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를 통해 본 정치후원금 제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일명 청목회)의 국회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수사 범위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정치인을 너무 범죄인 취급한다”며 검찰을 비판했고 야당은 “10만원짜리 후원금 받는 것도 문제가 된다면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부 의원들은 “10만 원 이하의 정치후원금은 후원자의 실명만 공개되는데 이러한 소액의 정치후원금마저 로비 대가로 치부된다면 의정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로비 의혹으로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정치후원금제도의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데다가 검찰의 수사에 ‘수사권 남용’, ‘과잉 수사’등 여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청목회 사건과 비슷한 문석호 전 의원의 사건을 거론하며 수사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 전 의원은 2005년 에쓰오일 측의 로비를 받고 에쓰오일 직원 542명으로부터 556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여야 한목소리로 비판... 검찰 당혹


사건의 발단은 청목회가 지난해 청원경찰법 개정 당시 관련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태철)는 지난달 28일 해당 단체 회원들로부터 8억여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지급한 청목회 회장 최 모(56)씨와 양 모 사무총장 등을 구속수감했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관련 사안의 해당 범위가 모든 정치권을 포함하고 있어 여야 의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검찰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한 언론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공표하거나 특정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문제”라며 “의원의 입법활동까지 문제 삼아 범죄인 대하 듯 하면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국회에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청목회 사건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당한 입법활동이다”라고 강조한 뒤 “정치자금법에 의해 10만원짜리 후원금 받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하면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은 “차라리 후원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며 “소액 후원금까지 로비 의혹을 받는다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또 “도입할 당시 정경유착이나 소액 후원금으로 정치를 깨끗이 하자는 취지였는데, 소액후원금마저 대가성을 운운한다면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대가성 따져 기소 가능


검찰은 로비 명단을 확보하고 의혹을 받고 있는 33명의 국회의원 중 천 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0여 명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또 관련 의원들의 후원회 계좌를 분석하고 G20 회의가 끝난 15일 이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 의원들을 소환해 후원금을 건넨 이유와 정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후원회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과 관련해 의원들이 후원금의 입금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대가성을 따져 기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이 후원금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뇌물수수 혐의를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쪼개어 보낸 것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회사무처로부터 넘겨받은 방문 출입기록을 바탕으로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소속 위원들과 청목회 관계자들의 출입기록 등을 대조, 후원금 전달 시점을 확인, 조사 중에 있다.


도마 위에 오른 정치후원금 제도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청목회의 후원금은 그 제도와 정치자금법 위반여부 등으로 논란이 많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당 후원회, 기업 등 법인의 정치 후원금을 금지하고 국회의원 후원금도 모금 한도를 연 1억 5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개인 마다 1년에 최대 2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낼 수 있지만, 한 정치인에게는 500만원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또 국회의원에게 후원한 금액이 한 번에 30만원을 넘거나 연간 300만원 이상일 경우 고액 후원자로 분류돼 후원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 신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후원금이 1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계좌를 통한 고객명만이 확인 가능하나 올해부터 관련 규정이 바뀌어 의원이 요청할 경우 은행과 고객의 동의를 얻어 후원자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정치자금법은 해당 조항 32조로 ‘공무원이 담당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한도를 넘긴 후원금을 쪼개 받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 해왔고 대가성이 있을 경우 알선수재나 뇌물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공식 후원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일일이 누가, 왜 보냈는지 확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또 “공식 계좌로 들어온 돈, 소액의 정치 자금도 문제가 된다면 정치인 중에서 정치후원금으로 법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현행 후원금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현행 후원금 제도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은행계좌로 후원금을 받게 돼있다. 공식 후원계좌인 셈이다. 이에 공식 계좌로 들어오는 돈은 공개가 가능해 검찰이 이 부분까지 수사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금 쪼개기 문제와 더불어 의원들의 의도적인 (자금)출처 무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미국처럼 정치후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은 합법적으로 정치후원금을 내고 그 내역을 공개해 유권자들이 정치인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일정 금액 이상의 소액 기부자도 정보를 명확히 해 정부에 제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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