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인수 참여설' 모락모락

현대중공업이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 인수 참여 유력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장기표류하던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이르면 오는 21일 하이닉스 매각을 공고하고 내달 초 인수의행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그동안 잠잠했던 하이닉스가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8일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현재까지는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과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 공시에 대해 강한반박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하이닉스 매각’이라는 긴 터널은 지난 2008년 9월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매각결의 안건이 가결되면서 시작됐다. 2009년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자금조달능력논란과 이명박 정부의 사돈기업이라는 특혜시비가 불거지면서 결국 인수의향 철회를 선언했다.
이후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2010년 초 다시 한 번 매각공고를 냈지만 당시 시장엔 현대건설, 대우인터네셔널 등 대형매물에게 밀리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현대중공업이 관심(?)을 보이면서 번번이 매각실패로 끝났던 하이닉스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수자 부담 낮추기

하이닉스 채권단 쪽은 하이닉스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수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 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구주와 신주 발행을 통한 매각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지분 15.0%를 원매자에 모두 넘기지 않고, 신주 인수와 구주 매각을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중인데 예를 들면 인수자는 채권단이 보유중인 15%의 지분 중 5% 또는 10%만 인수하고 발행 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하이닉스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인수자 입장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신주를 발행해 사들이면 가격부담을 덜 수 있고,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수 대금이 모두 채권단에게 유입되는 구주 매각 방식과 달리, 신주발행을 하게되면 매각 대금을 하이닉스에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이 된다면 채권단에 ‘잔여지분처리’가 난제로 남는다. 채권단은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입찰에 앞서 후보자들에 인수 가격뿐 아니라 인수 방식 등도 제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많은 후보자를 인수전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수의향서를 낸 후보자들이 인수 방식과 가격을 써내면 구체적인 조건을 비교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현대가, 옛 영광 되찾나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의 유력 후보로 꼽히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현대중공업의 하이닉스 인수설은 지난 2009년부터 업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조선업 특성상 자금력이 풍부한데다, 전기와 전자사업을 내세운 현대중공업과 하이닉스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조선주 업황 회복 등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사업적 측면에서도 조선업 외에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그린에너지 사업부 등으로 분야를 다변화해온 ‘현대중공업’과 반도체 특히 D램 시장 세계 2위인 ‘하이닉스’가 만날 경우, 태양광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하이닉스의 전신이 ‘현대반도체’라는 점에서 그룹의 정통성을 살린다는 ‘명분’ 또한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을 시작으로 2008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옛 현대가의 영토회복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가의 부활, 사업시너지라는 메리트가 분명하지만 수조원대 인수비용은 물론이고 시설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점, 또 반도체 산업이 경기에 민감해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 인수 후 그룹 전체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가총액이 17조원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액 12조 986억원, 영업이익 3조원 가량을 달성한 하이닉스지만 들쑥날쑥하는 반도체 경기 특성과 인수 후 반도체 사업의 막대한 투자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않고 가야 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측도 신중한 입장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를 여전히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