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집권 4년차... 남북관계 성과 없어

11월 11~12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후 남북 관계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언론은 “내년에는 남북 관계가 변화할 공산이 크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변화가 모색될 것”이라는 여권 핵심인사의 말을 전했다. 최근 청와대가 외교안보수석에 북핵전문가로 통하는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내정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의 밑바닥에는 현 정부가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남북관계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 는 선거가 없는 내년을 적기로 보고 G20 정상회의 이후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근래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에 대한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대기업과 정치권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사정 정국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국가기강을 확립하고 외부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흘러나오고 있다.


MB 집권 하반기... 정책 변화 왜?


확대 될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과 정치권의 수사에 청와대는 관련성을 부인하며 일정한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 사회’를 거듭 강조하며 “토착, 교육, 권력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집권 하반기의 주도권 확대를 위한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대정권에서 봐왔듯 권력 누수 현상은 대부분 내부측근들의 비리로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사전에 수사, 종결함으로써 레임덕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태 이후 강경 일변도를 유지해왔던 대북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1월 G20 정상회의 이후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이 점쳐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제외한 주변국들의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다가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0월 29∼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미.일.중.러 4강 외교장관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는 것도 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가 양자회담을 갖고 동북아 현안을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의 ‘책임있는 조치’를 강조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6자회담 분리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사태의 해결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외교안보수석에 외교부내에서 비주류로 통하는 북핵전문가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을 기용한 것도 유연한 접근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언론을 통해 외교부 당국자는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기용한데에는 북핵 외교와 함께 대중외교도 고려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집권 하반기를 대비한 레임덕의 차단과 국정 장악력의 확대,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차기 총선 대비 중도보수층의 결집 등을 의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측 유화 자세... MB 정책 변화 압박


북한은 이산가족상봉, 금강산관광재개, 6자 회담 재개 희망 발언 등 잇따른 유화 자세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9월 10일 이산가족 상봉을 우리 측에 먼저 제의해 왔고 실무접촉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0월 2일에는 “금강산관광재개와 관련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15일 개성에서 갖자”고 제의한데 이어 14일에 이 회담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돼있다”며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준비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회담 재개 준비가 돼있으나 상대측이 준비돼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서두르지 않고 인내성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1일에는 6ㆍ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위원회에 접촉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팩스를 통해 북측위원회는“적당한 시기에 접촉을 가질 것을 희망하면서 긍정적인 회답을 바란다”며 남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했다.

북한은 지난 8월부터 ▲대승호 선원 송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 ▲남북 적십자회담 등 잇단 유화 조치로 남북관계의 개선 의사를 타진해왔다. ‘5·24 천안함 후속조치’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남북 항공관제통신도 10월 18일 5개월여 만에 재가동시켰다.

김정은의 후계 체제 안정화를 위해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 경제난과 3대 세습이라는 체제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게 남측의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에서 오는 막대한 수익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의하며 성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상황의 급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북한의 이러한 대남 유화공세는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6자회담을 활용하려는 계산도 일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다시 핵카드를 꺼내며 6자 회담 전 고위급 접촉을 꾀하려는 것도 평화협정을 의제화하고 국제 사회의 제재 해제라는 실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민생경제를 활성화시켜 김정은 후계체제의 정착을 도모하고 김정은 업적쌓기와 맞물려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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