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 죽이기’ 위해 녹취록 공개?…동서-남양 “우리와 상관없다”

식약청 공무원, 남양유업 직원 불러놓고 폭언 등으로 압박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간부가 단속을 빌미로 식품업체 직원에게 과대광고 시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식품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청 관계자가 오히려 특정업체를 두둔하고 경쟁업체에게는 금품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파문은 겁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월 27일 식약청과 M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식약청의 한 간부는 남양유업 한 직원을 불러 제품 표시사항 위반 등을 지적하다가 욕설과 반말이 섞인 폭언을 했다. 당시 녹음된 대화 내용 중에는 금품 수수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도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청 간부의 폭언과 뇌물수수 혐의 정황이 적나라하게 공개됨에 따라 업계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식약청 공무원, 특정업체 봐주기 논란

MBC 뉴스데스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식약청의 한 공무원은 남양유업의 광고문구 중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라는 내용을 삭제하라면서 “남양유업 한 두달 재미 봤잖아요. 그 사람들(동서식품) 이것만 빼주면 될 것 같은데 내가”라며 경쟁업체인 동서식품 얘기를 꺼냈다.

녹취록에서 식약청 공무원은 또 “여태껏 그냥 넘어간 것만 해도 (우리가) 동서 가만 계세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가만 있었어. 내가 보기에 남양 약점 많아요. 얼굴 벌게질 거 많아”라고 말하면서 단속을 빌미로 압력을 가하는 듯한 언행을 보였다.

이어 그는 남양유업 관계자들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에이 씨 진짜 뭐...XXXX과장이 무슨 사정하냐? 씨...”라고 말했다.

특히 녹취록 내용 중 식약청 공무원은 “몇 장 넣었어? 두 장? 뭐 섭섭한 거 있으면 전화주세요”라고 말해 뇌물수수를 의심케 했다.

이같은 내용이 터지자 식약청이 특정업체를 봐주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특정업체가 공무원과 짜고 한 회사에 압력을 가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문제의 회사도 이미지는 물론 회사 매출에까지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파문은 녹취록의 출처가 어디인지로까지 퍼져갔다. MBC측에서는 현재 이 녹취록을 어디서 구했는지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녹취록의 내용에서 식약청 관계자가 남양유업의 경쟁업체를 거론하는 점도 그렇고 뇌물을 받는 듯한 정황도 나와 최초 유출자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해당내용을 녹취해 이를 유포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녹취록 유포는 누구?

녹취록에서 식약청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현재 커피믹스 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동서식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이에 분을 참지 못한 남양유업에서 이 녹취록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녹취록에 담긴 당시 상황도 이런 정황을 말해주고 있다. 식약청이 밝힌 것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은 남양유업 2명과 식약청 간부 2명만이 있었다. 이에대해 식약청 대변인은 “당시 4명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우리 측 간부들이 녹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추측을 해보자면 당시 참석한 업체인 남양유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확실히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측 유출 사실에 대해서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녹취를 하거나 녹취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특히 금품수수에 관련된 내용은 남양유업 관계자가 아니다. 목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녹취록의 한 부분이 편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뒷부분에 나오는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로 남양유업은 그 부분에서 목소리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녹취록에서 공개된 금품 수수 의심 내용에 대해 동서식품이 식약청에 남양유업의 표시사항 위반 조사를 의뢰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 측도 금품 수수 부분에 대해 녹취록 짜깁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한 식약청 관계자가 그 자리에서 문제를 지적하던 부분도 최근 남양유업이 찍었던 커피광고를 아예 빼달라는 부분이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남양유업은 최근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서식품의 점유율을 잠식해가던 상황이었다.

동서식품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과 동서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동서식품은 현재 시장점유율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제 시장점유에 나서는 남양유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와관련 식약청은 해명자료를 내고 “목소리는 식약청 직원이 맞는 것 같다”며 “녹취록이 확보되는 경우 음성지문 확인 등을 통해 식약청직원 여부 확인과 결과에 따른 추가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동서식품은 남양 측 광고 카피인 카세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는 문구에 대해 카제인나트륨은 인체에 해로운 화학첨가물이 아닌데 마치 나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식약청, 단속빌미 압력 행사 공무원 징계

한편 단속 빌미로 남양유업에 압력을 행사한 식약청 공무원이 징계를 받게 됐다. 식약청은 본청 사무실을 방문한 민원업체 직원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반말과 욕설이 섞인) 불친절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간부와 직원에 대해 엄중경고와 지방청 전보조치를 취했다고 3월 2일 밝혔다.

이어 "금품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 및 대가성과 연계된 형법상의 문제로 해당 법률인 형법에 의거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앞으로 부적절한 면담의 재발방지를 위해 (민원)업체와 사전면담을 하거나 또는 의견개진을 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녹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원인이 비공개를 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담 또는 의견개진의 장소는 사무실이 아닌 고객지원센타 등 공개된 장소를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식약청은 MBC 보도와 관련, 불법녹취가 확인될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의도적인 녹취 편집이 확인되는 경우 당사자는 물론 해당 언론사에도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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