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충격, 찜질방 피란생활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한 곳에 많은 사람모여 있어 시끄러워 잠 잘 수 없다”
피란주민, 환시·환청·호흡곤란 등 심·신적 후유증 호소

▲ 사진: 유용준,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이태진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2시 34분경 서해안의 북한군 해안포기지에서 도발을 감행, 이들이 연평도에 조준발포한 포탄 170여 발 중 80여 발이 해병부대와 민간지역에 떨어져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우리 군도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반격에 나서 개머리와 무도에 배치된 북한군 해안포기지에 80발을 조준사격을 가했다. 현재 연평도는 지난달 24일 대부분의 주민들이 빠져나온 상태로 유령 도시나 다름없다. 내륙에 연고지가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연고지가 없는 사람들은 인천에 소재한 인스파월드 찜질방에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연평도에 대한 북한군 포격 도발이 있은지 8일째인 이날 본기자는 북한군의 포격으로 엉망이 된 도시를 떠나 임시로 머물고 있는 인스파월드의 상황과 피란주민의 불만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현재 인스파월드에서 생활하고 있는 700여명의 연평도 피란주민들은 이주, 잠자리, 돈벌이, 아이들 교육 등 미흡하고 미비된 정부 대책에 불만을 터트리며 무척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연평도 피란주민들, 심리적 공활 호흡곤란 호소

내륙에 연고지가 없어 연평도를 떠나 갈 곳이 없는 연평도 주민 700여 명은 현재 인천 중구에 소재한 인스파월드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인스파월드 주차장은 취재 차량,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 모 은행의 이동자동화기기 차량 등으로 꽉 차 있어 복잡했다. 정문 앞에는 몇몇 취재원들과 연평도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 얘기를 나누거나 담배 등을 피우고 있었다.

건물 안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1층을 지나 2층에 올라가자 700여 명의 연평도 주민들이 숙식하고 있는 홀이 나왔다. 연평도 주민들이 모여있는 이 홀의 광경은 참으로 참담했다.

홀은 700여명의 피란주민들과 취재진,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여 무척 소란스러웠다. 이 분위기에서도 보급된 것으로 보이는 1인용 매트 위에 누워 베개를 베고 새우잠을 자는 주민들도 있었다. 생계를 놓고 온 나머지 이곳에서 할 일이 없는 남자들은 바닥에 앉아 얘기를 나누거나 우두커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을 보니 일주일 넘게 있은 이곳 찜질방 생활이 힘들어 하루 빨리 이곳에서 나갔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답답한 생활을 8일째 하고 있는 700여 명의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으로 인해 대부분 심리적 공황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 연평도 사태 후 주민들의 재산적 피해뿐 아닌 정신적 피해가 발견됨과 함께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인원이 함께 지내자 내부공기가 나빠져 건강상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인스파월드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연평도 사태가 있은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인스파월드가 연평도 주민들을 수용하겠다고 하자 이날 이곳으로 온 피란주민들은 100여명이었으나 이후 계속적으로 늘어 1,200-1,300여명이 지내다가 현재는 약 700여명이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 곽씨 “정부가 피란민에 무엇도 해준 것이 없다”

인스파월드는 4,628m2(1,400평)의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워낙 많은 피란주민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터라 개인 생활은 불가능한 상태다. 피란주민들의 생활상은 참담했다. 700여명이 빽빽이 모여 있어 두 다리 펴고 잔다는 것은 사치일 정도였다.

공간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밀폐된 공간 안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함께 지내다보니 홀 안은 무척 소란스러웠다. 피란주민들은 시끄러워서 잠도 잘 못자고 있는 상태다.

곽용선(남.53)씨는 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포격 도발 후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정부가 보여준 부실한 대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곽씨는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을 이곳 찜질방에 집단으로 모여 있도록 한 것은 잘못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24시간 시끄러워서 통 잠을 잘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계활동을 못해 돈을 못 벌고 있고, 옷만 챙겨서는 식구들을 데리고 나왔지 다른 것들은 모두 연평도에 놓고왔다”며 현재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연평도 사태 후 그동안 정부가 피란주민들에게 해준 것이 없다”며 “연평도 주민들은 섬에서 나올 때 자비를 들여 배를 타거나 어선을 타고 나왔다”며 연평도 주민들이 섬을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교통편과 관련해 정부가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부에 연평도 주민 이주문제, 아이들 교육문제와 관련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이주대책 빨리 세워라”

