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도개선으로 활로 열려…에스원 등 대기업 눈독

성장가도를 달리던 상조업계가 ‘초상집 분위기’를 이어지고 있다. 상조업계 상위 메이저 업체인 보람상조·한라상조·현대종합상조 대표가 줄줄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 여파로 인해 상조업계가 찬바람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이 적발한 상조업체 비리 내용을 보면, 고객의 선수금을 유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례 절차에 필요한 각종 수의용 도구의 납품 단가를 부풀리고, 선수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처럼 상조업체 가입 회원이 273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고질적인 상조업계 내부비리로 인해 시장이 자칫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제 대상으로 묶고 등록제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을 밀어붙이면서 새로운 활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에스원 등 자본력이 튼튼한 대기업들이 상조업 진출에 초읽기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은 곧 상조업계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은행권과 조합을 이루면 상조업계 메이저 위치마저 대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은행들의 경우 최근 들어 상조회사들을 선점, 신규고객을 늘리고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상조회사 전용 예금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상태다.

이에 본지는 대기업들의 상조업계 진출과 정부의 제도개선이 상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취재해 봤다.

상조업계, 횡령 등 고질적 비리로 몸살

공정거래위원회 2010년 9월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상조업체 수는 전국 337개이고 가입회원수는 273만명에 이른다. 고객 불입금은 1조 8500억원이다. 상조업은 미래의 관혼상제를 대비해 매달 일정금액을 내고 나중에 약정한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즉 상조산업은 큰 목돈을 필요로 하는 관혼상제를 치러야 하는 비용을 한달에 몇 만원씩 내면서 준비하기 때문에 서민층으로터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적발한 상조업계의 비리 때문에 상조업계 분위기가 급속도록 냉랭해졌다. 비리내용을 살펴보면 고객의 선수금을 유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수의용 도구의 납품 단가를 부풀려 선수금 일부를 빼돌려 회장의 개인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이용한 것이다.

보람상조의 최철홍 회장은 지난 8월 3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한라상조 박헌춘 대표도 회사 돈 2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9월 16일 구속 기소됐다. 이어 최근 업계 1위로 급부상한 현대종합상조까지 횡령혐의가 불거졌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남부지검은 회사 자금 약 131억원을 빼돌린 현대종합상조 박헌중 회장과 고석봉 대표이사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고객들로부터 받은 수백억원 규모의 선수금을 제멋대로 빼돌렸다. 273만 상조 가입자들 중 대다수가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이 사건들을 전형적인 민생침해 사범으로 보고 있다. 상조업계의 횡령이 잇따라 일어나자 검찰은 적극적 단속을 예고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 법률 개정안 적용 피해예방장치 강화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18일 ‘할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적용하면서 상조업계 현황 및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상조업체 명단을 발표했다. 장례나 혼례 등의 용역을 둘러싸고 자주 발생하는 상조가입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번 법령개정으로 기존 자유업이던 상조업이 등록제로 변경 운영되고, 선수금 보전제 및 사업자 정보공개절차 구체화 등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한 장치가 강화됐다.

개정법령에는 상조업 운영 자본금은 3억 원 이상, ‘상법’상 회사,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의 요건을 갖춰 주된 영업소 소재지 관할 시·도에 등록하도록 돼 있으며 상조업 관련 소비자의 선수금 보전을 위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의 내용 및 절차를 명시했다.

선수금 보전 의무금액은 업체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 합계액의 50%이다. 기존업체의 경우 오는 내년 3월 17일까지 계약자들로 부터 받은 선수금의 10%를 보전하고 이후 매년 10%씩 보전비율을 늘리도록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피해보상금 지급사유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부도·폐업, 등록취소 및 말소 외에도 파산선고나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에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 보호제도를 강화했다.

이처럼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상조업이 법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면서 상조업계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며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의 상조업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대기업 진출, 상조계 신뢰 높일 수 있나?

대기업이 상조시장에 진출하려던 초기에는 대기업이 기존 중소 상조회사를 죽인다는 비판이 많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 터진 여러 가지 비리 사건으로 인해 지금은 대기업 진출이 시장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반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개정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면 자본이 풍부하고 영업망이 잘 구축된 대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기업 역시 상조시장을 캐시카우(확실이 돈벌이가 되는 사업)로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삼성에스원과 농협 등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와 자본을 지닌 대기업과 연기금들의 상조업 진출 움직임이 속속 포착됐다.

현재까지 증권가나 재계에서 거론된 대기업으로는 삼성그룹 계열의 보안회사인 에스원과 대우조선해양이 꼽히고 있다. 에스원의 경우 상조업을 정관변경을 통해 신규사업에 추가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스원이 삼성그룹 임직원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삼성병원과 연계한다면 빠른 시일 안에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에스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조업계 진출하겠다는 것은 소문에 불과하다”며 “현재 진출할지 안할지 검토 중에 있는 입장”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역시 지난해 대기업 가운데 처음 시장 진출을 시도하려 했으나 사업을 추진하던 임원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업계의 반발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조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대기업의 상조시장 진출에 긍정적인면서도 동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계의 이미지가 나빠진 가운데 대기업의 진출은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기존 중소 상조업체들이 대기업에 시장을 뺏기는 사태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미 상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예다함 등 재력이 있는 연기금 업체와 보험업체와 일부 대기업 등이 상조업계를 빠르게 재편시키면서 판도변화와 함께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귀추가 추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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