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혁명'으로 시작, 3만 7천여명 사망자 발생, 4명 독재자 축출

▲ 계속 이어지는 시리아 민주화시위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기와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4명의 독재자가 이미 축출됐고, 아직도 진행 중인 나라가 많다.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이 지역 민중들의 처절한 절규는 ‘서울의 봄’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된 소위 ‘아랍의 봄’(Arab Spring)은 주변지역 17개 국가에서 3만 7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4명의 독재자가 권좌에서 축출되는 불운을 겪었다.


‘재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튀니지에서는 지난 1월 지네 엘아비디네 벤알리 대통령이 권자에서 쫓겨났고, 2월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냈다. 8월에는 42년간 최장수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가 반군에 의해 사살됐고, 11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33년의 철권통치를 끝내고 시위대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어, 장기 독재자들의 잇따른 최후가 예상된다.

‘끝나지 않은 전쟁’

이 시위의 열풍은 2011년을 기점으로 향후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지역도 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를 향한 갈망’, ‘독재자의 몰락’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특징되는 이 지역의 민주화 시위 즉 ‘아랍의 봄’은 1980년에 ‘서울의 봄’을 경험한 우리로서 그냥 흘려버릴 일이 결코 아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의 민주화 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튀니지는 지난 수년간 분쟁상태가 지속된 상태였으며,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독재 정권의 부패,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 등 갖가지 요인들이 뒤얽혀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힘든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정부의 부당한 노점단속과 뇌물요구에 항의한 모하메드 부아지지(당시 26세)의 분신자살은 반정부 시위에 도화선이 되었고, 결국 대통령축출로 이어졌다. 생활고와 독재 권력들의 부패가 오히려 혁명의 성공을 위한 원동력이 됐다.
30년간 비상계엄령에 놓여있던 이집트는 튀니지의 혁명에 매우 고무된 상태였다. “호스니 무바라크가 다음 차례”라며 그의 퇴진을 요구한 시위대는 결국 시위발생 18일 만에 대통령을 권좌에서 밀어냈다. 하지만 이집트의 혁명은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있다. 무바라크가 퇴진하면서 모든 권력을 군에 이양했는데, 이것이 또 다른 독재의 권력으로 변하고 있다. 군부는 의회를 해산하고 긴급조치법을 해체, 8월까지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민간정부의 수립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군인에 의해 ‘여자의 상의가 벗겨지고,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 군부에 반발하는 시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직은 미완성의 혁명이다.

이집트 혁명은 절반의 성공

‘아랍의 봄’은 최장수 독재자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지난 10월20일 서방의 지원을 받은 시민군에 의해 체포, 사살되면서 일단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 됐다. 2월15일부터 시작된 반정부시위가 내전으로 확대, 급기야 3월17일 UN에서는 결의안 1973호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정부군의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됐고, 프랑스, 영국, 미국은 정부군의 주요 시설에 폭격을 가했다. 이후 유럽의 27개국과 중동국가들도 결의이행에 참여, 카다피의 정부군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카다피의 정부군과 시민군 간의 리비아내전은 시민군의 승리로 끝났다. 외신에 의하면, 6,000 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혁명에 대한 대가로 너무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전국적인 반정부시위가 오래 지속된 예멘은 처음에는 헌법 개정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시위가 이루어졌지만, 나중에는 33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 변했다. 이후 계속된 시위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자 의회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정을 중지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하게 된다. 4월 걸프협력회의의 중재안에 따라 살레 대통령이 실각하는 대신 그 동안의 강력한 시위진압과정에 대해서는 면책권을 얻게 되었고, 6월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의 길을 떠남으로서 예멘의 민주화시위는 일단락되었다.
지금도 민주화시위가 계속 진행 중인 또 다른 곳이 시리아다. 부자세습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1963년부터 지금까지 계엄령을 유지시켜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왔다. 시위도중 수천 명의 사망자가 속출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고, 아랍연맹에서는 시리아를 제외시키는 등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제제를 하고 있지만, 아사드 대통령은 꿈쩍도 않고 있다. 최근 외신보도에 의하면, 아사드 대통령은 아직도 사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시위대 탓만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가 아사드 대통령의 ‘시아파’에 등을 돌렸고, 야권세력들이 시리아국가위원회를 구성, 반정부 시위를 더욱 강하게 함으로서 머지않아 아사드 대통령도 축출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은 민주화 시발점이자 종착점

