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에서 승리, 향후 추이 언제까지…

애플과 생사를 건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일단 승기를 잡는데 성공한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 생산 공세를 적극적으로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월 2일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한국명 고혜란) 판사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모델 3종과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루시 고 판사는 결정문에서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의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의 반론에 맞서 특허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irreparable harm)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일부 ‘유효성’ 증명 실패

한편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 세계 10개국에서 20건이 넘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록 가처분 결정이지만 세계 최대 전자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의 특허가 인정받지 못한 사례라 세계 곳곳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맞서고 있는 다른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법정 공방의 시작은 지난 4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노예처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발발했다.
그동안 네덜란드와 독일 법원 등에서 잇따라 패해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지난 11월 호주에서 승소해 분위기를 반전시킨 데 이어 이번에 미국에서도 승리함에 따라 향후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호주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1월 30일 갤럭시탭 10.1을 호주에서 팔지 못하게 했던 1심 법원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고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논리가 빈약하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번 판결과 관련해 크리스토퍼 카라니 미국변호사협회 디자인권리위원장은 최근 발간한 ‘BNA 특허·상표·저작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원천적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 삼성전자가 승소할 가능성을 미리 예고한 바 있다.

호주법원, 애플 디자인 특허논리 빈약 주장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애플 대변인은 “삼성전자의 노골적인 모방은 잘못된 것”이라는 종전의 코멘트를 되풀이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애플이 주장하는 것이 타당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특히 애플 디자인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삼성의 주장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승리했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것도 애플의 주 무기인 디자인 부분에서 네덜란드 법원, 호주 법원(항소심)에 이어 미국 법원까지 삼성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물론 독일 법원의 경우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해 삼성의 ‘갤럭시탭10.1’ 판매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제기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2월 8일 프랑스 법원의 판결과 ‘갤럭시 탭 10.1’의 호주 판매를 허용키로 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애플의 상고를 12월 9일 호주 연방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0(삼성전자)대 4’로 밀리던 삼성전자가 ‘2대 4’까지 맹추격 중인 가운데 향후 삼성과 애플의 글로벌 소송전을 전망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2월 8일 프랑스 법원의 판결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삼성의 주무기인 통신 특허를 인정해 애플의 주력모델인 ‘아이폰4S’의 판매를 금지시킬지의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특히 12월 9일로 예정된 호주의 경우 최초로 대법원까지 올라온 소송전인데다 지금까지 금지된 ‘갤럭시탭10.1’의 호주 내 판매가 재개될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유리한 고지 선점?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스마트기기를 둘러싼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기 전 로열티 협상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월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1월 삼성에 터치스크린 화면의 문서 스크롤 기능에 관해 로열티 협상을 먼저 제안했다.
이후 협상은 결렬됐으며 5개월이 지난 뒤 애플은 삼성 제품의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미국 내에서 특허 소송을 걸었다. 애플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이전에 협상을 시도한 문서 스크롤 기능이 아닌 삼성 제품이 애플의 디자인·설계와 유사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새너제이 지방법원이 지난 2일 삼성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문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실수로 비공개 처리된 부분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법원은 공개 4시간 만에 실수를 발견하고 새로운 판결문으로 교체했지만 이미 일부 언론이 파일을 내려 받은 뒤였다. 또한 애플은 삼성의 매출 증가가 자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시장을 잠식한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전에서 미국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며 애플이 수세로 몰린 가운데 두 회사의 크로스 라이센스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통신표준 특허로 애플 압박도

지난 12월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법원에서 애플의 의장특허 공격을 막아낸 데 이어 특허 침해여부 판단이 비교적 명확한 통신표준 특허로 애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협상에서 보다 많은 카드를 쥐게 됐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관계자는 “두 회사의 소송전은 3심까지 가서 반드시 판매금지를 얻어내겠다는 총력전의 의미보다는 기업 이미지 강화와 협상을 위한 기싸움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판결보다 미국 법원이 애플의 아이패드가 주장한 특허를 신규성이 없다고 기각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애플로서는 협상 카드가 무력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두 회사가 크로스 라이센스 협상을 진행할 때 삼성전자가 3G 표준 특허라는 비교적 판단이 명확한 무기들을 지닌 데 비해 애플 측은 특허무기가 무력화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삼성전자가 쥐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앞으로 두 회사 간 물밑 협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다가 타결에 이르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단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내년에 있을 본안 소송에서도 삼성 제품의 독창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 한다”며 “애플의 판매금지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갤럭시에스 시리즈 스마트폰 생산량을 확대해, 애플과의 격차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3/4분기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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