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천공업 대표 천신일에게 수십억원 전달 진술 확보

[시사포커스=정연우 기자]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정치권까지 개입돼 대우조선해양 고위직 임원 로비에 쓰였다는 의혹으로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는 400억원 안팎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임천
공업 대표 이모(54)씨를 15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12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대표 이모씨가 횡령한 회사자금의 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수십억 원을 현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이 부산·경남지역 정관계 인사 등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수사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임천공업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현 정권 실세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고위임원 로비에 쓰였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검찰은 아직까지 의혹을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지만 기소 후에는 “계속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수사에서 관련 의혹의 핵심이 밝혀지고, 수사 대상이 ‘몸통’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또 구속 기소된 이 대표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수십억원 상당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임천공업 대표 이씨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대우조선해양 기자재를 납품하거나 시설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회사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액 대부분이 비자금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이씨는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비자금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특히 이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조사해 왔다.

이와관련, 검찰은 비자금 일부가 현 정권 실세측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 정권 실세측이 보유한 임천공업 관련 주식을 정당하게 구입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해 앞으로 수사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임천공업 비자금 조성, 대우조선해양 임원 로비에?

이 때문에 검찰은 이 돈이 대우조선해양 고위 임원의 ‘연임 로비’에 쓰였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기소된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횡령액 대부분은 회사를 위해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씨가 2004∼2009년 임천공업을 비롯해 관계회사인 A사, B사 등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기자재를 납품하고 하청업체에서 부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600억여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관계회사 등으로 흘러간 돈 외에 현금으로 쓴 수십억 원의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은 정황을 파악했다.

현재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는 상태다. 이어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 안팍에서는 현재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유임 로비 의혹과는 별개로 이씨가 사업을 봐달라는 대가로 한나라당 쪽 인사들에게 돈을 건냈을 거라는 의혹이 서서히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가 이 씨의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에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권 로비수사로 확대될지는 수사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 비자금 횡령에서 로비수사로 확대 가능성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임천공업에 570억 원의 선급금을 건넸고, 현 정부 유력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자녀 3명이 임천공업 등 이 씨가 경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당시 천 회장 자녀들과 임천공업의 주식거래 과정이 정당했는지, 주식거래의 자금원이 어딘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 씨를 구속만기일인 15일까지 조사한 뒤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및 배임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회사 관계자들도 함께 기소할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2008년 상반기 천 회장 자녀들과 임천공업의 주식거래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밝히는 한편 같은 해 대우조선해양이 임천공업에 선급금 570억 원을 지급한 경위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2008년 이후 사업 청탁을 위해 수차례 천 회장에게 현금을 비롯해 40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고 한 진술에 대해 사실확인 및 불법성 판단을 위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9월30일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천 회장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천공업 주식 천신일 세주나모 회장에 헐값으로 넘어가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주식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일가에 헐값으로 넘어갔다는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즉 회사 내부에서 최대한 낮춰 잡아 계산한 가격보다 절반 이상 싸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천공업 계열사인 건화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건화기업은 2007년 말 기준으로 임천공업의 주식 25만 주를 소유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임천공업 주식의 장부가액은 36억 원. 1주당 1만 4천 원꼴이다. 건화기업이 액면가인 1만 원에 취득했지만 임천공업이 해마다 좋은 실적을 내면서 주식 가치가 1만 4천 원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주식 평가액은 회사 미래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최대한 낮춰 잡은 가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임천공업 이 모 대표는 재작년 5월에 회사 주식을 천신일 회장 세 자녀에게 주당 5천 원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장부가액보다 무려 절반 이상 싼 가격이었던 것.

더군다나 재작년 임천공업의 매출이 2배로 늘고, 순이익도 136억 원을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거래로 알려졌다.

결국 장부가액(2007년 말 1만 4천 원)을 기준으로 보면 천 회장의 세 자녀는 최소 10억여 원의 혜택을 본 셈이다.

검찰은 지난 9월14일 헐값 매각 의혹이 일자 근거도 없고, 수사의 본틀이 아니라며 주춤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가 과연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주식을 팔았는지, 만약 헐값이라면 왜 싸게 팔았는지,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미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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