이 외에도 알제리, 레바논, 요르단, 모리타니, 수단,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지부티, 모로코, 바레인, 이란, 쿠웨이트, 서사하라, 이스라엘 국경지역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주화에 대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곳이 없다.
‘아랍의 봄’ 영향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식량과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는 중남부 아프리카의 국가에서 많이 나타났다. 부정부패가 심하고, 독재 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서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다. 아시아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말레이시아, 몰디브, 미얀마 등 독재자의 부정부패와 부의 편중현상이 심한 나라에서 독재정권 퇴진과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도 또 다른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 이유는 블라드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다. 푸틴 전 대통령은 2번이나 대통령을 했고, 지금은 총리를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대통령을 하겠다는 푸틴의 욕심 때문에 러시아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쵸프 전 대통령도 푸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서 푸틴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푸틴은 지난 9월 세 번째 대선출마를 위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불법거래와 지난달에 개최된 총선에서의 부정선거로 향후 정권을 장악한다 할지라도 성난 민중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곧 정권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지역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기와 시위가 이렇게 커진 것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지역은 반드시 폭발할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을 지닌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9세기 서방열강들의 식민지배 통치와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대국들에 의해 국가와 국경이 형성되었다. 이들의 민족과 종교, 지리나 지형 그리고 문화는 철저하게 무시된 채 강대국들의 입맛과 편리함에 맞게 국가가 형성된 것이다. 단적인 예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국경선을 보면 대부분 직선으로 돼있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무시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대부분이 국가가 만들어진 초기부터 민족과 종교 간의 갈등이 매우 심했다. 그리고 1960-70년대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자기의 구미에 맞는 인물을 찾아 정권을 창출, 보호해 주다가 결국 이들이 나중에 독재 권력자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 유난히 독재자가 많이 있는 원인은 바로 미국과 구 소련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재정권의 역사성 평가

이 같은 외부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원인과 이 지역의 내부적 요인이 결합,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내부적 요인으로는 민족주의와 종교, 문화, 굶주림과 경제파탄 그리고 교육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은 다양한 종교와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리적 여건과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서로 간 교류가 적어 언어와 문화가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이 지역의 통합을 이루는데 지금도 커다란 장애요소로 남아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강대국들의 일방적인 국경 설정과 국가설립은 잠재적 폭탄을 심어 놓은 꼴이 되었고, 결국 지금에 와서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군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독재자들은 서로의 구미에 맞는 강대국들과 손을 잡아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강대국들도 이것이 굳이 손해를 보지 않는 일이라 여기고 오랫동안 묵인해줘, 이들 독재자들의 부정부패는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게다가 자연 파괴로 인한 국토의 황폐화로 물과 식량의 절대 부족이 야기되었고, 곡물가격의 급등과 식량의 무기화로 절대적 빈곤이 가속화되어 일반 국민들의 삶은 말 그대로 피폐화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의 정도는 계속 높아져 국민들의 민도와 의식은 깨어나기 시작했다. 독재정권의 부당성과 이들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한 가를 깨달은 것이다. 실제 분신자살로 ‘재스민 혁명’을 이끌어낸 튀니지의 모하마드 부하지지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할 수 없어 노점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의 공공연한 뇌물요구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과 부패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확대로 젊은 층 개개인들의 성취 욕구는 커졌지만, 현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독재자들의 통치방식은 장기집권으로 변화가 없어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었다. 즉 아날로그세대의 사고로 디지털시대의 젊은 세대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문제해결 주체는 해당 국가와 국민

그렇다면 현재 중동을 비롯한 아프리카지역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에 대한 열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주체는 무엇일까? 결론은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주체와 방법 모두 해당국민들이 찾아야겠지만, 원인을 제공했던 강대국들도 강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아프리카지역의 절대적 빈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강대국들은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과거의 방식처럼 자기의 입맛에 맞는 국가나 정권에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5월 프랑스의 도빌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아랍의 봄’을 극찬하며 ‘도빌 파트너십’을 약속, 요란스럽게 800억 달러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주화나 경제재건은 한낮 물거품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다.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찾는 것이다. 달아오른 열기는 식으면 처음보다 더욱 차가워진다. 달아올랐을 때 해결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감내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민중 위에 부정부패로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독재자들이 있다면, 이런 사실들이 결코 선진국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서울의 봄’이 ‘아랍의 봄’으로 그리고 ‘평양의 봄’으로 이어질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문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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