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침해·잠재적 범죄성향 자극…경제 불황 맞물려 기승

살림살이가 팍팍해서인가. 최근 보험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보험사기사건을 저지르는 이들도 병원장·종교인 등 사회지도층부터 유명 보험설계사에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보험사기단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스타’ 보험설계사가 저지르는 사기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고객들로부터 보험료를 미리 받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로 외국계 보험사 소속 설계사 최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명 보험설계사가 보험금 가로채

 

유명 사립대학교 법학과 출신인 최씨는 “일반보험보다 2배 정도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펀드형 변액보험을 가입시키는 방법으로 동문인 모 신경외과 원장으로부터 6억500만 원 등 12명으로부터 20억 원의 선납보험료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설계사 최씨는 외국계 생명보험사 K지점 소속이며 이 회사 전문영업 채널인 FSR 1기 출신으로 13년 동안 보험영업을 해온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최 씨는 연도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실적은 아니지만 명문대 학벌과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VIP 대상 마케팅을 펼쳐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는 입사한지 1년 만에 1억이 넘는 연봉을 기록하는 등 명문대 출신 스타 보험영업인으로서 유명세를 떨쳤다. 최씨는 올 1월부터 최근까지 모 신경외과 원장 신모씨 등 12명에게 접근했다.


최씨는 일반보험보다 1.5배에서 2배의 수익이 보장된다며 펀드형 변액보험을 가입하게 한 뒤 보험료 전액을 선납 받고 위조 영수증을 발급하는 수법으로 20억 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대부분은 최 씨가 나온 대학의 선후배나 동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가 지난 2008년부터 주식투자를 하다 14억 원을 탕진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이번에 빼돌린 돈 역시 주식투자와 크루즈 여행으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제보가 계속 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피해규모가 40억 원 이상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보험사의변액보험 계약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씨가 몸담았던 보험사는 최 씨의 범행이 어디까지나 사적인 거래관계라는 입장이며 현재 수사당국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수익 보장해주겠다”고 속여

 

아울러 지난 2월에는 외국계 A생보사에서 수년 동안 연도대상을 차지한 보험설계사 이모  씨(50)가 고객들로부터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사기행각을 벌여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이 씨가 큰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투자금을 모은 뒤, 기존 고객들에게 이익금조로 나눠주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왔다며 보험사에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 생명보험사는 사적거래 관계가 아닌, 보험계약 관련 허위 설명 등 불완전판매 사항에 대해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일정부분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최모씨와 이모씨는 모두 유명 보험설계사로써,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경찰은 관련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보험사 변액보험 계약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며 A생보사의 피해구제 사례를 감안할 때 M생보사도 역시 비슷한 정도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점조직 형태’ 보험사기단도 활보

 

보험 가입자들이 저지르는 ‘전통적인’ 사기 사건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의 발가락을 부러뜨린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이모(43)씨 등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양모(34), 김모(44)씨와 짜고 지난해 8월 22개 보험 상품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한 달 후 양씨의 발가락을 고의로 부러뜨리게 해놓고 김 씨가 교통사고를 내 양씨를 다치게 한 것처럼 속여 11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1억2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양씨가 주식 투자 실패 후 5천만 원 상당의 빚 독촉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고 범행을 제안했으며 보험금은 유흥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양씨는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사각형 각목 위에 발을 올린 뒤 상해를 가할 발가락만 위로 향하게 해 약 2m 높이에서 20kg짜리 생수통을 두 차례 내리쳐 발가락을 골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17일 경북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 A(28)씨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B(29)씨 등 3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대구경북 등 4개 지역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9개 보험사로부터 운전자보험금 및 치료비, 합의금 등 명목으로 27회에 걸쳐 3억5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친구 및 사회 선후배 간으로 각 역할을 분담공모, 운전자가 중앙선 침범 등 9대 중과실 교통사고로 형사입건이 돼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보험금이 다액 중복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의 약관을 악용, 단기간 내에 5~6개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렌터카나 자신들의 승용차량을 운행하면서 고의로 중앙선을 침범, 개인택시를 충돌하거나 횡단보도 또는 인도를 걸어가는 공범을 충돌, 9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유발한 다음 경미한 벌금형을 선고받아 돈을 받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11일 인천지방경찰청 외사과는 해외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뒤 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서울 모 선교회 회장 박모(74)씨와 회원 11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지난 2~4월 중국 칭다오를 3차례 여행한 뒤 현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 치료 받았다며 가짜 진단서를 제출해 국내 보험사 3곳으로부터 1인당 100만~200만원씩 1천980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선교회 회원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험금을 입금 받을 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박 회장에게 미리 제출한 점을 토대로 이들이 보험금으로 여행자금을 충당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해외여행자 보험이 1회성으로 요금이 2만~5만 원 정도로 저렴한 데다 해외에서 사고를 당하고 치료 받은 사실을 국내 보험사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8일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허위진단서를 발급, 장기입원 시킨 뒤 수억 원의 요양급여금을 받아 챙긴 전남 모 병원장 A(57)씨와 보험가입자 8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수술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 보험가입자를 장기입원 시킨 뒤 진단서를 발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금 3억여 원을 타 낸 혐의다.


적발된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여러 개의 보험에 든 뒤 무릎 통증 등을 허위로 호소하며 병원치료를 받는 등 방법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챙긴 혐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지난 3월 말 신용불량자들을 상대로 특정 보험에 가입케 한 뒤 고의 무릎 관절수술로 67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단 95명을 적발했다.

 

사회에 만연된 보험사기

 

이중 신용불량자와 사채 채무자 등 경제적 빈곤층을 보험 가입자로 모집해 고의 수술을 받게 한 뒤 보험금을 타낸 노모(50·여)씨 등 브로커 2명과 임모(37)씨 등 보험설계사 2명, 정모(42)씨 등 보험 가입자 21명 등 총 25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에 대해서도 사기 및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5월 2일에는 외제 차량으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챈 전문 보험사기단이 수사 당국에 적발됐다.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반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박철 부장검사)은 포르쉐·벤츠·BMW 등의 외제차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 수백만∼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총 11명을 적발해 김 모(34)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신 모(29)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 해외 체류 중인 1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밝혔다.


보험범죄대책반에 따르면 김 씨 등은 포르쉐나 벤츠 차량 등을 이용해 불법 유턴을 하거나 고의로 추돌해 사고를 내는 수법 등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보험사로부터 2억6,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구속 기소된 권 모(34)씨는 지난해 6월 신 씨와 짜고 벤츠가 신호대기 중인 포르쉐를 고의로 들이받게 하면서 포르쉐가 그 앞의 일반 차량 2대를 추가로 들이받게 해 4중 추돌로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이들은 가해차량 운전자와 피해차량 운전자를 평소 친분이 없는 이들로 모집하고 사건 현장에서도 타인의 휴대전화를 쓰는 등 철저히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험사를 속이려고 차량 블랙박스를 사고 전 장착해 사고 영상을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지능적인 범행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당국의 단속에도 보험범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2009년보다 162억 원이 늘어난 3,467억 원을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범죄는 보험회사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 인상 요인을 제공하게 돼 결과적으로 미래의 보험계약자가 추가적인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면서 “서민경제를 침해하고 잠재적 범죄성향을 자극하기 때문에 엄정한 처벌이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