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구이기 등 대체 구이방식 ‘각광’”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회식자리 등에서의 메뉴는 단연 고기. 자연스레 고깃집에 들어서면 늘 자욱한 고기 연기 때문에 식당 내부 대부분은 안개 속에 있는 듯 뿌옇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이들은 고기 굽는 냄새쯤으로 여기며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구워먹는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지나치는 고기 연기가 개인의 건강과 환경 파괴의 주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화구이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는 즉 직화구이 방식으로 고기나 생선 등을 구울 때 나는 뿌연 연기가 인체에 들어올 경우 담배를 피우는 효과와 같다는 주장이었던 것. 이에 식약청, 서울시 등 관련기관에서는 직화구이 방식에 대한 주의를 지속적으로 당부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정과 식당 등에서 여전히 직화구이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이 같은 주의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본지는 직화구이 방식의 문제와 실태를 고발해보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직화구이’는 크게 가스구이, 숯불구이, 전기구이 등으로 그 형태가 나뉘는 구이 방식이다. 말 그대로 숯불이나 가스 등에 노출하여 음식을 굽기 때문에 낮은 불 온도에도 쉽게 연소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화구이를 사용할 경우, 조금만 불에 놔두어도 고기가 금세 까맣게 타며 뿌연 연기를 자아내기 쉽다. 문제는 탄 고기와 뿌연 고기 연기가 인체의 건강과 환경의 파괴에 대한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탄 게 맛있다? 잘못된 습관일 뿐”

▲ 직화구이 방식
약 2~3년 전부터 숯불 등에 직접 구운 ‘직화구이방식’에 대한 논란은 지속돼왔다. 이 ‘논란’은 주로 숯불에 구운 음식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 요지였지만 ‘논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즉 ‘직화구이 방식으로 구운 고기를 먹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거나 ‘직화구이 방식으로 구운 고기 맛이 맛있다’는 의견들이 쏟아진 것.

이에 대해 전문가 등은 “맛은 습관”이라고 단언했다. 사람들은 고기를 불에 직접 익혀먹는 것이 정석이라 여기기 때문에 ‘불에 탄 고기도 맛있다’며 개의치 않기 쉽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 등은 “음식 맛에 대한 호불호는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장 맛있는 음식은 자신에게 가장 습관화된 음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인체에 해롭거나 탄 맛이 나더라도, 수많은 세월동안 직화구이 방식으로 구운 음식에 입맛이 습관화돼왔기 때문에 익숙해하는 것일 뿐이다”며 ‘논란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켰다. 또한 그는 “유럽 사람이 한국의 그 어떤 진수성찬을 먹어도 맛있다는 것을 못 느끼거나 충청도 사람이 전라도 음식이 맛없다고 하는 경우도 비슷한 방식이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이는 국가나 도의 구분 때문이 아니라, 한 동네에서도 윗동네 음식점과 아랫동네 음식점의 맛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실례에서도 드러나듯이 음식에 대한 호감 정도는 ‘식습관’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이어 전문가는 “구이 방식은 그 원리에 따라 인화방식과 발열방식으로 나뉜다”고 전제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직화구이는 직접 가열하는 ‘인화방식’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인화 방식은 물질이 불에 직접 닿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연소할 수 있다”면서 “인화방식인 직화구이로 음식을 구우면 숯불 등의 불과 음식이 직접 닿기 때문에 그을음 등이 음식에 묻기 십상이다”고 전했다. 결국 숯불 등에서 나온 그을음이 묻은 탄 고기를 그동안 먹어온 꼴이라는 것이 전문가 주장의 요지다. 이어 그는 “불은 맛을 전달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숯불 맛은 잘못된 식습관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발열방식’은 물질이 열에 노출돼 연소하는 것으로 고기의 경우 최소 380℃ 이상의 고온에서만 발화가 가능한 방식이다. 즉 낮은 온도에서도 연소가 가능한 인화방식과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는 것. 전문가 등은 “인화방식 구이로 음식을 구우면 쉽게 타지만, 높은 온도를 요구하는 발열방식 구이로 음식을 구우면 타지 않고 불필요한 그을음이 묻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직화구이 먹으면’ 조기 폐경, 불임, 위암 등 ‘총체적 난국’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에 해로운 10대 음식 중 ‘숯불구이류 식품’을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숯불구이 방식으로) 불에 구운 닭다리 한 개가 담배 60개비를 피웠을 때와 같은 유해물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섭취할 경우 신장, 간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 등은 “직화구이로 고기를 구우면, 탄 고기에는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s)이, 연기에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류(PAHs)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또 “직화구이 방식을 이용하면 산소와 불이 음식을 연소시키면서 이산화탄소, 탄소, 코발트 등 유해 가스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하고 “이 때 뿜어져 나오는 유해가스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그걸 그대로 먹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직화구이 방식 중 숯불 등은 주로 폐자재 원료 등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독성물질에 대한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지난 해 미네소타 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석쇠로 구워 탄 고기를 지속적으로 많이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췌장암 발병 확률이 60%이상 더 높은 것으로 도출된 바 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탄 고기에서 도출된 HCAs 라는 발암물질을 원인으로 지적했다고 알려졌다.

