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계열사 3~4곳 전방위 세무조사 …삼성 “정기 세무조사 일뿐”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가 착수되면서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바로 이건희 회장의 ‘낙제 발언’에 대한 보복성 세무조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겉으로는 차분하면서도 속으로는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태의 발단은 이건의 회장의 이명박 정부를 향한 ‘낙제 발언’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에 비해 상당히 성장을 했으니 낙제점을 주면 안된다. 흡족하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의 분위기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분노가 잇따르고 삼성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건희 낙제발언 파문 어디까지...

결국 이 회장도 3월 3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2011 스포츠 어코드'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 현장에서 "그것 때문에 골치가 좀 아팠다. 비판 소리가 들린다. 내 뜻은 그게 아니었다"며 "진의는 경제성장이 잘 됐고, 금융위기도 재빨리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면에서 잘 했다는 이런 뜻이었는데 잘못 전달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호텔신라과 삼성중공업이 같은 날 동시에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보통 세무조사는 한 기업에서 같은 날 이뤄지는 경우가 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조사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는 지난 4월 4일부터 국세청 조사2국이 2개월가량의 일정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서초타워에 있는 서울사무소를 시작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세무조사기간의 경우 105일로 통상적인 조사기간인 2개월보다 훨씬 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관할 지역의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이 담당하는 것도 이번 세무조사에 다른 뜻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이끌어냈다.

호텔신라 역시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대표가 있는 곳이라 보복성 세무조사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과 대기업 그룹이 처한 최근의 미묘한 상황과 연관짓는 시각도 없지 않다.

재계에서는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 이 회장의 ‘낙제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삼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2007년 대상이 됐던 삼성전자는 아직 세무조사를 받고 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화재·삼성증권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2007년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삼성전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2월 세무조사 착수 예정이었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측이 동계올림픽 지원을 이유로 세무조사 연기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말할 수 없다” vs삼성 “정기 세무조사”

국세청은 “세무조사와 관련된 개별회사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삼성전자의 세무조사 연기 신청과 관련해서는 기업이 내세운 명분이 국익과 관련이 깊은 사유라면, 세무조사 연기 사유로 적정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18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1월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지난달 초 조사를 끝냈다. 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 강도의 세기, 그리고 또다른 계열사로의 이어지는 조사가 '삼성그룹 정조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최근까지 세금을 성실히 낸 기업에 대해서는 정기 세무조사를 2~3년 미뤄줬으나, 올 2월부터 대기업에 대해서는 유예 혜택을 없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 이후 신속하게 삼성그룹 계열사를 조사한 것은 위로부터 모종의 알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가 대기업의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과도한 배당 같은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도입 등, 규제 강화에 나선 것도 삼성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고강도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지난 베이징 발언을 떠올리고 있다.

지난 1995년 이 회장의 ‘베이징 발언’ 직후 행해졌던 삼성 대상의 고강도 세무조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95년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는 4류, 행정과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영삼 정부의 미움을 샀고, 급기야 고강도 세무조사가 이어져 상당기간 곤욕을 치렀다.

삼성그룹측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해 “삼성은 주요 계열사가 20개나 된다”며 “이번 세무조사는 4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다. 당연히 받아야 할 건데 오히려 안 받은게 더 이상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1년 스포츠 어코드’에 참석,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있으며, 오는 5월 후보도시 브리핑 행사와 7월 개최지 결정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모두 참석, 막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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