시 될 것처럼 보도를 했는데 아직 이쪽에서는 도입을 검토 중에 있어서 확실히 말하기가 애매하다”며 “기존에 있던 VVIP카드는 연회비도 60만원정도 되며 손익분기점에 맞게 카드설계를 하기 때문에 적자를 보는 상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타 카드사의 VVIP카드에 비해 자사의 연회비가 비싼 것도 아니며 그 규모에 맞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퍼주기 식 상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도 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에서 선보이는 VVIP카드는 초우량 고객들에게 퍼주는 카드가 아니다”며 “전년도 이용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객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합리적 수준의 수익 창출이 가능토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계, 도 넘어선 초부유층 대상 자산 유치 마케팅

이 같은 문제는 단연 카드사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권역별 금융사들까지 초부유층들을 잡기위해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한 PMW(Private Wealth Management)는 센터를 총 8곳까지 늘린다. 또한 새로운 VVIP 마케팅으로 자산이 최소 30억원이상인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PB(프라이빗 뱅커) 영업을 할 예정이다.
이어 삼성생명도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인 고객들에게 가문관리 서비스 ‘삼성패밀리 오피스’를 강남에 오픈할 예정이며 삼성증권은 30억원이상의 예탁금을 맡긴 VVIP에게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현재는 2천여명 고객들이 평균 40억원식 자산을 맡긴 상태다.
이같은 금융권의 초우량고객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서민층 고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기존 PB 영업은 현금자산 5억원이상의 고객들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자산을 확보한 서민들도 PB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VVIP를 모시기 위해 은행 예금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부동산 상속 증여 자녀교육 등 각종 서비스를 거의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PB영업에 대한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공식을 성립해 단편적으로 볼 부분이 아니다”면서 “금융권에서는 국내도 그렇고 외국에서도 수익기여도를 따져가면서 영업 전략을 세운다. 서민들에게는 그만큼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각 신용등급에 맞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권들 특히 카드업계들의 서민 외면한 VVIP 고객 유치 마케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식지 않자 금융당국은 주요 카드사를 대상으로 VVIP 카드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감독국장은 “카드사의 특정 상품에 대해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VVIP카드의 실태를 보고 부가서비스가 수익보다 많으면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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