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에 놓인 북한이탈여성

[시사포커스=조은위 기자]지난달 23일 미국 하원 인권위원회에서 탈북자 현황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 인권단체 ‘318 파트너즈’ 스티브 김 대표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간 수많은 여성들이 인신매매, 매춘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탈북여성인권연대 대표 강수진씨에 따르면 올해 100명의 탈북여성을 인터뷰한 결과 90%가 중국에서 인신매매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신매매경험이 있는 여성들 중 일부는 한국행을 택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내 탈북인 숫자가 2만여명 가까이 이르고 그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정확한 인권실태는 현재까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탈여성의 이 같은 인권침해가 여성 자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터민 가족 해체와 새터민 청소년들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터민의 문제를 정착과정에서 겪는 단순한 어려움으로 간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터민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지난 12일 전연숙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연구원을 만나 새터민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전연숙 연구원은 5년 동안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을 상대로 취업교육을 맡아 진로 상담을 했으며 대학에서는 탈북자 취업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다.)

▲ 전연숙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연구원
- 북한이탈자 중 여성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이탈자가 증가하게 되는데 그 당시 북한은 공업이 망해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정부는 여성의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이 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가정의 생계가 힘들어지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여자는 집에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양식이라도 구하고자 하다가 국경까지 넘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공동농장이라도 가서 출석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보다 여자가 탈북하기 쉽다.”
“또한 북한의 사회적 문제도 있지만 남자들 보다는 여성들이 많이 오는 이유는 여자들이 국적 없이 제3국이나 중국에서 은신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가령 그 나라 남자와 살 수도 있고 은둔하기에 더 수월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병인이나 가정부 같이 사람들이 꺼려하는 직업에 숨어들기 좋기 때문에 여자들이 탈북을 먼저 해서 순차적으로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탈북 하는 과정에서 북한이탈여성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여성이니까 정신적으로는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이다. 그리고 홀로 타향살이를 버텨야 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탈북을 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고 많이 배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국적자로 중국에서 홀로 버티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들은 원치 않아도 조선족 농촌총각과 동거관계(사실혼관계)에 놓이게 되기도 하고 인신매매에 노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동거관계에 있는 남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탈북여성에게는 중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과 북한에 두고 온 원 가족, 이렇게 두 개의 가족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북에 두고 온 아이를 탈북시켜 데려 오게 됐을 때 동거관계에 있는 남자가 딸을 범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만약 엄마가 알게 됐을 때 다른 조선족에게 자기 딸을 인신매매로 파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놀라운 이야기지만 이 탈북여성은 이길이 딸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딸도 이렇게 자기를 판 엄마를 원망하기 보다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겪은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일찍 출산이나 결혼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이 완전하게 결합하기까지 길게는 10년에서 15년이 걸린다. 그 동안 북한가족은 가족관계형성이 해체됐다가 일시적 결합을 하거나 다른 가족을 형성하거나 한국에서 원 가족과 다시 결합하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엄마가 북한을 먼저 떠나게 되면 아이들은 꽃제비가 되거나 브로커에 팔려가서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성폭행 당하는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겪게 된다. 성폭행이나 인신매매는 예고 없이 불시에 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탈북 여성에게는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탈북여성들은 국경을 떠날 때 그런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한다. 그들은 “이 길이 험할 것이다”,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탈북한사람들은 몰랐던 사실이지만 2000년도쯤에 탈북 하는 사람들은 한국까지 가는 과정에서 중국을 징검다리로 삼아 이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권침해를 예견하기 때문에 당하는 여성의 입장에선 더 강도가 셀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올 때 아니까 더 두려운 거와 같다. 탈북여성의 이러한 인권침해는 예상했던 경험들이라 일반적인 성폭행 경험보다 상처가 오래갈 수 있다.“

