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적통성 명분-현대차 그룹은 미래성장동력으로

[시사포커스=정연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의 두고 본격적으로 경쟁관계에 돌입할 예정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27일 인수전 참여 선언후 곧바로 인수의향서를 제출, 인수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이에 오는 11월초로 예정된 본입찰에 대비한 준비가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본입찰에서는 인수의향서 제출과 달리, 인수전 참여 계열사와 자금 마련 방법 등 명확하고 세밀한 근거들이 명시돼야 하는만큼 치밀한 사전 준비가 곧 인수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수에 참여할 계열사 선정, 현대엠코, 현대상선 지분 처리 등 미리 정리해 놓아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그룹도 고민이 깊은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을 1조 5000억원대를 확보했지만 외부 지원 없이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4조 5000억원을 실탄을 갖고 참여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본지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인수전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각 그룹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무엇인지 그리고 갈등의 변수를 통해 누가 전통성을 내세워 현대건설을 품에 안을지 취재해 봤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대결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두 그룹의 입장은 시아주머니와 제수씨의 대결로 불릴만큼 첨예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적통성과 명분을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인수참여와 함께 미래성장동력 명분으로 대결구도를 조성하고 있어 누가 현대건설이라는 대어를 품을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9월 27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인수 참여 검토배경에 대해 그 동안 그룹 숙원사업이었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자동차사업도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미래성장을 위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 참여…시너지 효과 기대

우선,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전 등의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HEV) 및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에코 밸류 체인 완성이 가능하다. 친환경 사업은 현대차 그룹이 미래 성장사업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대건설의 사업영역도 세계 150여 국가에 공급하면서 8,000여 곳에 글로벌 생산 설비와 판매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글로벌 성장기반을 한층 더 확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 기존 현대차그룹 사업인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 연계가 가능하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안정적인 건설 자재 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대차그룹 사업영역과의 시너지 효과와 기존의 플랜트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역량 제고를 통해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수 후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도 적극 확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의 현행 조직과 인력에 대해서도 유지, 육성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지난 10년 동안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를 정상화시킨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건설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우수한 조직문화와 인재라고 판단하고 현대건설의 기술력을 발전시켜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수한 조직문화와 역량 있는 임직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엠코와의 합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현대건설은 종합엔지니어링 및 해외건설 등에 강점이 있고 현대엠코는 그룹 내 사옥 및 제조시설의 개보수 및 관리에 치중하여 차별화된 분야에 대해 개별 육성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매각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갈등 되나?

인수자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자금력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독자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전략적 투자자 또는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시 과도한 경영권 및 수익률 요구의 부담이 있으므로 현대건설의 인수에 그룹 내부 자금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TFT를 가동해 왔으며, 골드만삭스, 삼일PwC회계법인, HMC투자증권, 김&장을 재무, 회계, 법률 자문으로 활용해왔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인수전 참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는 현대차그룹이 지원을 외면하다가 현대건설이 정상화되자 이제 와서 현대그룹과 경쟁하여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유감의 이유였다.

현대그룹은 예정대로 10월 1일 이전에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 건설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인수 준비를 해온만큼 일정에 따라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경영권 방어을 위해서라도 인수가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자칫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의 갈등양상으로 비춰질까 걱정을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룹의 새로운 자금줄로 현대건설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양상이다.

자금 문제는 현대그룹의 아킬레스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는 이미지보다 되찾는다는 표현을 쓰면서 고 정주영 회장을 내세워 그룹의 적통성과 명분이 있다는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금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이 눈에 띈다. 현재 현대그룹의 보유 자금은 약 1조5000억원 수준. 현대건설 인수 가격으로 약 4조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은 2조5000억원 정도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그룹 측은 해외에서 자금을 공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재무개선약정을 둘러싸고 국내 채권단과 불협화음을 겪고 있는 상태. 최근 법원으로부터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도래 여신 회수 등을 중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내긴 했지만 국내 채권단 은행 각각으로부터 대출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4조원 정도의 인수 대금은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한 상태. 현대그룹의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며, 특히 전략적 투자자의 비중을 높여 차입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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