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격전지] 김, ‘총리 청문회 과정서 나온 의혹들 부담 작용’

여권, 영남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 자신감
야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노풍’ 기대
野,  후보 단일화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큰 걸림돌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이 지역에서는 이미 14명의 여야 주자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 선언이 임박해 초미의 관심사다. 아울러 야권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갈등이 예상되어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해을 지역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여권 주자들은 “이미 영남지역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야권 주자들은 김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전 지사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렇게 치열한 경합을 보이는 가운데 최고의 주목을 받는 인물은 단연 김태호 전 경남지사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혼자 중국으로 떠나 137일 동안 머물렀다.

지난 3월 5일 귀국한 김 전 지사는 민심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김 전 지사는 현재까지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다소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김태호 전 지사는 김해을이 정서적으로 선거를 치르기가 쉽지 않은 지역으로 판단하면서도 지금은 거의 출마 쪽으로 결정을 내린 상태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출마에 대해 “바닥 민심을 살피며 일주일 동안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사무실과 숙소를 얻는 등 사실상 출마에 대비한 준비를 마쳤다.

김태호 전 지사는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어려운 만큼 출마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으나 ‘김해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민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귀국한 뒤 바닥의 민심을 듣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지사는 “며칠 다녀보니 이곳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해을 지역이 정서적으로 선거를 치르기가 간단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당락만 따지는 것은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호 출마, 당내 부정적 기류

또한 김 전 지사는 “근본적으로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렵더라도 망할 줄 알면서도 가야하는 것”이라며 “가는 길의 뜻이 옳으면 가야하는 것이고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가야할 길은 가야하며, 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당 지도부 일각에서 출마에 부정적 기류가 있는데 대해 김 전 지사는 “본질적으로 저를 걱정하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다만 당이 어려울 때 일을 통해 평가를 받고 역할을 하는 것이 다른 차원에서 당에 보답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태호 전 지사는 “시민들로부터 ‘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것 외에 다른 의혹이 있는 것 아닌가’, ‘기대가 컸는데 실망했다’ 등의 꾸중을 많이 들었다”며 “구제역과 신공항 문제 등 어려움의 호소가 많았던 반면 지역발전의 강한 열망을 느꼈다. 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변화와 발전을 같이할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 전 지사는 동남권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지역 논리만으로 이야기하기 힘들다”며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고려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면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지사의 측근도 “김 전 지사의 출마에 대한 의지가 무척 강하다”며 “공식 입장 발표만 남은 것 같다”고 말해 김 전 지사의 출마 선언에 무게를 실었다.

야권, 후보난립

이에 따라 김태호 전 지사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분열 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결국 김 전 지사의 출마로 굳혀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도 “계속되는 당의 내부 분열로 인한 더 이상 소모적인 경쟁과 불신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이를 감안해 지역 예비후보들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을 치를 예정이며 김 전 지사도 이미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황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후보는 “김태호 전 지사의 입장 표명 지체로 한나라당의 분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지 말고 출마를 희망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후보등록을 통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며 “당 경선 이전에 1인 후보로 압축하자”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한나라당 예비후보 6명은 지난 3월 7일 "김 전 지사 출마 시 6인 연대 후 1명의 단일후보를 추대해 시민에게 직접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공천 잡음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김해을 선거를 두고 길태근 전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 정무행정관·김성규 김해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수석부회장·김혜진 전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신용형 전 이명박 대통령실 행정관·임용택 전 김해시의회 의장·황석근 한국폴리텍Ⅶ대학 동부산캠퍼스 학장 등이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한편 이처럼 여권 후보로는 김 전 지사로 가닥이 잡혀가는 반면 야권에는 각 당에서 8명의 후보가 등록한 상황이라 야권 단일화에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이미 예비 후보로 등록한 박영진 변호사·김윤현 온누리 청소년 수련원장·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민주당 후보로 내세우려고 오랜 기간 공을 들였지만 김 후보가 자신의 출마로 야권 분열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면서 고사하자 당 내부에서 인물을 찾기로 했다.

국민참여당, 원내 교두보 절실

한편 국민참여당에서는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가 나섰다. 국민참여당의 입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재보선이 원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또한 주요 인사가 친노 인사로 구성된 정당인만큼 이들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는 더욱 특별하다. 따라서 다른 재보선 지역과는 달리 국민참여당의 선택폭이 더 좁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야권에서는 김해을 후보 단일화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당마다 서로 단일화에 대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추진력이 떨어지거나 연대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뼈저린 패배가 되고만 지난 7·28 재보궐 선거 은평 사례의 리바이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민주당에서 내세웠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불발되면서 노무현 추모 정서를 아우를 수 있으면서도 인지도와 득표력을 갖출 수 있는 인물이 마땅히 없어 “경선에 들어가더라도 주목을 받지 못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야권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 방법이나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이견도 적지 않아 야권단일화 과정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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