강명성씨(남.62)도 “사람들이 많고 소음이 심해 잠을 못자고 있다”며 “1-2달 이곳에 있을 순 없다”고 말하며 정부의 미흡한 조치에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강씨는 “연평도에서 불안해서 더 이상 살 수 없고 미련없다”고 말하며 정부로부터 피란주민들에 대한 신속한 이주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현재 컨디션이 안 좋고 자꾸 포격으로 인한 당시 피해 상황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해 연평도 사태로 인한 주민들의 후유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연평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말소리가 잘 안들리는 등 정신적·신체적 충격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상태다. 정순선(71)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음 때문에 머리가 멍해서 잘 못 알아듣고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이곳에서의 생활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 시끄러워서 잠 못자고 있다

웅진군 보건소의 한 보건의는 “이명을 심하게 호소하거나 난청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부쩍 늘어나 인하대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하며 현재 피란주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다 보니 호흡기 질환의 경우 하루 최고 160명 정도 진료를 받는다”며 “포격 당시 충격의 휴유증이 큰데다 생활도 불편해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판식(68)씨도 “많은 사람들이 한 곳 모여 있어서 시끄럽고 정신이 멍하다”며 “학생과 어린 아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경우 체력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걱정된다”며 정부의 신속한 이주 대책을 호소했다.

◆ 학업 못하고 있는 연평도 학생들

부모와 함께 연평도를 빠져나온 학생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연평도를 빠져나와 이곳 인스파월드에서 머물고 있는 학생들은 140여명이지만 현재 학업을 재개한 학생은 12명 정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체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고3 학생들과 이들 학부모들은 대입 시험을 걱정하고 있다. 연평고 3학년에 재학중인 이정석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들이 공부를 다 못하고 있어 아무 것도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말해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할 연평도 초·중학교 학생들은 찜질방 한켠에 마련된 PC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놀이방에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행안부 “관련 법 없다”며 아무런 조치없어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명피해와 함께 재산상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민들은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과 관련해 어떠한 것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연평도 주민을 포함한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송영길 인천시장은 옹진군청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에서 “연평도 주민이 ‘이재민’인지 ‘피난민’인지 그 개념 규정부터 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수 일이 지난 지금까지 행정안전부로부터 명쾌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인스파월드에서 8일째 생활하고 있는 연평도 피란주민들은 이곳을 대신해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관련 법이 없다”는 답변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종전이 아닌 전쟁이 중단된 상태로 남아 있지만 정부는 북측의 공격에 의해 남측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간 피해에 대해 아무런 관련 법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인천시는 행정안전부가 분명한 정부차원의 방침을 정하지 않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비상대책을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인천시, 개인당 일일 5만원씩 지급예정

한편 지난달 29일 윤관석 인천시 대변인은 연평도 피란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찜질방 대체시설과 관련해 “이 분들에게 모텔 등 다른 시설 등을 마련해드렸지만 대책논의와 정보수집 등을 이유로 그곳에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또 현재까지 연평도 주민들이 섬에서 빠져나와 대피해 머물고 있는 인스파월드측에 찜질방 사용비와 식대 등을 일괄 시비로 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옹진군도 주민 1명당 일일 5만원씩의 위로금을 지급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중학생 이상에게는 100만원, 중학생 이하한테는 50만원의 긴급지원금을 지난 29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학생들 학업문제와 관련해 “전체 대피 주민 가운데 자녀 140명 중 107명은 인천 서구 영어마을에서 5박6일짜리 영어캠프에 참여하고 있다"며 "12월 6일부터는 영종도 운남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윤 대변인 “후보주택들 물색 중”

연평도 피란주민들의 이주문제에 대해 윤 대변인은 “30여명으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와 함께 논의한 결과 이분들은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이주단지를 원하고 있다”며 “지역도 연평도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주민들의 입장에서 후보주택들을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주단지를 원하는 주민은 전체 155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인천시는 우선 연평도 주민 임시거주시설 대상으로 LH공사의 미분양아파트를 검토하고 있다. 김포 양곡지구 내 LH공사의 미분양아파트를 권했으나 주민들이 연평도와의 접근성, 인천이 아닌 타 지역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임시거주시설을 마련하는데 드는 예산이 최소 2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인천시는 내다보고 있다. 여기다 가재도구와 가전도구까지 더해지면 더 큰 예산이 필요한 것이 현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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