직화구이가 암을 촉진한다는 의견에 대해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최보율 교수팀도 동조했다. 그들이 발표한 ‘식생활 비교 조사결과’에 따르면 숯불구이를 한 달에 1.5회 이상 먹는 사람이 전혀 먹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3배로 높아졌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연구결과 (불에 구운) 불고기나 생선구이를 늘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발생확률이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 2008년, 한 언론보도를 통해 연세대 의대 노성훈 외과 박사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으로 알려질만큼 유명한 위암은 ‘탄 음식에 대한 선호도’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숯불구이 등으로 고기를 구워먹곤 하는데, (인화방식이라 고기가 쉽게 잘 타므로) 탄 고기를 쉽게 섭취하면서 탄 부위에 포함된 발암물질을 그대로 섭취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직화구이 방식으로 구워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탄 고기’ 뿐만 아니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연기 속에는 PAHs, 미세 먼지, 중금속 등도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예일대 소속 Joseph Santos-Sacchi 가 수행한 연구와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연구소의 연구 등에서는 “직화구이 방식으로 구울 때 도출되는 PAHs는 난자 수를 감소시키고, 조기 폐경이나 불임 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Samuel Lunenfeld 연구소의 Jim Woodget 교수 또한 “임신 전 여성의 유방과 지방 조직에 PAHs가 축적되면 차후에 임신 기간 동안 혈액으로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Andrea Jurisicova 산부인과 교수는 PAHs에 노출된 여성은 난소가 감소 돼 생식을 제한시키고, 심장질환, 우울증, 조기 폐경 등의 악영향을 끼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직화구이 방식을 이용했을 때 인체에 흡수된 PAHs는 죽을 때까지 배출이 안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이 물질은 그물망 모양의 석쇠에서 구울 때 훨씬 많이 배출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2001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실험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그것에 따르면 그물망 모양의 석쇠에서 구울 때 검출되는 PAHs의 양이 솥뚜껑 모양의 불판에서 구울 때보다 최고 20배 이상 많았던 것. 이에 전문가 등은 “석쇠 구멍을 통해 굽는 고기의 기름이 떨어져 연기 발생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직화구이 고기’ 먹으니 북극 얼음이 녹는다?

