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내부고발자 색출나서” vs 사측 “음해성 주장”

동서발전, 지경부 공무원에 디지털액자 돌린 사실 두고 양측 대립
노조 상대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신청 이어 고발…노조, 시위 돌입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 노사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동서발전노조는 사측이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당진화력 9,10호기 착공식 기념품으로 고가의 디지털액자를 전달하려다 국무총리실 감찰팀에 적발됐다는 내용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렸다.

그러자 사측은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최근 소송을 걸면서 노사간에 대립 수위가 점차 올라갔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일련의 사태와 관련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겠다고 혈안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쉽게 풀어지기 어렵게 됐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월에 벌어졌던 당진화력 9,10호기 착공식에서 배포했던 기념품에서 비롯됐다. 동서발전노조의 상위단체인 민주노총 한국발전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개당 18만원짜리 디지털액자 등 총 2800만원의 기념품을 구입했다. 발전노조에 따르면 동서발전 직원A씨 등은 지난 6월초 과천 정부종합청사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실 공무원들에게 총 28개의 디지털 액자를 전달하다 국무총리실 감찰팀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

"디지털액자, 사장 연임을 위한 뇌물"

이에대해 발전노조는 8월 23일 “사장 연임을 위한 뇌물”이라고 주장한 반면, 회사측은 “기념품 구입건은 본부 산하 건설처장이 최종결재권자로 사장은 기념품 구입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사장 연임을 위한 로비활동을 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발전노조측은 기념품이 사장연임을 위한 사장 연임과 관련된 부서인 지식경제부 직원들에 대한 로비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발전노조 “이번 사건은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이라며 “그간 단 한번도 개당 18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기념품을 제작했던 적이 없으며 더구나 고가 물품을 대량 제작하며 배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발전노조는 “회사는 공무원행동강령에 3만원 이상의 물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에 위반하여 6배나 초과하는 기념품을 전달한 것은, 그것도 사장연임 여부 결정을 앞두고 배포한 것은 뇌물이라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는 회사 내부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회사이미지(사장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긴급구매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이 사장은 뇌물청탁 관련해 관련부서장을 해임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본사로 발령 내어 승진코스를 밟게 하였고 정부에 해임시켰다고 거짓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주장했다.

이어 발전노조는 “오히려 동서발전은 자신들의 비리행위가 폭로된 뒤 곧바로 사내 포털넷에서 회사문서를 검색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어느 부서에서 회사문서가 유출됐는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 노조원 검찰 고발

발전노조가 이와 관련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실제 사측은 지난 8월 3일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갖고 이를 악용해 허위 사실 조작유포, 유해성 비방을 대내외에 무차별적으로 난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자들은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인기를 포기한 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음’, ‘노무담당 및 홍보담당부서는 직원과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자들에 대한 대응방안을 즉시 시행함은 물론, 명예회복을 위한 추진방안을 수립해 주기 바람’이라고 기재됐다.

또한 “회사 간부들은 내부비리를 고발한 책임을 물어 김대황 동서발전노조 본부장을 해고조치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니며 고의로 가족의 귀에 들어가게 만들어 가정파탄까지 유도하는 비인간적인 협박을 일삼은 한편 징계절차를 밟기 위한 출석요구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발전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발전노조 동서본부장 등 2명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두 사람은 지난 8일로 잡힌 감사실의 1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9월 2일 특별징계심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동서발전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민주노총 발전노조과 김대황 노조 동서발전본부장, 김호 동서발전본부 동해화력지부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동서발전은 ‘공기업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범죄자’, ‘공기업 사장이 정부를 능멸해 거짓보고를 자행’과 같은 표현을 예로 들며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현수막·피켓·유인물 게시·배포, 인터넷 게재·이메일 발송·언론매체 제공 등을 금지해야 한다”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동서발전은 가처분신청서에서 “발전노조가 기념품 제공 관련 허위사실을 개별적으로 또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론에 전달함으로써 기사화하게 하고 노조 홈페이지에 이를 게시해 동서발전과 이 사장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서발전은 최근 노조 관계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고 발전노조는 밝혔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내부고발자 색출을 통한 노조탄압’이라며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장, 홍보성 외유 가”

발전노조는 뇌물 의혹에 이어 홍보성 외유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노조는 “이 사장이 오는 10월 27일 3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을 약속받기 위해 홍보성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동서발전 직원들이 지난 6월 14일 지식경제부를 상대로 뇌물성 고가 전자액자를 배포하다 국무총리실에 적발돼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이 사장은 예정에 없던 일정을 급조해 홍보성 외유를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16일 인도 뉴델리에서 사하라 그룹 계열사인 사하라파워와 향후 7년 이내에 총사업비 90억 달러(약 9조6600억원), 6000㎿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이종훈 노조 정책실장은 “전자액자 배포가 알려지자 노조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까지 들어왔다”며 “이 사장이 코너에 몰리니깐 당장 성과가 나지 않은 MOU를 빌미로 마치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처럼 해외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황 동서발전노조 본부장은 “이런 사태를 맞아 맞소송 검토는 물론 언론과 국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10월로 임기가 끝나는 이 사장의 연임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막했다.

반면 회사측의 입장은 달랐다. 노조의 연임을 위한 로비물품이라는 주장에 대해 당진화력 9,10호기 착공식에서 배포했던 것은 건설공사 착공을 기념하기 위한 통상적 기념품임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직무권한상 해당 기념품 구입건은 당진화력본부장 예하 건설처장이 최종결재권자”라며 “사장은 기념품 구입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적발 이후 승진발령 조치의혹에 대해서는 “관련부서 2명에 대해 무보직 처분하고 관련 직원 6명에 대해 경고 처분했다”며 “본사로 발령 난 처장은 지휘감독의 책임을 물어 무보직후 일정기간 경과하여 보직발령했다. 처장급에서 팀장급으로 하향 보직발령”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부고발자 색출 의혹에 대해 “복수노조 체제에서 조합원 탈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전노조가 음해성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전노조는 이번 사측의 조치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맞소송 검토는 물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발전노조는 지난 11일부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이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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