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변질 등 피해vs화장품 알뜰 구매

보건복지부, 연이은 소비자 불만 접수 “샘플 판매 안돼”
일부 소비자, “누굴 위한 화장품법 개정안인가?” 불만 성토

화장품 개정안이 지난 5일부터 시행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화장품 샘플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고 화장품 업계는 박수치며 환영하는 눈치다. 하지만 알뜰하게 고가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었던 ‘알뜰족’에게는 일방적으로 샘플을 판매할 수 없게 법적으로 조치한 보건복지부의 대안이 아쉬움을 불렀고 이에 따라 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화장품 샘플 판매가 금지된다는 개정 화장품법을 지난 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는 판매 목적이 아닌 화장품의 홍보 또는 판매 촉진 등을 위해 미리 소비자가 시험하고 사용하도록 제조·수입된 견본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화장품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화장품 샘플 판매 금지”

화장품법에 대한 개정은 화장품 샘플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샘플은 제품을 홍보하거나 테스트 등을 위해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지만 일부 판매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유상 판매해왔다. 같은 용량을 정품으로 살 때보다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저렴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일부 마니아 층도 형성됐다.
하지만 화장품 샘플에는 사용기한이나 개봉 후 사용기간 등에 대한 표시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특히 기존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용량이 15ml 이하인 화장품은 제조일자가 표시되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아 이같은 샘플 판매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샘플 판매는 유통·경로가 확실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이뤄진 탓에 품질 보증도 되지 않자 소비자 불만 사례가 정기적으로 접수됐다.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관계자는 “이쪽에서도 화장품 샘플이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일부 개인적으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샘플을 파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피부가 예민한 소비자들의 경우 사용기간 경과 등으로 피부 트러블이 일고 피해사례가 발생했으며, 샘플의 위조품이나 모조품이 제작·거래됐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피해사례가 증가하자 보건복지부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샘플은 소비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나 일부 판매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유상으로 판매해도 이를 단속·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면서 “샘플은 화장품의 명칭 제조판매업자의 상호 외에 사용기한이나 개봉 후 사용기간 등에 대한 표시의무가 없어서 사용기간 경과 등으로 인한 품질 변질로 소비자 피해를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위·모조품에 대한 피해 발생을 예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가 시험·사용하도록 제조·수입된 샘플의 경우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고 밝혔다.

개정안 두고 의견 분분

화장품법 개정안을 두고 소비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ID가 오렌지인 네티즌은 “같은 품질인데 가격이 거의 70~80%가량 저렴해 알뜰하게 고가화장품을 사용할 기회였다”면서 “하지만 이제 서민들은 저가 화장품만 쓰라는 말이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오히려 없어서 못 팔정도다”면서 “그로인해 유통기한이 지난 샘플을 판매할 일은 거의 드물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광주에 사는 금융업계 종사자 공 씨는 “제조일자 표시가 문제가 된다면 샘플에 제조일자를 표시하면 되지 않느냐”며 “샘플을 구입할 수 없게 된 이상 일부 소비자들은 정품을 살 텐데 그 이득은 누구에게로 가는지…”라며 납득할 수 없는 화장품 개정안에 대해 쓴 소리를 가했다.
반면 고등학교 선생님인 김 씨는 “샘플을 유상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정상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며 “각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몇 년 동안 연구해 개발한 노력을 무시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관계자는 “샘플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 테스트로 사용해 보라는 취지로 고객들에게 제공 된다”면서 “특히 비매품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판매행위는 허락되지 않는다”며 샘플 판매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정체불명의 샘플을 구입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던 부분이 이번 개정안으로 그런 위험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 샘플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정품을 사야한다는 경제적 부담이 드는 건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견본이라는 것 자체가 무상으로 제공돼 체험용으로 제작된 것이고, 샘플 판매는 올바른 유통구조를 통해서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유상으로 판매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플을 싼값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이득을 얻지만 그만큼 무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며 “전체적인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샘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화장품법 개정안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요구했다.
그동안 샘플 화장품을 판매한 한 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화장품법을 개정했으니 따르는 수밖에 없다”며 “불만은 없다. 지금 업종을 변경해서 돈벌이 하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소비자가 불만으로 제기한 부분을 무조건 샘플 판매 금지로 종결지으려고 한 보건복지부의 대안은 일부 보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 진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개정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며칠간 ‘굿바이 샘플, 눈물의 땡처리’ 기획전을 열어 80~90% 인하된 가격으로 샘플을 판매했다. 놀랍게도 재고가 부족할 만큼 소비자들이 몰려 샘플이 품절되는 귀염을 토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섭렵하지 못한 화장품 개정안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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