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전면전 선언 하루 뒤 단행, 첫 시범케이스 되나

국내 3위의 철강업체이자 재계 27위의 대기업 동국제강에 대해 국세청이 1월 18일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동국제강은 2007년 하반기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아 외형적으로는 4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로 볼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획세무조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현동 국세청장이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올해 세정의 핵심 과제로 대기업의 역외탈세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선언한 바로 다음날 이뤄진 세무조사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본사와 계열사에 투입된 국세청 조사팀 요원들이 역외탈세와 관련이 깊은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소속이라는 점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동국제강의 해외 거래 내역을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대기업과 자산가의 해외소득 탈루 등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단행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1월 18일 조사요원 20여 명을 서울 중구 명동의 동국제강 본사에 투입해 회계자료를 압수했다. 국세청 조사요원들은 직원들이 사무실에 배치된 PC에 접근하는 것을 막은 채 상당한 분량의 회계자료를 휴대용 저장장치에 내려받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대금 축소해 비자금 조성했나?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매년 2억 달러의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브라질에 총사업비 40억 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이어서 해외거래가 빈번했다.

특히 동국제강이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서 1000억여 원 규모의 선철(질이 좋은 고철)을 수입하면서 수입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상당 금액을 홍콩 계좌에 빼돌렸다는 단서를 국세청이 확보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동국제강이 동남아에 철강 등을 수출하면서 수출 대금을 실제보다 축소해 수백억원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동국제강이 매년 2억달러의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브라질에 총사업비 40억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거래가 빈번했던 점이 이번 역외탈세 조사 대상의 첫사례가 되는데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애초부터 동국제강을 겨냥한 조치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역외탈세를 뿌리 뽑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시점에서 해외거래가 많은 동국제강이 시범 케이스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를 ‘역외탈세 근절 추진의 원년’으로 삼고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세금탈루를 위해 자금을 빼돌린 사례를 집중 추적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의 일환으로 국제거래 관련 역외탈세를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를 내부에 마련하고, 국제조세관리관실 산하에 3개계 총 22명으로 구성된 역외탈세담당관실을 신설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역외탈세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국세청장이 ‘역외탈세’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로 다음날 조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기조사가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세무조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세청은 1월 17일 이현동 국세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역외탈세를 적발하는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해외 15개국에 정보요원을 파견하는 내용을 담은 ‘2011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 비자금 의혹수사 연장선상?

동국제강의 세무조사는 2011년 들어 대기업을 겨냥한 국세청의 첫 조사라는 점에서 지난해 이어졌던 대기업 비자금 의혹수사의 연장선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국제강이 동남아에 철강 등을 수출하면서 수출대금을 실제보다 축소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가 포착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이번 세무조사는 작년부터 이어진 대기업을 향한 ‘칼날 겨누기’의 연장선상일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올해 1조 원 이상의 역외탈세를 잡는다는 목표를 공언한 뒤라 앞으로도 해외거래가 많은 대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이번 세무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무조사가 들어온 것은 맞지만 정기 세무조사라고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국제강측도 이번 세무조사에 적잖은 부담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동국제강은 김영철 사장이 직접 국세청 세무조사와 왜곡된 언론기사로 동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일을 작성해 임직원에게 보내는 한편, 잘못된 내용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동국제강이 선철 수입 대금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수요처 원가부담을 늘렸다는 비난도 함께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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