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국회도 ‘발칵’ 혼돈 휩싸인 여의도

 △ 강기정, ‘김윤옥 여사 몸통’ 발언 파문에 MB “용납 안돼” 격노
△ 거세지는 ‘청와대 대포폰’의혹, 야권 MB친형 ‘이상득’까지 연결
△ 청목회 의혹 점입가경…총동원 전방위 입법 로비..여야 ‘안절부절’
△ 檢, 태광·C&·한화·세중나모·청목회 등 수사...정치인 50여명 거론

내년도 예산안 국회가 시작됐지만 예산심의는커녕 ‘청목회’ ‘청와대 대포폰’ ‘영부인 몸통발언’ 등으로 말 그대로 혼란에 휩싸여 있다. 단시간에 혼란이 바로 수그러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목회 사건이 터져나오던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폭탄발언은 국회를 발칵 뒤집었다. 여기에 ‘청와대 대포폰’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야의 대치는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당초 개헌과 4대강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는 보기좋게 빗나갔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모양새다.
당장 강 의원읜 ‘김윤옥 여사 몸통’ 발언은 청와대나 여당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입장. 이에 민주당은 ‘청와대 대포폰’에 대한 의혹 제기로 적극 대응하고 있는 등 정국은 꼬일대로 꼬여 얽힌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장 청와대는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으며, 한나라당도 ‘망나니 같은 발언’ ‘퇴출’ 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강 의원의 발언은 정치권을 들쑤시고 있다. 특히, 그간 여의도와는 거리를 둬왔던 이명박 대통령도 크게 화를 내면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면책특권을 이용해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성토하는 등 강기정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김윤옥 여사 논란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강기정,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연임의 몸통’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1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이 갑자기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더 큰 몸통을 감추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본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남상태 사장이 지난해 1월26일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김 여사를 만났다. 이어 남 사장의 처가 김 여사의 형부인 황태섭씨의 주선으로 2월초 김 여사를 다시 만나 연임 로비를 했으며, 이에 김 여사는 2월 10일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게 남 사장의 연임을 지시하고 정 수석은 이를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이런 로비 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수표 묶음의 거액의 사례금이 김 여사와 황씨에게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등 논란이 거세지자 강 의원은 일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가 대응 여부에 대해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히고 발언의 근거 여부에 대해선 "관련 의혹을 수사하면 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강 의원의 태도는 여권의 압박에 맞대응하는 것이 득이 될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여권에 공격의 빌미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인 것이다.
당 일각에는 강 의원이 침묵하는 게 강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의혹이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여권의 맹공으로부터 강 의원을 엄호하면서도 사실 관계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자칫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날 경우 강 의원 본인은 물론 당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민주당이 추가 의혹 제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회적으로 여권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제보 등을 토대로 여권의 비리와 관련된 10건 안팎의 의혹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한나라당, 강기정 발언 강력 부인
강 의원이 이 같이 김윤옥 여사를 대우조선해양 로비 사건의 몸통으로 김윤옥 여사를 지목하고 나서자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 의원의 발언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면서 “국회의원이 면책권이 있다고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이 이야기를 했으면 구속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사실 관계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며 “로비도 없었고 천신일 회장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것도 없고 김 여사가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만나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으며 정 전 수석도 민유성 산업은행장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진석 정무수석 강기정 의원이 주장한 지난해 1월 김 여사 동생인 김재정씨가 입원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남 사장의 부인이 김 여사를 만났다는 주장과 지난 2월 남사장 부인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 여사를 만났다는 주장, 당시 제2부속실장이 남 사장 부인과 김 여사가 만난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주장 등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면책특권의 뒤에 숨지 말고 이 내용 그대로 기자회견을 해서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라”면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 의원의 발언은 개인 차원의 발언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간다”며 “민주당 차원의 납득할 만한 사과와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역시 강기정 의원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희석하기 위해 대통령 부부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치졸한 수법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강 의원은 무슨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하는지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강기정 의원이 제기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강 의원에 대한 설이 많은데, 이를 회피하고 물타기를 하려고 했다면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에게 제기되고 있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관련 의혹을 강 의원이 무마하기 위해 김윤옥 여사 의혹을 근거도 없이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것. 그는 이어 “강 의원은 면책특권의 벽 뒤에 숨지 말고 국회 회의실이 아닌 곳에서 말하라”면서 “그렇게 하면 그에 응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명박 “무책임한 발언” 격노
한나라당 연일 원색적 비난
강기정 의원의 발언은 1일 정치권을 온통 뒤흔들어놨으며, 하루가 지난 2일에도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강기정 의원을 겨냥해 ‘망나니 같은 발언’ ‘시정잡배보다 못한 허위 날조’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하면서 비판을 퍼부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다음 선거에서 이런 국회의원을 반드시 퇴출시켜야만 민주시민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강기정 의원을) 민의의 전당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강기정 의원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훼방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강기정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이 같은 논란으로 인해 면책특권도 수술대 위에 올라간 모양새다. 현행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스스로 자율적인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도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치적 탄압으로 발언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보호를 받기 위해 부득이하게 국회에서 발언을 해야 했지만 민주화된 지금은 그런 식으로 하면 국민에게 큰 피해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면책 특권제도와 관련,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독일 헌법에서도 면책 특권을 인정하지만 비방적,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에서도 명백히 허위사실임을 알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면책특권은 부당한 권력과 힘에 저항하라고 만든 것이지, 허위 날조로 국가원수를 모독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부여당 과민반응”
“상당한 백업자료 갖고 있어”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전날 강 의원의 발언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표면상으론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발 뒤로 물러선 분위기다. 하지만 ‘청와대 대포폰’ 등의 문제를 전면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의 반응에 대해 “과민반응이고 강압적인 태도”라고 지적을 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김윤옥 여사 로비설’에 대해 "상당한 백업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자제하고 있다”고 말해 관련 증거물을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내용을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발언했고 제게 보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영부인 문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 하고 있다"면서도 "심사숙고는 자제의 의미도 있지만, 만약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비난한다면 (의혹 제기를) 계속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여러가지로 해석해 달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과거 이신범,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시절 이희호, 권양숙 여사를 겨냥해 폭로했던 사례를 나열하며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과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반박했다.
또한 민주당 대변인들의 논평에서도 대부분 청와대의 대포폰 동원 민간인 사찰 개입 문제만 지적을 하는 등 자당 소속 강기정 의원의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일 민주당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박 원내대표는 “영부인 문제는 이 정도로 끝내고 만약 필요하다면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며 “제 경험상 영부인 문제를 너무 많이 말하면 국민에게 꼭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5년간 대통령을 모셔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과 영부인도 억울할 수 있다고 강기정 의원을 설득했다”고 까지했다.
그러면서도 박 원내대표는 “(여권이) 영부인 문제로 ‘대포폰’을 덮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 국무총리실이 범죄집단이냐. 왜 자기들만 대포폰을 쓰느냐. 국민한테도 소총폰이든 권총폰이든 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겨냥, “(정치인) 사찰의 몸통은 형님 아닌가"라며 대포폰 사건과 사찰 파문에 대한 특검 및 국정조사 실시를 거듭 촉구했다.

