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명과암

[시사포커스=조은위 기자]지금 대한민국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뉴스는 안티카페이다.
한국의 대표 힙합가수인 타블로의 안티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일명 ‘타진요’)는 타블로의 학력위조와 이중 국적 등에 의혹을 제기하며 타블로의 공신력 있는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타블로는 명예훼손등의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맞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를 통해 타블로가 자신의 모교인 스탠포드를 방문한 촬영분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타블로의 지도교수와 친구들의 인터뷰, 성적관리실에서 성적증명서를 뽑는 등 학교 곳곳에서 촬영한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러나 방송 직후에도 여전히 타블로에 대한 학력 논란 공방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날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되어 나온 ‘타진요’ 카페 회원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며 이제는 ‘타진요’에 대한 안티카페가 형성되고 있다. 안티카페에 대한 안티카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 '타진요' 카페 화면캡쳐
기존의 오프라인 시스템과는 다르게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일반 대중들도 게시판이나 카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게 됐다.

루머와 광적인 집착으로 변질되는‘안티카페’

지금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안티카페’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2000년부터이지만 최근 1년 사이 하나의 일상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안티카페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여론의 민주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개인의 사생활 침범 등 이른바 ‘마녀사냥’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유명 연예인에 대한 안티카페는 유명연예인이라면 안가지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타블로의 학력논란과 같이 도를 넘어선 집착에 가까운 안티카페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타블로의 안티카페 ‘타진요’는 작년 5월에 만들어져 8월 현재, 회원수가 1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약자인 ‘타진요’ 카페회원들은 그동안 타블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며 자료를 수집해 카페에 게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일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를 통해 보도된 타진요 카페는 자신들의 의견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게시한 글을 삭제하는 등 일방적인 의견 개진만을 해오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도 타진요 회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결론에 가서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상식’이라는 것이 과연 모두의 ‘상식’인지는 의문이다. 자신들과는 다른 의견을 차단하면서 일방적인 ‘상식’논리에 자신들의 주장을 끼워 맞추고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방식의 안티카페 운영이 과연 올바른 의견 개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타블로의 논란에 앞서 안티카페에 대한 문제점들은 그동안 많이 지적됐었다. 특히 연예인 안티카페는 단순한 좋고 싫음의 문제를 넘어서 진실을 왜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흔히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안티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에는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싸가지가 없다”, “개념이 없다”, “성형수술 잘 됐네”, “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인기 걸 그룹 멤버 중 A멤버의 안티카페에 올라온 댓글들이다.

이 안티카페에는 A멤버에게 화풀이 하는 공간도 따로 마련하고 ‘5글자로 욕하기’ 등 욕에 관련된 게시공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상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인기 연예인이나 그룹에 공개적으로 ‘안티’를 내건 카페의 존재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 ‘안티카페’라고 검색을 해도 인기 아이돌 그룹과 가수, 배우에 반감을 나타내는 안티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비방과 욕설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일부 안티카페는 다양한 이유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그 연예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모여 그의 생김새부터 옷차림, 행동, 억양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에 감정을 표출한다.

팬클럽에서 안티카페, 도 넘어선‘안티’

연예인에 대한 ‘안티카페’는 팬 클럽문화에서 출발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에서부터 팬클럽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의 팬클럽이 충돌하면서 상대 그룹에 대한 비방과 견제가 극렬해지면서 안티문화는 형성됐다.

그러면서 온라인의 활성화가 맞물려 ‘안티카페’는 급증하게 된다.
특히 가장 큰 안티 팬을 경험한 연예인이 있다면 가수 문희준일 것이다. H.O.T 해체 이후 문희준은 아이돌 댄스 가수에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로커로 음악적 변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전례 없는 안티 팬에게 몹시 시달렸다.

그 당시 안티 팬들의 문희준을 향한 조롱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지 인터넷을 통해 악플을 남기는 수준을 떠나 거리 곳곳에서 조롱하고 비웃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습관성탈골로 군대가 면제 됐다는 헛소문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등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희준의 병적이 공개되면서 문희준의 가장 큰 안티 사이트는 자진 폐쇄했다. 더 이상 해명할 필요 없이 문희준은 안티 팬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연예인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팬 모임이 과열되자 경쟁 관계에 있는 그룹이나 연예인을 비방하고 음해하는 데까지 나간 것으로 하나의 팬 카페가 동시에 다른 연예인의 안티카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타진요'는 타블로의 의혹과 관련한 해명 방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MBC가 교묘하게 편집했다”,“방송보고 확신이 들었다. 타진요가 맞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이날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 방송 편에서 타진요의 한 운영자는 타블로에 대해 “공부는 안하고 맨날 놀고,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 그러다가 한국에서 유명해지고...”라는 말을 했다.

이날 방송이 나가고 네티즌들은 “타진요 회원들은 아무 근거 없이 타블로가 스탠포드라는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거 자체가 배가 아파서 이런 짓을 하나”, “생사람을 잡아 뭘 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지”, “무슨 광신도 집단 같은 느낌”, “나라 망신이다”등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타블로 안티 팬들은 “타블로에게 유리한 편파 방송이며 학력 검증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구나 타진요 회원들이 타블로의 전 여자친구까지 추적해 학력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집착에 가까운 안티카페에 대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의 숙명과 같은 안티 팬의 ‘마녀사냥’은 자신을 미디어에 노출하고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가는 연예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돼버렸다.

안티는 분명 문화의 한 형태라고는 하지만 문화라는 이름이 무기가 되어 한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신적인 침해를 가하게 된다면 이것은 더 이상 문화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여론이다. 이렇게 인터넷상의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안티문화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고심해 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서울서초경찰서는 지난 8일 오전 중간 발표를 통해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으며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자 `왓비컴즈`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해 11월 의혹이 제기돼 1년간 이어진 타블로 학력 논란은 일단락 될 것을 보이지만 ‘안티카페’에 대한 논란은 이 사건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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