직화구이 방식이 주는 문제점은 개인의 인체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었다. 자연환경 파괴의 주범으로도 지적되고 있었던 것. 이에 대해 전문가는 “직화구이 방식은 직접 불에 닿아 연소되는 것으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등을 많이 발생시킨다”고 전했다. 자살 방법 중 하나로 일컬을 만큼 숯이 불완전 연소하여 발생시키는 일산화탄소의 중독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에 일각에서는 “환풍기 없는 밀폐공간에서 숯불구이를 먹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행위”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 등은 “직화구이 시 발생하는 연기가 대기로 흩어져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가 제시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육류를 직화구이로 구웠을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미세먼지, 악취, 암모니아, 아세트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질 등 대기 오염 물질이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직화구이 음식점 1만 개소에서 숯, 가스를 이용해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연간 약 513톤으로 서울 시내 대기 중 미세먼지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이에 서울시 측은 “대부분의 직화구이 음식점에서 후드, 송풍기 등을 통해 환기만 실시하고 있어 악취 및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적정 방지시설의 설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불어 지난 2006년 한국대기환경학회에서 울산대 이병규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불고기를 굽기 전 식당 안 미세먼지 농도가 고기를 굽는 동안 8배나 증가했던 것으로 결론 났다. 또한 이 중 입자가 작아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종류의 미세먼지 농도는 약 4배 증가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외에도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또한 실내공기 환경기준인 0.1ppm에 대해, 요리 전에는 0.01ppm이었지만 고기를 굽는 동안 4ppm까지 올라가는 등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 등은 “직화구이 시 발생하는 유해가스는 결국 오존층을 파괴하고 나아가 온난화를 발생시킨다”며 직화구이의 환경 파괴에 대한 영향력을 주장했다. 그는 또 “오존층이 파괴되고 온난화가 발생하면서 그에 따르는 문제점들-희귀병 발생, 이상기후, 북극 얼음의 해빙 등-이 수없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못된 식습관이 개인의 건강을 망치고,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지구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직화구이 대신 스팀구이기로 ‘通’한다

수년째 직화구이 방식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자 서울시와 식약청 등 관련당국의 대안책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직화구이 음식점의 오염물질을 잡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쇠고기, 돼지, 오리, 치킨구이 등 주택가 직화구이 음식점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악취를 제거하여 서울의 대기질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화구이 음식점 배출가스 방지시설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구체적인 대안책을 제시해왔다. 식약청 측은 식품별 유해물질 프로파일 개발 작성을 통해 나타나는 유해우려물질 등에 대해서는 우선관리물질로 설정해 검사 및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시 기준 규격 미설정 물질에 대해서는 기준 규격 설정 등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식품별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는 식품산업계에 작성 배포해 공유함으로써 업계 스스로의 자율안전관리에 활용토록 하여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식약청은 불에 탄 고기에서 나오는 신종 유해물질 ‘벤조피렌’(PAHs의 일종)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책자 ‘벤조피렌에 대해 알아봅시다’를 발간 배포하면서 개인의 식생활 습관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일반적인 식습관을 통해 섭취하는 벤조피렌은 숯불구이 등에서 기인될 수 있으므로 불꽃이 직접 고기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식약청 관계자는 “조리방법과 조리정도에 따라 벤조피렌 섭취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식습관 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9월 식약청은 직화구이 시 발생되는 HCAs를 줄이기 위한 조리 방법도 안내했다. 그에 따르면 고기 생선 등을 구울 때 높은 온도를 피하며 조리시간을 최소화해야한다고. 아울러 직접 가열하는 직화구이보다는 간접 가열 방법인 끓이기, 찌기 등의 조리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 등은 “육류나 생선 등을 구울 때 직접 가열방식보다는 스팀구이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간접발열방식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업체 등에서는 가스나 숯을 사용하지 않고 발열방식을 이용한 구이기를 선보이며 ‘직화구이 방식’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구이기는 물을 끓여 스팀을 만들어내고, 또 그 스팀을 불판으로 이동시켜 압력을 가해 생성시킨 고열로 음식을 굽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특히 이중간접가열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음식이 쉽게 타지 않고 유해가스 등이 전혀 발생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직화구이의 단점을 보완했다”, “건강 생각하며 먹을 수 있는 웰빙 구이기”라고 호평하며 직화구이의 보완이 될 수 있는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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