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승부수로 대선고지 넘본다

오 시장의 정치 명운이 걸린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이번 주민투표, 민주주의 도약 분수령 될 것” 자신감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의 가짜 논란 거세지면서 위기감 고조 
한나라, “중앙당 차원 지원 없다”…오 시장, 사면초가에 빠져

이른바 ‘복지포퓰리즘 추방’을 전면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정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반대 투표’에 정치 명운을 건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서울시민들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여기에 소속당인 한나라당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서명부에 대해 ‘가짜’서명 논란이 불거지면서 향후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어수선하고 불리한 상황에 굴하지 않으려는 듯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13일 “망국적 유령인 복지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복지포퓰리즘, 망국적 유령”

최초의 서울시 재선시장이기도 한 오세훈 시장은 이날 민선5기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상복지포퓰리즘이 나라의 곳간을 비우고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80만 시민은 주민투표라는 현명한 판단을 해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독재는 누구나 다 나쁜 줄 알고 맞서지만 국민을 현혹하는 대중영합주의는 누구도 선뜻 반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은 실로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서명부에 대한 검증에서 유효 서명자 수가 청구요건을 충족하면서 주민투표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한 언급이다.

오세훈 시장은 더 나아가 “이번 주민투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도약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존경하는 선진국으로 가느냐, 그리스처럼 국가재산까지 팔아야만 하는 비참한 길로 가느냐의 여부가 주민투표 결과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아울러 “개인의 앞날에 놓인 수많은 변수도 대한민국 복지이정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정의 앞에 모두 내려 놓겠다”며 상당히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은 “자립·맞춤·참여·예방 철학을 기초로 한 서울형 그물망 복지야말로 무차별적 퍼주기로 서민 몫을 빼앗는 무상복지의 대척점에서 저소득층의 실질적 자립을 유도하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진짜 친서민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당당하게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일자리 복지가 최고의 복지”

또한 주택문제에 대해 오 시장은 “2020년까지 최소 72만호의 주택을 공급해 ‘집 걱정 없는 서울 만들기’에 나섰다”며 “2020년이면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현재 5%에서 10%까지 확보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에 육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의 미래 비전인 ‘서해뱃길’과 ‘한강예술섬’ 사업은 어떤 정치공세 속에서도 중단 없이 추진해 서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먹을거리를 지켜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오 시장은 “일자리 복지가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 아래 서울시 전 조직이 일자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 최소 3만5천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 올해 26만 여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오 시장의 취임 1주년 기념사는 자화자찬과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허황된 현실 인식과 시의회를 경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는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음을 확인해줄 뿐이다"고 논평했다.

한나라, ‘오세훈 거리두기’?

오세훈 시장의 강력한 의지천명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1년 가까이 진행된 서울시 초·중학교 무상급식 논쟁과 관련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지난 7월 12일 재확인했다.

이러한 방침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서울시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승리를 위해 총력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중앙당 차원의 지지까지 기대했지만 다시 난감한 처지에 바지게 됐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지난 7월 11일 오전 서울시당 당사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주민투표 지원방침을 결정했다. 승리 가능성을 낮게 보며 우려하는 분위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았던 주민투표 관련 입장을 총력 지원하는 것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총선·대선에서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시당 위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준표 신임 당대표가 당 차원에서 무상급식 반대 투표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고 나경원·원희룡 두 최고위원이 당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서울시는 시당에 이어 중앙당 차원의 지원까지 기대하며 들뜨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음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문제는 서울시당이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는 게 의원들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홍 대표의 지원검토 발언에 대해서도 “홍 대표도 서울시당 소속인 만큼 발언에 대해서도 그 차원에서만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발언 파급을 차단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 문제는 다른 지역과 서울시당의 입장이 다르고 법률적 문제도 있어서 중앙당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앙당이 아닌 서울시당 차원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과의 전면전

실제로 경기도당은 서울시당과는 달리 전면 무상급식과 관련해 야당과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 차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적극 돕는 것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투표 참여를 홍보하는 등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가 주민자치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 선관위가 주민투표운동의 범위를 유권해석 중이다. 당이 나서 위법 행위를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내년 총선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효 투표율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투표에 패배했을 때의 후폭풍도 함께 고려됐다. 중앙당 차원에서는 거리두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 실시될 주민투표를 앞둔 오 시장은 “복지포퓰리즘을 막아내기 위한 보수세력의 낙동강 전선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자신의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서울시당 차원의 부분적 지원에 만족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편 이날 서울시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민투표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서명부에 대해 전산 확인 등 자체 검증작업을 한 결과, 청구인 81만5,817명 중 67.2%인 54만8342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무효 서명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유효 서명자 수 논란이 일었지만, 서울시는 주민투표 청구요건인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5%인 41만 8,005명 이상을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리서명이나 명의도용 등 청구인 서명부 모집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서명부 열람에서 나타난 16%의 무효 서명은 물론 전산자료 검증까지 더해지면 30~40%가 무효서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미경 서울시 민주당 의원은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50% 이상이 불법무효 서명으로 나타날 것이 명확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를 강행한다면 복지포퓰리즘 추방 운동본부와 서울시 공무원을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투표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석호 서울시 민주당 의원 역시 “대리서명·명의도용은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이번 친환경무상급식 반대서명은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7월 말 변호사·교수·시민단체 대표 등 11명으로 구성된 주민투표청구심의회에서 주민투표 수리가 확정될 경우 공표 일부터 7일 이내에 주민투표일과 주민투표안을 발의·공고하게 된다. 발의일로부터 20~30일 범위 안에서 서울시선관위와 협의를 통해 투표일이 결정되고, 8월말 경 주민투표가 실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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