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본격…곤혹스런 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국회의원

이명박 대통령이 1년 2개월여의 임기를 남겨 두고 측근과 친인척들이 검찰의 칼날에 오르내리는 등 심각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가까운 친인척에 검찰의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레임덕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경제대통령이라는 명분마저 세계경제의 혼돈 속에서 국내경기가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희미해지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무엇보다 레임덕의 가장 큰 원인제공은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대통령의 친인척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구속) 회장이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 황태섭(74)씨를 고문으로 위촉해 수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처사촌 김재홍(72)씨도 퇴출저지 로비명목으로 유 회장으로부터 4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것은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30억 원을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윤옥 여사 사촌언니 김옥희씨에 이어 벌어진 일이다.

측근ㆍ친인척 비리로 얼룩진 MB 정권

여기다 청와대가 더욱 어려움에 처한 것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게도 검찰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씨가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가 구속된 이후 이 의원은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SLS 구명 로비의혹 사건은 수사가 진척을 보일수록 이국철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며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박 보좌관에 이어 전직 검찰총수까지 휘말리는 등 확대일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보좌관이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이 의원의 비리 개입 의혹도 확산되고 있어 임기 말 대통령 측근ㆍ친인척 비리 사태의 재연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상득-박영준’ 정권 실세를 정조준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는 서막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또 내곡동 사저 논란에 이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등 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의 징후였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보선 패배로 이 대통령은 사저 논란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차질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부산저축은행측 브로커 박태규씨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또 다른 최측근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한 기업인으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받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레임덕의 증후군이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레임덕 증후군 속속 드러나

또 국가정보원이 김정일 사망을 전혀 알지못한 채 정보기관으로써 존재감을 상실한 것과 한전 창립 50년 만에 처음이라는 정전대란은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노출하며 임기말 누수현상에 대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유럽순방 중에 장관들의 불참으로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임기말 현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권 이후 10여명의 고위직 인사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국민정서와는 이반되는 각료들이 ‘일을 잘 한다’는 이유로 등용되는 회전문 인사들의 순환도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인 시각을 주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인사정책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첫 조각 때 세 명의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데 이어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또 세대교체라는 의미를 부여한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두 명도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측근 중심의 친정체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 조기 레임덕에 징후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다 지난해 10월 50%를 넘어섰던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대까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12월 초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7.4%로까지 내려갔고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1.3%를 나타냈다.

대통령 국정수행 잘못 61.3% 응답

MB정부는 출범초기 747정책(7%성장, 국민소득 4만불, 세계7대 경제대국)을 앞세워 감세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재정지출을 줄이고 감세를 통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3.7%로 제시해 집권 5년 성장률 목표치 7%의 절반수준에 머물게 됐다. 지난해까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94%로 노무현 정부보다 1.02%포인트 높은 수치다.
거기다 고물가로 가계부채는 늘고 살림은 더 궁색해지는 처지가 되는 등 ‘경제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가 됐다. 심지어 MB노믹스 핵심인 감세는 지난 9월 여당 반대에 밀려 3년여 만에 포기했고, 한나라당은 이제 감세를 넘어 부자증세로 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거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3일 열릴 예정인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상정될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임기말에 친인척비리로 곤혹스러워했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5년차인 1997년 한보게이트로 차남 김현철씨가 구속됐고, 거기다 YS는 IMF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 김홍업, 김홍걸씨도 임기 5년차인 2002년 구속되는 비운을 겪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수사는 퇴임 후 이뤄져 2009년 친형 노건평씨가 구속됐으며, 권양숙 여사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노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 판박이?

일부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모두 집권 5년차 이후에 터진 반면 이 대통령의 경우는 집권 4년차에 틈이 생기며 이 대통령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며 레임덕의 가속화를 내다보기도 한다.
또 측근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한 상황에서 지도부 사퇴로 혼선을 겪다가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로 거듭나는 등 박 위원장의 전면 등장으로 이 대통령을 사면초가로 몰고 갈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입장임으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체제에서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불거진 문제를 다 떠안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앞으로 나서면서 차별화 행보를 펼치면 상대적으로 청와대의 무게감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자연스럽게 청와대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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