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쓰나미’, 정치권 강타

정치권을 덮친 안철수 쓰나미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한지 5일 만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출마 소식에 조용히 뜻을 접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출마설이 제기된 후부터 불출마 결정을 밝히기까지 5일간의 여파는 여전히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정치권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던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민 좀 했을 뿐인데

 

그동안 거듭됐던 정치권의 영입 제안에도 고개를 내저었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한다는 소식에 정계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안철수 교수는 자신의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어떤 사회적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고민 중의 하나지만 깊은 수준의 고민은 아니라는 말로 고민 중임을 드러냈다.

안 교수는 특히 서울시장이 됐을 때 바꾸고 싶은 것에 대해 전시행정을 꼽았다. “하드웨어, 즉 보이는 것만 하다 보니 해킹을 당하거나 문제가 많고 복구비용이 초기 투자보다 더 든다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하지만 편하게 살 수 있는, 영어로는 인프라일 수 있고 소프트웨어일 수 있다. 서울시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전체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4일에는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고민의 초기단계라며 당황스럽지만, 고민을 더 해 결심을 해야 될 것 같다는 말로 한발 더 나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일 안 교수는 그간의 고민을 접고 “5일이 거의 1년 같다. 5일 동안 시장 문제 충분히 고민해서 결론 내렸다며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교수가 불출마로 가닥을 잡기까지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역할이 컸다.

같은 시기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던 데다, 박 상임이사가 아름다운재단을 만들 때 안 교수가 재단이사를 자청하고, 아름다운재단의 행사가 있을 때는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을 동원해 참석할 정도로 돈독했던 사이인 두 사람이다.

 

박원순 밀어드린다

 

그런 박 상임이사가 안 교수에 앞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 교수는 출마 여부 결정의 가장 큰 고민으로 박 상임이사를 꼽으면서 박 상임이사를 만나고 출마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로 그 분이 원하시면 그 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말로 본인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 박 상임이사를 도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안 교수와 박 상임이사의 회동 후 안 교수의 발언은 실제가 됐다.

안 교수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불출마와 박 상임이사로의 후보단일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적 친분으로 인한 양보는 아니었다. 안 교수는 어느 누구도 민심을 쉽게 얻을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박원순 변호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시민 사회를 위해 노력하신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실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안 교수가 던질 뻔 했던 새로운 정치적 시도는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가 5일간 보인 행보가 준 파급력은 핵폭탄급이었다.

안 교수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함과 동시에 기존 여야 후보들을 압도하는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정치권은 패닉상태에 처하게 만들었다.

안 교수의 영향력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보수, 진보의 대립구도에 대한 피로감’,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이유로 꼽았다.

 

기존 정당에 문제 있다

실제 안 교수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할 때 당적을 가지고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비판적인 입장이라며 많은 사람이 (기존 정당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안 교수가 대표했던 것.

또한 목말랐던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이라는 점도 안 교수의 행보가 준 파장에 힘을 실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해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기 대선주자군에 올라 박 전 대표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인 것이나 최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 모두 새로운 인물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여태까지의 대중이 보아왔던 안철수 교수정치인 안철수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도 안 교수가 정치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밝히고 이를 그를 지지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로부터 평가받은 후에야 가능한 일이라며 그의 서울시장 불출마 결정은 다소 아쉽지만 정치적인 부분에 무방비한 상태로 세치 혀의 총, 칼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나서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이었지 않나고 평가했다.

 

대권 경쟁서

 

안 교수의 정치적 파급효과는 그의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에도 불구, 당분간 지속적인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더니 급기야 한발 앞섰기 때문이다.

7일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안 교수가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42.4%의 지지를 얻어 40.5%를 기록한 박 전 대표보다 1.9% 포인트 앞섰다. 또한 CBS와 리얼미터의 같은 날 여론조사에서도 43.2%의 지지율을 기록, 40.6%를 기록한 박 전 대표보다 2.6% 포인트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안 교수는 대권도전과 관련한 질문에 가당치도 않다. 사실 생각해 볼 여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앞선 지지율에 대해서도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좌파의 정치쇼라는 비판과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자성, 우려의 목소리가 혼재돼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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