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미묘한 기류] 원내대표 경선 비주류 황우여 당선, 친이계 일부 반란표

재보선 패배 후폭풍, “청와대 거수기 노릇 않겠다”가시화
원내대표 경선 비주류 황우여 당선, 친이계 일부 반란표
황 원내대표, MB정부 핵심 정책인 ‘감세 정책 철회’표명
“친이계 균열 시작, 당에 미치는 MB 위상도 갈수록 떨어져”

한나라당에 반란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4·27 재보선 후폭풍에 휩싸인 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더 이상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은 하지 않겠다’며 반기를 드는 일이 잦아졌다.

원내대표 경선이 대표적이다. 중립 성향의 황우여-이주영 원내사령탑 선출은 중립·소장파와 친박계 등 ‘비주류의 반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전환점으로 소장파가 힘을 얻으면서 한나라당에는 제2, 제3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27 재보선이 많은 것을 변하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가로지르던 도도한 흐름마저 바꾸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오던 이들이 하나둘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더 이상은 안돼”

지난 원내대표 경선이 결정적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선택을 받은 새로운 원내사령탑은 비주류 진영에서 나왔다. 중립 성향인 황우여, 이주영 의원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당선 됐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의 출마 선언이 “국회 위상을 확립하고 청와대 거수기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겠다”라는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변혁’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더 이상 청와대의 손짓에 좌지우지 되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분석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인터뷰를 통해 “감세 철회로 생긴 예산과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등으로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학생 등록금과 육아비, 소시민 주택문제 지원 등에 쓰겠다”고 했다.

특히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국회가 결정한다”면서 “국가예산권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최종 권한”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황 원내대표의 선출로 힘을 받은 ‘소장파’의 깃발 아래 모여드는 이도 늘고 있다. 중립 성향 인사들 뿐 아니라 친이·친박계 의원들도 ‘소장파’를 자처, 당 쇄신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이들 44명은 ‘새로운 한나라’를 출범, 단숨에 당내 의원모임 중 2번째 위치를 차지했다.

‘새로운 한나라’의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근 의원은 “당 개혁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 비대위 등을 통해 관철하고 기존 정책기조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내용을 시급히 정리해서 원내대표단을 포함해 당에 제안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새로운 한나라’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중립·소장파를 자처하던 이들은 물론 친박계와 일부 친이계 인사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참여를 고민했다는 이들의 선택으로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정부의 위기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안상수, 청와대·정부에 직격탄

현 정부에 각을 세운 것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안상수 전 대표는 지난 8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에 분노를 느낀다”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작년 말엔 당이 민심을 반영해 국민과의 약속 사항을 정부에 요구하면 정부는 얼마 되지도 않는 예산을 깎아 버리고 무시했다”며 “정말 견딜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불교계와 갈등의 요인이 됐던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보육예산, 동서고속철 사업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예로 들기까지 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정부가 당의 말을 듣지도 않는데, 이는 정부의 정무기능이 너무 약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와대도 마찬가지”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등 큰 공적도 있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너무 부족하다”고 날을 세웠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과 설득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주길” 당부하며 “정부가 제발 정신차리고 당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길 바란다. 정부 독주로 끝나면 다음 선거에서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MB 목소리 안들려

전직 당대표까지 청와대와 정부에 날을 세운 것은 더 이상 당에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중 한 관계자는 “집권 말로 갈수록 청와대보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12 위기론’이 당내에 급격히 확산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친이계의 분화는 시작됐으며 당에 미치는 이 대통령의 위상이 이전만 못해지고 있다는 것.

정치권은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기일전한 친이계 주류측의 반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타나는 등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커지며 ‘비주류 당대표’라는 이변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5월 첫째 주 주간정례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이 34.5%를 기록했다. 31.2%를 차지한 한나라당을 3.3%포인트 차로 앞선 것이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추월한 것은 200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는 위협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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