◆남상태 “강기정 발언, 전혀 사실 아니다”
문제의 인물로 지목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은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남 사장은 2일 '연임로비 의혹 등 폭로성 주장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통해 "강 의원은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불법로비나 청탁설이 사실이라는 자신이 있다면 마땅히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국회 밖에서 근거를 제시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어제 국회에서 강기정 의원께서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저의 연임과 관련하여 금도에 어긋난 폭로를 하시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저의 입장을 명백히 밝힌다"며 "이러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인해 저와 노모와 아내는 물론 회사가 당한 피해에 대해 법적 방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제기한 연임 로비 정황에 대해서도 남 사장은 "(김윤옥 여사는) 서울대 병원은 물론 어린 시절 이후 어디에서도 만난 적이 없으며 제 아내가 청와대에 들어가 영부인에게 연임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제 아내는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청와대에 들어가 본 일 없으며 오히려 늘 구경해보고 싶다고 하던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남 사장은 "따라서 저나 아내가 영부인을 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청탁을 하고, 그에 따라 국가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 움직이고, 금품이 제공되었다는 것인지 강 의원은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또한 검찰의 임천공업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대우조선은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단 한 푼의 비자금도 조성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제 노모와 아내는 이러한 허무맹랑한 의혹제기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아 왔는데 어제 강 의원의 엄청난 폭로로 큰 충격을 받고 몸져누운 상황이며 저도 조선분야 전문기업인으로서 국내외에서 쌓았던 명예와 가족, 친지들의 신뢰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을 뿐 아니라 대우조선은 대외신인도 훼손과 3만여 임직원 사기 저하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가 큰 상황으로, 이는 외국선주들의 발주기피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직접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유성 "정동기 만났지만 남상태 사장 얘기는 전혀 없었다"
강 의원이 남 사장 연임 로비의 '고리'로 거론했던 민유성 산은지주회장도 이날 "정동기 전 수석을 한 두번 만난 적은 있지만 (만나서) 여러가지 다른 사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남상태 사장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없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반박했다.
민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서도 이름을 걸고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얘기했었고 당당하다"며 "더구나 그런 부탁은 민정수석이 할 사안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민 회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한 두번 만났다"고 시인하면서도, "만난 시점이 남 사장이 연임한 2009년 2월 20일 이전이냐"는 민주당 우제창 의원의 질문에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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