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검이 16일 적발한 토지전문사기범 일당은 위조한 문서로 소송을 진행,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까지 받아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고문서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대검찰청 문서감정실 등 국가기관조차 정확한 작성연대 판정이 안된다는 점을 이용해 법원을 속이는 등 문서감정제도의 허점을 노렸다. 이들이 범행대상으로 삼은 국유지 등 200만평의 토지는 시가로 1천억원대에 달해 이들의 사기극이 중간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엄청난 국고 손실을 초래할 뻔했다. ◆치밀한 범행 수법 유모(60.무직)씨 등 일당 13명은 지난 99년부터 최근까지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소득을 일정 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총책, 토지 물색, 매도증서 위조, 소송 원고 수행, 소송관련 업무 진행 등 역할을 분담한 뒤 범행에 착수했다. 이들이 찍은 범행대상은 한국전쟁 당시 등기부와 지적공부가 멸실돼 국유화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토지들. 유씨 등은 이런 토지를 물색한뒤 정부기록물보존소에서 일제 때 작성된 토지조사부를 통해 당시의 소유자 이름, 거래가격 등 문서 위조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어 유씨 등은 고문서를 전문적으로 작성하는 필경사에게 일제 때 토지의 소유자가 소송 원고 역할을 맡은 일당의 죽은 아버지에게 판 것처럼 매도증서를 작성하고 여기에 등기번호와 당시 법원의 직인까지 찍어 정교하게 위조했다. 유씨 등은 또 거액의 수임료를 약속하고 변호사 조모(45)씨를 범행에 가담시킨뒤 법원에서 문서감정을 의뢰할 것에 대비, 문서감정사 김모(65)씨를 매수해 허위감정을 하도록 했다. 특히 이들은 6건의 매도증서를 위조해 이를 토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축적해나가는 등 학습효과까지 거두며 더욱 교묘하고 치밀하게 문서들을 위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허술한 문서감정제도 유씨 등이 범행에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자신들이 위조한 매도증서를 법원에서 진본으로 판정받는 것이었다. 유씨 등이 제기한 6건의 소송에서 법원은 17차례 위조된 매도증서에 대해 문서감정을 해 이 가운데 12차례 진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진본으로 판정받은 12차례 가운데 6차례는 유씨 등이 사설감정을 의뢰, 모두 진본 판정을 받았고 법원의 `문서감정인명단'에 등재된 감정사에게 감정을 의뢰해 진본판정을 받은 경우도 11차례중 6차례나 됐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산림청 소유 토지에 대한 소송의 경우 유씨 등은 2심 법원에서 매도증서에 대한 1차 감정이 `위조'로 판명나자 사설감정을 통해 `진본' 감정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법원에 2차 감정을 신청, 매수한 감정인 김씨에게 `진본' 감정을 받아 승소할 수 있었다. 문저감정사가 공인된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 대한문서감정사회에 등록만 하면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원은 감정인 지정자격을 `국가기관에서 5년이상 문서감정 경력이 있거나 이 사람에게 5년이상 연수를 받은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감정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근무경력만 내세우면 법원 지정 문서감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돼있다. 의정부지검 이원곤 검사는 "작성연대 허위감정의 대가는 2천만원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민사사건의 경우도 국가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감정사에 대한 국가공인자격제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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