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편법 지분 취득’ 관련 압수수색…부동산, 미술품 거래 추적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3월 23일 오리온그룹 강남 부동산과 고가 미술품 거래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그룹 임직원과 건축 시행사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22일 서울 용산구 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을 보내 자금사용 내역을 알 수 있는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여 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BW 행사가격을 낮게 책정해 이득을 본 정황이 있다는 국세청 수사의뢰를 받아 관련 의혹을 내사해 왔다.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의 대주주인 담철곤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따라 검찰은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 오리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조세조사3부가 처음에는 신한금융 고소고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해 수사가 미뤄지는 듯 했지만 신한은행 사건이 일단락되자 지난 22일부터 오리온 그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집중했다. 

오리온그룹 BW 편법 발행 시세차익 의혹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BW 발행을 통해 편법으로 대주주인 담 회장의 지분을 늘렸다는 의혹을 문제삼았다.

실제 담 회장은 2000년 6월 7년 만기로 14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고 1년 뒤 신주인수권을 제외한 사채는 전액 상환됐다. 당시 담 회장은 온미디어에서 발행한 신주인수권 33만주가량을 2억원에 사들였고 2005년 6월경에는 이중 16만5000주를 주당 2만5000원에 행사해 온미디어 지분을 1.4% 취득했다.

이어 담 회장은 1년 뒤인 지난 2006년에는 온미디어를 상장하면서 액면가기준 5만2000원으로 책정해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6월엔 온미디어를 CJ그룹에 주당 7만9200원으로 130억원에 매각, 총 87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온미디어가 BW를 발행할 당시 이 회사는 회사납입자본금 340억원과 1600억원대의 유가증권 등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였다. 또 온미디어의 2000년 12월말 정기예금 등 현금성자산이 527억원대에 이르는 등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금리인 9.5%대의 BW를 발행한 경위를 두고 시세차익에 강한 의혹을 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담 회장이 이 과정에서 고의로 신주인수권 행사가를 낮게 책정하는 등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BW를 투자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차익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해 꼼꼼히 살펴봐야한다고 지적이 일고 있다.

고급빌라 지어 40억원 비자금 조성 정황 포착

한편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지난 2006년 7월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물류창고 부지에 '마크힐스'라는 고급빌라를 지으면서 4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오리온그룹이 이 부지를 주변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부동산시행사인 E사에 매각한 뒤 그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사는 이 부지를 매입한 뒤 시행사 2곳에 되팔고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형태로 자금을 조성해 빌라 건축사업에 착수했으며 시공권을 D사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그룹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서미갤러리로 흘러 들어간 뒤 미술품 거래를 가장해 돈 세탁이 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미갤러리는 지난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때 삼성가의 미술품 구매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던 유명 화랑이다.

검찰은 또 오리온이 경기도 안산에 있는 포장용기 납품업체인 A사를 통해 6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A사가 2005년 갤러리를 세운 뒤 서미갤러리에서 8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사들였다가 이 중 20억원어치의 미술품만 되판 기록이 있어 이같은 사실이 의심되고 있다. 검찰은 2008년 갤러리 폐업 시 청산신고 내역이 불분명해 차액인 60억원 상당이 담 회장의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오리온그룹 임직원들과 빌라 건설 과정에 관여한 또다른 시행사 M사의 대표, 서미갤러리 관계자 등 참고인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반면 오리온 그룹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 어떠한 입장도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오리온그룹은 2001년 모기업인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오리온 제과, 스포츠복권 토토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재계 서열 30위권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6775억원에 영업이익 607억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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