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결국에 벌어졌다. 북한이 느닷없이 연평도 한가운데로 해안포를 잇달아 발사해 해병대원 2명의 목숨을 빼앗고, 북이 쏜 포탄이 민간마을에 떨어져 주민 3명이 다쳤다.

우리 군이 즉각 K-9 자주포 80발을 대응사격하고 추가 도발을 멈추도록 경고했으나 북한군은 두 차례나 포사격을 했다. 민간인 거주지역에 무차별로 포탄을 퍼붓는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 협정 위반일 뿐 아니라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군은 전시상황임을 알리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전군 비상경계령을 내렸으며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정부는 긴급 수석비서관 및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었으며 전국 공무원에게는 비상대기령을 내렸고, 국회는 회의를 모두 중단했고, 각 정당들은 비상 회의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 근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전쟁의 공포는 한반도를 휘감았다.

당초 북한은 우리 군의 ‘호국훈련’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사건 당일 북한은 전통문을 통해 서해상에서 펼쳐지고 있는 남측의 포사격 훈련을 중단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훈련과정에 북측을 자극하는 일이 있었다 해도 통상적인 훈련에 대해 이렇게 무모하고도 위험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북한은 전쟁 직전의 위기를 조성한 행위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에 남북대화 재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남측에 쌀을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다. 얼마 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도 했고,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상봉 정례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북측의 희망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접촉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연평도 민가에 포격을 가한 북한은 모습을 이중적이라고 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한·미군사훈련에 반발해 보복성전을 여러 차례 외치면서 도발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엄포는 그동안 말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겼다. 비상한 각오와 자세로 한국과 미국은 더욱 공고한 안보동맹으로 대처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의도로 이렇게 전쟁을 방불케 하는 도발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과 같이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가를 과시함으로써 주변국의 관심을 끌고 협상국면을 조성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인지, 다른 배경이나 내부 사정이 있는지 짐작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 의도가 무엇이든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의 불길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북한을 지지해 줄 세력은 없다.

정부는 북한의 추후 도발을 경계하면서 국지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엄중하면서도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남북간 무력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안전장치가 풀린 한반도는 언제 어디서든 감당할 수 없는 비극과 불행을 불러올 수 있다. 진정 대화하고, 군사적 긴장 상태를 벗어나는 일의 소중함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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