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책임론…당내 갈등 당정으로 확산

[시사포커스=이경익 기자] 예산안 강행 처리로 불거진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중점 추진하던 복지예산과 템플스테이 예산 등이 누락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권의 분열은 안보이슈로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 다녀야 했던 민주당에게 좋은 호기를 가져왔다. 실제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장외투쟁을 본격화하며 전국순회투쟁까지 이어나가는 강경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손 대표가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가운데 한나라당도 예산안 파동 수습에 나서며 기회를 엿보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한나라당이 받은 타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쳐 선택한 예산안 강행처리가 역풍을 맞아 명분마저 잃어버린 형국이다.

게다가 후폭풍으로 당론까지 분열되면서 주도권이 넘어가 위기를 맞게 됐다.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은 예산안 파동 수습에 나섰지만 기회를 잡은 민주당이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여 세밑 정국경색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강행처리 한나라당 내홍


예산안 강행처리로 누락된 복지예산에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지만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맹종의 대상이 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며 “총선과 대선은 청와대가 아니라 당이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여당을 재편하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의 방침에 끌려 다니는 한나라당의 현재 상황을 꼬집으며 안상수 대표의 운영 능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홍 최고위원의 발언은 최근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안 대표의 행보에 직격탄이 됐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악재가 겹친 상태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운영능력과 리더십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한구 전 정책위의장도 “너무 서둘러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실세 예산은 늘려놓고 서민 예산은 빠뜨린 게 예산파동의 핵심”이라며 “이를 정책위의장보고 책임지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안 대표 등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 역시 “민심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며 대표 책임론에 불을 붙이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한편 이 같은 대표 책임론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예산안 단독처리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 대표가 정부에게 항의 하면서 당내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확산된 것이다.

안 대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직접 만나 “우리는 무슨 바보냐. 당신들만 똑똑한가. 당 대표가 약속한 게 하나도 반영 안 됐다”고 소리쳤다.

이에 윤 장관은 예산 전반 기조 등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의 ‘선심성 공약’에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정부 준비 부족’이라는 당 일각의 책임론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당정 갈등에 대해 정부 측은 “안 대표와 윤 장관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걸로 안다”며 “이 때문에 서로 섭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책임을 정부에게 전가하는 것 같다”며 현 상황에 불만을 표했다.

이처럼 여권 내분이 심화되면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기회를 맞게 됐다. 그동안 손 대표는 야권의 전면에 서서 야심차게 이슈를 가동해왔지만 연이은 악재로 뜻을 펼치지 못했다.


孫, 민심 등에 업고 총공세 펼친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손 대표는 예산안 정국을 굳히며 주도권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손 대표는 기존 장외투쟁을 강화시키는 한편 전국 규탄대회를 통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예산안 강행처리 후유증으로 수습에 나선 한나라당이 조기에 회복되지 못하게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예산 강행처리와 관련 “문제의 본질은 권력의 사유화”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 사유화의 핵심인 ‘형님’을 퇴진시키고 권력의 공공성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권력을 사유화할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독선과 탐욕에 빠져 국정을 망치고 무능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의 반 서민적 본질은 이번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실세예산에는 인심 좋은 한나라당이 결식아동 방학 중 급식지원, 저소득층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비 등 복지예산에는 인색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해 사과하고 날치기한 예산과 법안을 전면 무효화하라”며 “특권예산을 취소하고 빼앗아간 서민예산을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로 대구 예산이 삭감됐다”며 공세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예산을 날치기 하면서도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위한 ‘메디 시티 대구’ 예산을 완전히 삭감해 버렸다”며 “대구의 국회의원, 아니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 87명, 대한민국 국회의원 298명이 형님한테 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예산이 포항에 전부 쏟아짐으로써 이런 대구경제의 피폐를 또다시 가져오는 것 아닌가”라며 “경북대는 국립대학교 중에서도 지방 국립대학으로 가장 실력, 역사, 전통을 인정받는 대학인데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대법인화법을 날치기 통과시킴으로써 대구경북의 희망인 경북대학교의 발전을 저해하게 하는 또 다른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머리 나쁜 사람들이 부지런해서 사고를 친다. 그 며칠간 여야가 합의해서 예산을 꼼꼼히 챙겼다고 하면 한나라당 정부가 실수한 예산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심지어 얼마나 급했으면 전의경 급식비를 초등학생 급식비보다도 더 적게 배분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 초 ‘복지담론’을 거론하며 현 정부를 비판한 민주당이 호기를 잡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의원 등이 복지를 언급하며 친서민적인 행보를 강조했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