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총선, 한나라 필패론 확산

대형 선거를 1년 앞둔 신묘년 새해, 정치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총선과 대선에 대비한 준비 작업이 곧 본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정권 탈환에 나섰던 여당은 5년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경기 침체와 전쟁 위기, 사회 양극화 등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면서 여당은 되찾았던 정권을 다시 내줄 위기에 처했다. 당내 갈등과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무리한 정책 추진 등으로 한나라당은 필패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유력한 미래 권력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권 도전과 맞물려 확산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총선 필패론을 분석해봤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2012년 총선 필패론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예산안 후폭풍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당은 내분과 갈등으로 어수선하고 사태의 책임론을 두고 의견은 분분했다.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여당은 지도부 책임론과 세대교체론 등으로 또한번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안상수, 지도력 부재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잇단 실언으로 문제가 되자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그의 리더십은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은 일제히 그의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은 자괴감 섞인 우려가 쏟아졌다. 안그래도 예산안 강행처리와 전쟁 위기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의 실언까지 더해지면서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구랍 14일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예산안 파동과 관련해 ‘2012년 총선 참패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절실히 느끼고 있다’라고 답해 당내 위기감을 전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지난해 13일 열렸던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파동과 관련해 과거 YS정권의 몰락을 거론하며 위기감을 전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이명박 정부가 성공을 하고 다시 96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주광덕 의원은 “현 지도부의 지도력이 이 정도 상황이면 향후 선거에서 유세지원을 바라는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며 “현 지도부 체제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초선 의원들은 사실상 차기 총선에 안상수 체제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6일에는 남경필, 홍정욱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22명이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해 향후 정책 현안의 강행처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지도부와의 ‘거리두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당 내에서는 현재의 상황에서 안 대표가 사퇴할 경우 당의 조직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해 4월 재보선 이후로 사태의 해결을 미뤄논 상태다.


민감한 수도권 민심, 여당에 ‘부정적’


올 4월에 치러질 재보선은 총선의 전초전으로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고 차기 대선의 판도까지 가늠해 볼 수 있어 정치권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또 재보선을 기점으로 여야 정치 지형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의 성격이 실리게 될 차기 총선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이미 참패해 악화된 여론을 실감했다. 여기에 최근 지도부의 잇단 실언과 폭력 국회 등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위기감’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

특히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수도권의 민심이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여론은 타 지역에 비해 민감하다”며 “여당의 경우 기대가 많았기 때문에 임기가 지나갈수록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의원은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의 미흡한 대응이나 국회폭력사태 등으로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회자가 수도권의 민심 악화로 인한 총선 참패 가능성에 대해 묻자 권 의원은 “그러한 여론을 읽을 수 있다”며 “올바른 당-정-청의 관계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내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를 돌아 다니다보면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여론은 심각하다”면서 “다음 총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총선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대권은 박근혜, 총선도 한나라당?


지난 6.2 지방선거 전까지 대세는 ‘한나라당’이었다. 2007년의 대선과 2008년의 총선 모두 한나라당의 승리로 귀결된 터.

하지만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더 이상 한나라당은 ‘대세’로 분류되지 않는다. 여론 조사에서는 늘 앞서지만 실제 표심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게 여당 내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이에 따른 여당 의원들의 선거에 대한 불안감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여론 조사 결과)그것과 실제 당에 대해 얼마나 지지를 하고 있고, 선거에서 얼마가 지지해줄 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규정, “여론 조사도 여론 조사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닥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론 조사에만 만족 말고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은 올 한해 여당의 상황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악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의 참패를 통해서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라며 “그나마 우리가 버틴 것은 야당의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최고위원은 “그동안 우리가 미루고 덮고 해왔던 일들이 내년도에는 많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한 뒤 “내년에는 한나라당이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복지’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정책 방향이 ‘좌클릭’이 짙어지면서 야권의 약진과 연대 가능성에 여당에게는 더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역대 선거에서 여론의 중심 잣대가 돼왔던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이 현 정권에 ‘부정적’으로 돌아서면서 세종시 문제로 이미 민심 이반이 표출된 충청권의 표심과 더불어 여당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대권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면 과연 민심이 총선마저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줄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진보·개혁 진영의 표가 결집되고 20~30대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화되고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민심의 흐름은 즉각적이면서도 민감하다. 일부 여론 분석 전문가들은 대선과 총선에 표가 몰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대선과 총선은 견제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에서 구도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으로 구분이 명확했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대세론’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풀 꺾이면서 대권에 유력한 박 전 대표의 선전으로 여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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