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최대주주들이 전당대회에서 뭉치나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상득-이재오 계파간 갈등 표출
차기 당권 걸린 7월 전당대회 앞두고 화해무드 조성 분위기
최근 양측 회동에서 “전당대회 얘기 없었다”며 확대해석 경계
“친이계가 단합, 구주류 중 수도권 소장파 지지할 것”소문 무성

‘갈등 관계’를 보여온 이상득-이재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의 주역인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의 밀약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거리감을 내비쳤던 이들이지만 차기 당권이 걸린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화해 분위기가 감돌면서 ‘친이계의 통큰 연대’에 대한 관측이 커져가고 있다.

친이계가 다시 한 번 비상의 날개를 펼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만사형통’ ‘상왕’으로 불린 이상득 의원과 ‘정권의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의 밀약설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동지일까 적일까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친이계를 지탱하는 두 축이다. 그러나 정권 출범 후 이들의 사이는 ‘협력’보다는 ‘견제’에 가까웠다. 이명박 대통령을 돕기 위해 친이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서로에 대한 견제로 좀처럼 가까워지지는 못한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였던 것. 종종 친이계 내부의 갈등이라는 잡음을 노출하기도 했다. 

가까이는 지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그랬다.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의 출범은 소장파와 친박계의 연합전선에 이상득계가 힘을 실어주면서 실현 가능했다. 이상득계가 이재오계의 지원을 받았던 안경률 의원을 선택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12일 이 의원과 이 장관이 회동했다는 소식이 정가에 전해진 것. 

이군현, 권택기, 김용태, 안형환, 원희목 의원 등 친이계 모임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15명이 함께한 이날 모임은 정치자금법 위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친이계 공성진, 현경병 전 의원을 위한 위로연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위로연으로 넘기기에는 이 의원과 이 장관의 발언이 ‘묘했다’. 이 의원과 이 장관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 전체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이 의원은 “수도권이 어렵다고 하는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스스로 ‘진다’고 하며 패배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고 친이계를 독려했다.

갈등관계에서 벗어나나

이 장관도 “수도권에서 진다고 생각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며 “정치는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므로 미리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친이계의 화합을 주도한 이들의 모습은 곧 지난 원내대표 경선 후 “친이계 실세들의 사이가 멀어진 것 아니냐”고 했던 정치권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에 화해무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실제 이날 이 장관은 이 의원을 “형님”으로 부르며 각별히 예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 차기 당권이 걸린 7월 전당대회와 연계, 묘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친이계의 두 실세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계의 결속을 도모키 위해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모임을 함께 한 이들은 “이번 모임은 최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공성진, 현경병 전 의원을 위로하는 자리였다”며 “전당대회와 관련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의 만남은 소장파와 친박계의 ‘연합군’이 당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계 구주류의 ‘역할론’이 고개를 든 것이라는 게 정가 인사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박근혜 대항마는 누구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 장관이 꾀하고자 한 것은 ‘박근혜 대항마’였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발을 우려, 이 장관은 일찌감치 전당대회와 거리를 뒀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현행 당헌당규대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전당대회 출마로 무산됐다.

굵직한 인사들이 빠지면서 친이계는 ‘마땅한’ 카드를 빼들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정두언 의원 등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원희룡 전 사무총장, 나경원 전 최고위원 등만 출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소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니 후보간 합종연횡과 계파간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처럼 친이계의 ‘후보단일화’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계의 실세들이 한 자리에서 내년 총선, 대선을 운운하며 ‘수도권’을 강조한 것이 차기 당권을 쥘 인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구주류 중 수도권 소장파를 지지할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손잡은 이유

정치권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대선을 두고 친이계 내부의 갈등이 깊어지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을 뭉치게 한 것”이라며 “소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정리키 위해 움직인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정치적 스타일도 차기 대권에 대한 생각도 여러모로 다르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지만 이 장관은 ‘박근혜 대항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총선,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될 상황에서 친이계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2일 회동에서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주류니, 비주류니 신경 쓰지 말고 현 정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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