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재계수장 기업 앞에서 상생 뒤에선 중기영역 침해"

정부 휘발유·경유 바이오에너지 의무적 혼합 제도 도입
GS그룹, 12만㎘ 규모 생산기지 건립, 지경부 등록만 남아
업계, "GS 자회사 진출시 열악한 중소업체 고사위기 와"
GS칼텍스, "시장파이 키우고 안정적인 수급 위한 차원"

GS그룹이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논란이 만만찮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바이오디젤 시장에서 대기업인 GS그룹이 진출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상황이 열악한데 시장자체가 대기업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면 생존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특히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의 모드를 이어가는데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이다. 이에 GS그룹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되면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디젤은 팜유와 폐식용유와 같은 동물성 기름이나 식물성 기름을 정제해서 경유처럼 만드는 에너지를 말한다. 말하자면 그동안 땅밑에서 화석연료를 캐 왔다면 이제는 밭에서 기름을 생산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휘발유·경유에 바이오에너지를 의무적으로 혼합해 사용하는 ‘신재생연료 의무 혼합제도(RFS)’를 2012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정유 업계가 자발적으로 바이오디젤을 경유에 섞어 쓰고 있지만 앞으로 이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취지로 또 적용 대상도 경유뿐 아니라 휘발유로 확대키로 해 앞으로 그 사용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 시기도 당초 2013년에서 1년 앞당겨 서두르기로 했다. 정부는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추세에 맞춰 바이오연료를 권장하기 위해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대기업 바이오디젤 시장 눈독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바이오디젤 시장을 호시탐탐 노릴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수급은 물론 의무 혼합제도를 통한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가운데 5월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그룹 계열사인 GS칼텍스와 GS글로벌은 최근 지분 50%씩을 출자해 GS바이오란 자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바이오디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GS바이오는 전남 여수산단에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12만㎘ 규모의 바이오디젤 생산시설을 건립하기로 전남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GS바이오는 지난해 중순부터 여수에 400억원을 들여 바이오디젤 생산공장을 건설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따라 GS바이오측은 생산공장을 통해 연 1500억원 규모의 매출이 기대하고 있다.

앞서 GS칼텍스는 에탄올 제조업체인 창해에탄올과 ‘바이오 화학물질 생산’에 관한 연구개발 양해각서(MOU)를 맺고 바이오부탄올과 식품첨가물 소재인 부티릭산 제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카이스트와 공동연구를 통해 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바이오부탄올과 바이오혼합알코올을 생산하는 대사공학적으로 개량된 균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 2008년 6월에 특허 출원하고, 지난해 12월에는 바이오혼합알코올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하는 등 바이오 연료 개발을 신성장동력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들은 그동안 SK와 GS과 운영하는 주요소에 바이오디젤를 납품했다. 이렇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기업인 GS가 진출하게 되면 중소기업이 고사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비판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의 사정은 생산규모나 자금사정에 있어 열악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바이오디젤 사업자 중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7곳에 등록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영업하지 않은 경우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등록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것.

중소 바이오디젤업체, 열악한 구조 

특히 전체 바이오디젤 업체 20여곳 중 10곳이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대기업까지 진출하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업친데 덮친 격이 되고 만다. 한국바이오디젤협회에 따르면 15개 등록업체 중 실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8개사에 불과하다.

이에 바이오디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지만 바이오디젤의 수요처인 GS칼텍스 등의 정유사가 직접, 혹은 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간 40만㎘에 달하는 바이오디젤 판매 물량의 99% 이상이 SK와 GS 등 정유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주유소를 통해 판매되고 상황에서 GS바이오가 진출할 경우 자회사 물량 우선 배정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수장 기업이 중기영역 침범?

더욱이 중소바이오디젤업체들은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란 점을 들어 전경련 회장사가 앞에서는 동반성장을 표방하면서 뒤에서는 중기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는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화두로 삼고 있는 분위기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디젤협회 관계자는 5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GS바이오의 진출은 기존 SK케미칼의 시장진입과 다르다”며 “갑의 위치인 GS칼텍스와 GS글로벌이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경유에 바이오디젤 2%를 섞는다면 한해 필요한 바이오디젤양은 40만㎘다. 그런데 중소바이오디젤업체의 한해 생산량은 60만㎘라서 중소기업만으로도 포화상태에 이른다”며 “현재 SK그룹계열사 SK케미칼이 전체 물량의 20%를 공급하고 있는데 자회사 개념의 GS바이오가 시장진입을 해 GS칼텍스 필요량의 반만 공급한다고 해도 20%의 양에 육박해 중소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 속에서도 안정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협회차원에서 대책은 없다”며 “누구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자격요건에 따라 지식경제부에 등록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해도 시장진입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GS칼텍스측은 GS바이오 설립 논란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바이오디젤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 차원에서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측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의 파업 때문에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우리도 그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파이도 키우고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GS바이오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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