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경선 이어 전당대회에서 ‘소장파의 힘’ 발휘할지 주목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재보선 패배 후 후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에서 쇄신의 깃발을 높이 들며 전면으로 나섰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박계 등과 연합, 황우여 원내대표 선출을 이끌어 내며 그 파워를 확인시켰다. 이어 쇄신그룹인 ‘새로운 한나라’로 전당대회를 정조준,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를 연상케 한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쇄신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를 수 있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떠도는 탓이다.

당권 쥔 혈투 시작돼

이러한 긴장감의 중심에는 소장파가 자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7월4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것을 잠정 결정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를 했던 홍준표 의원과 원내사령탑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와중에 소장파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4·27 재보선 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소장파는 지난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박계 등과 연합해 중립 성향의 황우여-이주영 원내사령탑 선출을 이끌어 내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재오 특임장관, 이상득 의원 등 친이계 거물들이 지원하는 후보들을 제치고 이뤄낸 ‘비주류의 반란’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중립·소장파 인사들 뿐 아니라 친이·친박계 의원들도 ‘소장파’에 합류, 당 쇄신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립·소장파와 친이·친박 인사 44명이 참여한 쇄신그룹 ‘새로운 한나라’는 출범과 함께 단숨에 당내 의원모임 중 2번째 위치를 차지했다.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당 내부의 ‘돌풍’을 확인시킨 소장파. 정치권은 이들이 전당대회에서도 힘을 발휘할 지 여부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한나라’의 최대 목표가 ‘민의를 반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나라’의 공동간사인 구상찬 의원은 “민의를 반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며 “지금까지는 초·재선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다녔지만 앞으로는 변화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소장파, 변화의 선봉에 선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전당대회에서 특정인을 지지할 수도, 누구를 추대할 수도 있지만 이 모임이 특정인을 대표로 만들기 위한 압력단체는 아니”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특정인’을 대표로 만들기 위한 모임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추대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새로운 한나라’에 참여하고 있는 권영세·나경원·남경필·정두언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들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전당대회에서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로 해석했다.

‘새로운 한나라’ 일각에서 후보단일화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을 보다 친 서민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계파 간 화합을 이뤄낼 수 있는” 차기 당대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제기됐고, 내부 경선을 통해 ‘젊은 당 대표론’을 이끌어 내면 전당대회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

‘새로운 한나라’에 속한 차기 당권주자들의 발언이 이 같은 구상을 구체화시켰다. 이 중 나경원 의원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미래가 있는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당권과 관련, “지금까지 친이 주류가 국정을 독점 운영해왔으나 잘못해 선거에 참패한 것 아니냐”면서 “임무교대를 해야 한다. 당내에서 친박도 소장파도 모두 힘이 부족하니까 연대해서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대 가능성이 관건

정 의원은 특히 7월 전당대회에 대해 “당권·대권분리를 통해 당에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모두 나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20대에서 40대가 취약한 만큼 그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앞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도 “친이계나 친박계가 아닌 중도 성향 개혁파가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새로운 가치와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 청와대가 아닌 국민 눈치만 보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며 “당내 중도 개혁파는 친이계나 친박계에 갚을 빚도 없고 원한도 없다. 이런 성향을 지닌 대표가 나와야 당이 화합되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 후유증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한나라’가 ‘젊은 당대표’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할까. 우선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차기 당권주자들이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지고 후보단일화에 나서기에 앞서 당내 비판 여론의 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 쇄신을 위한 모임이 새로운 계파정치를 하려 한다던가, 소장파 일부 의원들의 ‘자기 정치’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친이계 원희목 의원은 “쇄신은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아닌 전체의 요구”라며 “쇄신그룹이 쇄신을 명분으로 또 다른 분파를 만드는 이중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편을 가르는 것이며, 소외된 그룹으로 하여금 다른 장을 만들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새로운 한나라’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도 모임이 일부 정치인들의 당권 도전을 위해 활용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새로운 한나라’ 공동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새로운 한나라’가 특정 몇몇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선 안되며, 모임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면 계속 참여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직전 지도부에 속한 인사가 이번 전대에 나오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3인을 겨냥했다.

구상찬 의원도 “‘젊은 대표’란 생각이 젊고 힘차 당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어갈 사람이란 뜻”이라고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젊은 당대표는 누구?

‘새로운 한나라’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당권 전쟁의 전면에 등장하며 ‘쇄신’의 의도가 흔들리자 ‘새로운 한나라’는 결국 지난 17일 회의를 통해 “전당대회 후보 문제는 새로운 한나라 차원에선 논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누가 당권을 잡느냐는 문제가 당 쇄신과 따로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결국은 당권 주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안 나올 순 없겠지만 일단은 당 개혁에 충실하자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정한 것뿐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견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차기 당권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개인적으로 출사표를 내건 ‘새로운 한나라’가 당 쇄신에 적합한 인물을 추대하건 ‘소장파의 반란’은 전당대회까지 현재진행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