-어느 탈북여성은 제일 먼저 한국에 와서 가졌던 직업이 청소부였다고 했다. 이 여성 같은 경우 북한에서 배울 만큼 배운 여성임에도 남한에서 마땅한 직업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탈북자의 취업지원은 현재 어떤가?
▲ “북한이탈주민들의 직업능력이 북한사회에서 자기가 했던 직업을 한국에 와서 그대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에서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가졌더라도 한국에서 바로 그것과 같은 직업에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에서 겪었던 먹고 입는 것이 한국에 와서 해결됐으나 삶의 만족도는 더 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탈북자의 전체 중 80%가 노동자 농민 출신이고 고등교육만 받았다 하더라도 나머지 20% 중 7%가 대학 나온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무직이나 전문직을 가지지 못하면서 ‘나 한국에 괜히 왔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탈북자 2만 시대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이제는 탈북자들을 하나의 잣대로 볼 게 아니라 경력이나 학력별 등 유형별로 대처해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전체에 대한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의 북한에서의 경력을 계속 발휘 할 수 없다. 바로 투입될 수는 없더라도 각 분야별로 보수 교육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또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청소부나 간병인 같은 1차적인 서비스 직업을 금방 가진다. 퍼센트로 따지면 남성이 입국하는 경우는 적지만 남성들의 직업교육에 참여도는 여성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자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은 기업의 정규 급여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여성이 일자리를 빨리 가진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보다 적응을 빨리 한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중국 공안이 북한 이탈자를 제지하고 있다.
-한국 내로 탈북하는 탈북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 “국정원에서 2달 동안 탈북자인지 중국 사람인지 또는 간첩인지에 대한 진성 조사 후 하나원에 들어가 12주 동안 420시간에 걸쳐 재교육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탈북자들은 이 3개월도 길게 느낀다. 탈북과정에서 바로 남한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제3국이나 중국에서 오랜 시간 체류하면서 고난을 겪고 오기 때문에 남한에 오면 거의 진이 다 빠져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집단으로 2,300명씩 하나원에 모여 있는 상황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신들이 진짜 탈북자라고 판명됐으면 빨리 한국에서 일도 갖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나원에서는 심리적인 교육이나 민주시민으로서 알아야할 일, 정착금 등 행정적인 절차 등의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올해로 11년째인 하나원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워낙에 찬반논란이 있지만 그 동안 많은 노하우가 쌓이고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선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과정에서 새터민 가족의 70~80%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이들의 해체원인은 무엇인가.
▲ “가족이 북한에서부터 같이 떠나온 경우에는 해체가 잘 안된다. 그건 뭐냐면 탈북시기와 입국시기가 같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시차를 두고 여성이 먼저 탈북 해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 해체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어떻게 보면 이미 이때부터 가족의 해체는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일시적인 가족의 해체이지만 먼저 탈북한 여성이 인신매매부터 성폭행 등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난 뒤 가족을 탈북 시키게 되면 희생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대가 크다. 또한 그렇게 가족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이 해체될 위험은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치관이 바뀐 상태에서 서로에게 적응이 쉽게 안 되는 것이다. 아내가 생각하는 경우 남편이 안변하는 거고 남편은 아내가 너무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아이는 집에 있기 힘들어 해서 가출을 하거나 대안학교를 간다.”
“앞서 말했듯이 탈북 과정에서 새로 생긴 엄마의 다른 동거남으로 인해 해체와 결별이 반복되면서 당연히 심리적인 안정도 직업안정도 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따라서 북한이탈자의 가장 핵심은 가족정서가 안정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도 가족에 문제가 있다면 개인의 삶에 몰입하기 힘들다. 북한 이탈자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내 젊은 북한이탈여성이 성매매나 매춘 심지어 근친상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구체적으로 통계를 낸 적은 없지만 북한이탈 여성이 낮에는 일 안하고 밤에 수원 어디 다방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는 간간이 나왔다. 또한 탈북과정에서 엄마의 동거남과 남한에 왔는데 의붓아버지가 딸을 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근친상간 같은 경우는 아주 흔치 않다. 물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교육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국경지역인 함경북도가 그렇다. 이렇게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 시절부터 제3국을 떠도는 탈북과정을 겪은 젊은 여성은 몸만 컸지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의 20대다. 따라서 이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청소년들이 보인다.”

-탈북자를 다문화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금 통일부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다문화로 보기 보다는 민족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을 보며 다문화에 넣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다. 굳이 실체를 따지자면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민은 우리 국민을 생산하고 나라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기여도 측면에서 더 사회적으로 낮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 논쟁은 앞으로 계속 이어지겠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이주민으로 같이 분류하기에는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터민들은 남한사회에 대한 부족한 교육과 고민 상담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하나원 이외에 통일부에서 ‘하나센터’라는 지원센터를 올해로 전국에 지역단위로 30개를 개설한다. 하나원에서 수료하고 3주 동안 배우고 1년간 사후지원을 하게 된다. 작년에 6개 시범센터가 생겼고 올해 24개가 새로 생긴다. 북한이탈주민들도 포함된 전문상담사도 있어서 탈북자들의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에도 탈북자를 지원하는 부서들은 많이 있었지만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했는데 앞으로 이런 것을 하나센터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나센터는 지자체에서 민간단체를 추천하게 되면 통일부가 지원을 하게 되는 방식이다. 의무적으로는 아니지만 권장으로 각 지역에 있는 하나센터에 3주동안 다니면서 남한에서 생활하는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지역과 밀착할 수 잇도록 해준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내년에 정식으로 출범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어떤 형태로 갈지는 모르지만 지금계획은 하나센터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것을 시도해도 북한 이탈 주민이 얼마나 서비스로 느끼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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