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패배 후 권력 누수현상 본격화 조짐

보수·중산층 등 전통지지기반 이탈 “바닥 안 보인다” 
친박 및 소장파는 물론 친이계 일부 까지 반란 기미 
“국정운영 동력 무너져, MB의 친서민 행보만이 살 길”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다. 4·27 재보선 패배 탓이다. 반환점을 돌아 정권 말로 향하는 시점, 그것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중간평가’는 숨은 폭발력이 더 어마어마하다. 총선까지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폭탄을 두 손에 쥐게 된 이 대통령의 모습에선 초조함과 긴박함이 읽힌다. 재보선 후 당 수습방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선상반란의 기미마저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곤두박질 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4월 넷째 주 주간 집계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 주 대비 1.8%p 하락, 31.4%를 기록했다. 지난 주 하락세에서 벗어나 4주 만에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재보선 선거의 패배로 다시 하락한 것.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0%로 전 주 대비 3.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개 없는 추락

그러나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체감 지지율의 하락폭이 여론조사결과 그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4·27 재보선은 임기 중간에 잠시 앓고 갈 ‘감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재보선 후폭풍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라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진짜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 각종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기류가 읽히고 있다.

2009년부터 매월 정기여론조사를 해온 동아시아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해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 1월 조사에서 49.8%의 긍정평가를 기록했으나 3월 조사에서는 44.6%, 4·27 재보선 후에는 35.1%로 하락했다는 것.

동아시아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율 37.5%에도 못 미친다”며 “재보선 후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밑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책임을 여당보다 대통령과 정부에 묻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리얼미터의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마지막 정기 여론조사에서 45.5%를 기록했다. 이후 1월 초 44.6%를 보였으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급기야 최근에는 31.4%까지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세 뚜렷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추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중 한 관계자는 “정권 4년차는 조기 레임덕이 꿈틀대고 현재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 권력의 무게추가 옮겨가는 시작점”이라며 “벌써부터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커지는 것은 정권 말에나 보여 질 수준의 권력누수현상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달 3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정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27 재보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답한 이가 65.3%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재보선에서 이 같은 답변을 한 이는 44.8%였다.

4·27 재보선에서는 특히 지지층의 이탈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됐던 보수·중산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기 분당을에서 진행된 재보선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당을 재보선에 출마, 승리를 움켜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27 재보선과 관련,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의 승리였다. 재보선은 한마디로 메세지를 정리한다면 ‘바꿔’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풀이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4·27 재보선의 승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의 승리”라며 “현재의 30~40대 넥타이 부대와 오늘의 중산층, 지난날 명동거리 넥타이 부대가 공동으로 합작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곳곳에 레임덕 현상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평가도 같다. 문 이사장은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창립대회 및 기념 심포지엄 축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실정이 매우 심각하다. 그냥 단순히 ‘못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는 커다란 위기감을 느낀다”면서 “지난 재보선 결과가 그런 국민들의 위기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선거는 진보개혁 진영 잘해서 얻은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민심의 이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못 박았다.

보수·중산층의 이탈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벨트를 둔 논란으로 충청권에서 민심을 잃고,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에서 불만이 높아진 것. 여기에 물가상승과 전세난 등 서민경제 악화로 전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됐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과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선상반란 기미가 읽히고 있다. 총선 전 다시 한 번 재보선이 치러지고 여기서 패했을 경우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임기 4년차에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될 경우 임기 마지막 해이자 총선·대선으로 여당인 한나라당의 목소리가 커질 내년이 돼서는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확~ 달라진 MB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것일까. 이 대통령은 4·27 재보선 참패 후 사뭇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불시에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감독 소홀을 질타하는가 하면 만5세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 시행을 전격 발표한 것.

정치 전문가들은 “4·27 재보선 참패 후 청와대가 유례없이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정운영 위기상황에서 그를 구했던 친서민 행보가 다시 한 번 본격화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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