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등록제로 영세PP 난립...자본금 늘려 경쟁력 있는 PP 가려내자

▲ 이효성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원장 ⓒ 시사포커스=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조은위 기자]갈수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케이블 방송.
국민의 ‘다양한 콘텐츠 욕구’를 해소시키겠다는 목적으로 1995년 도입됐던 케이블TV가 본래의 취지를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 케이블TV 서비스란 전국 77개 권역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전송망사업자(NO)의 광·동축 혼합망을 이용, 뉴스와 드라마 등 다수의 특화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유료방송이다.
그러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각종 규제와 저조한 수익 등으로 유료방송 경쟁력의 핵심인 프로그램제작사(PP) 콘텐츠가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케이블 채널인 엠넷의 한 프로그램에서 '4억 명품녀' 조작 방송 논란으로 2주 간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3월에는 케이블 ETN '백만장자의 쇼핑백' 프로그램은 '네이키드 스시(알몸 초밥)'를 재연해 보여 논란을 일으켜 방통심의위원으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케이블에서 막무가내로 쏟아진 선정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끈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이효성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원장을 만나 현재 케이블 방송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현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프로그램 저가 출혈경쟁이 심각하다.

▲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반 지상파 방송의 경우 드라마 하나를 만들 경우 어느 정도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투자가 이루진다. 또한 지상파방송에서 만드는 프로그램들은 공신력이 있어서 잘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비싼 광고수익도 올릴 수 있어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PP같은 경우 열악한 영세 PP들이 많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질 좋은 콘텐츠가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광고도 붙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자체 제작보다는 국내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이나 외국프로그램을 들여와 채널을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 TV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영세하기 때문에 자체제작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돈은 최대한 안들이고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콘텐츠 질은 저하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PP가 생존하기 위해서 택한 것이 바로 광고비가 저렴하고 광고시간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인포머셜(informercial)형식의 광고다.”
“아울러 PP는 SO에게 상대적으로 약자인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SO에게 협찬비 및 론칭비 등의 명목으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가 경쟁은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사실 원칙적으로는 SO가 PP에게 전송률의 20%를 주게 되어 있지만 그것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관행을 다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내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는 두 곳의 SO에 규제를 가한 적이 있다. 공정거래상 위배되지 않도록 규제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한다면 좀 더 나은 방송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PP등록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원인이라고도 주장하는데.

▲ “콘텐츠 질 저하라는 부분에서 PP 자체의 문제도 한몫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방송정책은 신규 플랫폼 도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위성방송, DMB, IPTV 등의 플랫폼 방송채널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채널에 어떤 콘텐츠를 담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질을 다양화 시킬 수 있는 방송육성 사업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PP에 대한 승인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면서 누구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PP등록제는 ‘영상’발전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PP가 남발되는 꼴이 됐다. 또한 PP들의 지나친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존의 SO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있던 PP들이 SO에게 로비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현재 자본금 5억이 있으면 PP로 등록되기 때문에 300여개가 넘는 영세 PP들이 콘텐츠 질 저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방송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자본금을 20억 내지 50억으로 올려서 경쟁력 있는 PP들을 키워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규제라고 생각해서 반대했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영상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규제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지만 방송이 갖는 특수성에서 보면 필요한 규제는 시행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케이블 채널인 엠넷에서 ‘4억 명품녀’ 방송과 관련, 조작논란이 야기됐다. 케이블 방송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상파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의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케이블 방송에 대한 심의는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케이블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완화 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방송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방송사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저작권침해를 하는 등의 방송은 엄격히 규제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은 엄연히 유료방송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고싶은 방송을 돈을 내고 보는 측면에서 심의를 지상파 방송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전에 내가 몸담고 있던 위원 시절에는 프로그램마다 심사위원들이 다르게 배정되어 있는 기존의 심사방식을 바꿔서 같은 위원들이 여러 방송들을 담당했었다. 그렇게 되면 같은 내용의 심의가 겹치지 않고 방송별로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방송을 심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 식으로 심의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종편이 편성되면 케이블 방송의 콘텐츠 질 저하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본래 종편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지상파 방송 견제를 위함이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외주제작을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실질적인 이익은 지상파방송사에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외주제작에서 고품격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40% 정도의 이익을 외주제작에 주게 되어 있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은 문제다. 또한 일부 지상파 방송의 계열사인 케이블 방송이나 일부 보도채널, 스포츠채널만이 경쟁력이 있을 뿐 나머지 영세 PP 같은 경우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러한 ‘외주제작산업 활성’을 위해서 종편을 도입하자고 했었던 건데 처음 의도했던 종편의 목적과 지금의 종편 방향과는 상이하게 달라져 버렸다. 지금의 종편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거대 재벌 신문사의 새로운 영업창구를 만들어 주는 격이다. 종편에는 콘텐츠 질에 대한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의 종편이 새로운 산업이라고 순수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콘텐츠 질을 빼놓고 영상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케이블 방송의 콘텐츠 향상을 위해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

▲ “우선 현재의 케이블방송의 수신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숫자가 많은 PP들이 가격 경쟁을 하면서 SO로부터 제대로 된 수신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용자 요금 또한 갈수록 낮아지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PP들의 재정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콘텐츠 질은 당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수신료는 6천원 정도로 다른 공공재적 서비스 요금과 비교했을 때도 현저히 싼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방송이 무료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어느 정도 깔려 있기 때문에 방송 유료화에 대한 부분을 민감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콘텐츠가 좋다면 시청자들은 돈을 주고라도 보는 것이 케이블 방송의 장점이다. 따라서 투자가 되어야 방송도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요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현재 상한가로 정해진 케이블 방송 이용요금 형식을 하한가로 바꿔야 한다. 얼마정도 이상을 받는 것으로 해야 수신료 경쟁으로 인한 이용요금이 낮아지지 않고 제 값의 질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가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자본금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PP들을 걸러내어 PP의 숫자를 줄이고 제작능력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 콘텐츠 질을 향상시켜 한국 방송영상산업이 발전할 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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