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격 인상, 일감몰아주기, 동서보리차 담배꽁초 등 악재

3세 김종희 상무, 최근 증여-매집 등으로 동서 지분 6.26%
업계 “집중적 주식매집 경영권 승계 위한 포석 아니냐” 지적
커피가격 인상, 일감몰아주기, 동서보리차 담배꽁초 등 악재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의 전형적인 방법, 도덕성 타격 입나?

국내 인스턴트 커피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커피왕국’ 동서가 3세 경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갖가지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로 창립 43주년을 맞는 동서식품은 비상장사로 실질적인 지주회사는 동서로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아들 김상헌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며 2세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의 장남 김종희씨가 동서의 경영지원부분 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의욕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3세 경영체제 준비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3세 경영을 앞둔 동서그룹이 커피가격 인상부터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연이은 악재가 쏟아지면서 경영승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서는 지난 5월1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조713억원으로 코스닥 10위 기업이다. 6년간 시가총액 20위 순위권 안에 든 알짜기업이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배당금도 김상헌 회장은 130억원, 김석수 회장은 72억원을 받아 국내 상장기업 오너 배당금 순위 각각 8위, 25위를 기록했다.

장남의 대권 향한 행보

최근 김 회장의 장남 김종희씨가 동서의 경영지원부문 상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의욕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조만간 오너 3세 경영승계가 이뤄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종희씨는 2월 8일 부친이 회장으로 있는 동서의 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김 상무는 지난 5월 19일까지 총 680억원을 투입해 2001년까지만 해도 1.22%였던 동서의 지분율을 6.26%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1일 김 상무는 아버지인 김 회장으로부터 주식 80만주(282억4천만원) 증여받아 3%가까이 동서 지분율을 올렸다.

김 회장이 증여해준 주식을 제외해도 김 상무는 단독으로 397억 2천만원을 주식매집에 투입한 것이다.
동서의 경우 지난 5월 19일 현재 최대주주인 김 회장을 비롯해 가족들의 지분율이 68.4%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 김 회장은 33.84%, 동생 김석수 20.13, 장남 김종희 6.28%로 60.23%에 달한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아들들인 동욱, 현준씨는 각각 0.99%, 092%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상무의 집중적인 동서 주식의 매집에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김 상무의 경영 승계 작업이 발목을 잡히는 일이 생겼다. 바로 커피가격 인상이다. 지난 4월 25일 동서는 커피가격을 최대 9.9%나 인상했다. 정부가 높은 물가 때문에 관리에 들어간 상황에 인상을 보류하는 다른 업체와는 다른 행동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합작기업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살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동서식품의 지분 50%는 미국계 식품회사인 크래프트푸드사가 소유하고 있다.

원가부담? 이익은 가장좋아

서민의 대표적 기호식품인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10% 가까이 오르자 소비자의 반발이 거셌다. 특히 동서식품은 국내 인스턴트커피 점유율이 약 80%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커피 원두가격이 최근 1년 사이 123% 올라 원가부담 때문에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게 동서식품의 입장이지만 지난해 영업실적은 오히려 좋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원가 부담을 겪었다는 동서식품은 영업이익률이 15.3%로 최근 3년간 가장 좋았다. 당기순이익률도 12.5%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8032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 초부터 동서식품은 지주회사격인 ㈜동서와 계열사인 동서물산을 통해 오너일가가 소유한 땅을 공시지가보다 두배 이상 비싼 값에 사들여 오너일가를 ‘부당하게’ 배불렸다는 비판도 다시금 나오기 시작했다.


동서와 동서물산이 지난해 1월 김상헌 회장과 그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공동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천리의 땅을 공시지가보다 2.5배나 비싼 가격에 사들인 것인데, 야산의 땅을 비싸게 매입해 오너일가에게 ‘부당이득’을 줬다는 게 문제가 됐다.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고 주변으로부터 의혹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을 위한 이미지 작업에 타격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커피와 함께 동서식품의 대표상품으로 평가받는 동서보리차 제품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다는 점도 동서식품이 올해 겪고 있는 우환 중 하나다.

지난 4월27일 식약청은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식품에 이물 혼입된 경우가 930건에 달한다며 이 중 동서식품의 보리차 티백에서 담배꽁초가 적발됐다고 공표했다. 예전 동서의 현미녹차에서 벌레가 나온 것에 이어 커피 이외의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온 건 두번째 사례.

당초 담배꽁초가 발견된 시기는 작년 10월이었지만 식품위생법상 외상을 입힐 수 있는 위해물질에 포함되지 않아 식약청은 즉각 공개하지 않다가, 올 들어 담배 성분에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공개방침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경우 제조단계에서 생산시설 파손 등으로 인해 혼입되는 경우가 있지만, 담배꽁초 경우엔 이와 달라 동서식품이 직원·시설 위생 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 아니냐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터져나왔다. 이 문제는 김종희 상무이사에게 가장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몰아주기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성제개발과의 거래 부분이다. 관계사에 대한 매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3개사 중 동서유지나 동서물산의 경우 오너일가 친인척의 지분보유여부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반면 성제개발은 동서그룹의 오너인 김상헌 동서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자녀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80.25%를 가지고 있어 개인회사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월 현재 성제개발의 최대주주는 김상헌 동서 회장의 아들로 오너일가의 3세에 해당하는 김종희 상무다. 김 상무의 아버지인 김상헌 동서 회장은 성제개발 지분 32.98%를 2010년도에 김 상무에게 증여했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성제개발 보유지분 23.93%를 아들 김동욱 김현준 씨에게 각각 13.0%, 10.93%씩 분산증여했다. 그 외 김상헌 김석수 회장의 아버지이자 동서그룹의 창업주인 김재명 명예회장이 성제개발 지분 21.61%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김종희 상무가 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동서그룹의 몰아주기가 심해졌다는 점이다.

관계사 매출비중 90.8% 껑충

2007~2009년까지 성제개발의 총매출액 중 관계사 매출비중은 각각 44.3%, 32.4%, 54.2%로 평균으로 따지면 5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상무가 대주주가 된 이후인 2010년에는 관계사 매출비중이 90.8%로 껑충 뛰었다.

이같은 동서그룹의 행태는 3세 승계를 위해 승계당사자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2, 3세가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하는 건 전형적인 편법승계 수법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식은 계열사를 동원해 얻은 이익을 2, 3세에 넘겨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증여에 해당한다는 지적이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법승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종희 상무의 오너 승계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 때문에 자칫 김 상무가 오너가 될 때 동서는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서 “일감몰아주기 승계작업 일환 아냐”

하지만 동서측은 여러 가지 악재와 김 상무의 경영승계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서측은 성제개발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직영하던 주유소를 임대로 전환, 상대적으로 비관계사 매출이 줄어든 반면 관계사의 공사수주가 증가로 관계사의 매출비중이 높아져서 그렇기 비쳐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 관계자는  “김 상무가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일감 몰아주기가 등은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다”고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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