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포기하는 ‘탈북 청소년’ 늘고 있다

▲ 새터민청소년 공동체 ‘우리집’ 마석훈 대표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1990년대부터 목숨을 건 북한 주민들의 탈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끊이지 않는 북한의 대홍수와 가뭄으로 굶주림을 참지 못한 주민들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탈북이다. 최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의 숫자가 2만 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새터민들 가운데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새터민 청소년들도 4000명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교육과 인권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일 <시사신문>은 새터민 청소년 공동체인 ‘우리집’의 마석훈 대표를 만나 새터민 청소년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우리집’의 탄생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식량난으로 굶어죽는 북한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꽃제비’라는 별칭을 가진 북한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꽃제비는 북한의 부모를 잃은 가난한 아이들을 일컫는다.
‘우리집’의 마석훈 대표는 1998년 꽃제비 문제가 심각함을 전해 듣고 중국연변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꽃지모’라는 비밀쉼터를 2년간 운영하게 된다.
굶주림에 허덕이며 쉼터를 찾아온 아이들에게 마 대표는 달러나 쌀을 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하지만 중국공안의 감시가 심해지지자 더 이상 비밀쉼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그러면서 마 대표는 2001년 북한의 무연고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안산에 ‘다리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새터민 청소년 그룹 홈을 시작한다.
그리고 2008년 ‘우리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지금까지 활동 하게 됐다.
마 대표는 “저희처럼 집 같은 ‘그룹 홈’ 방식의 생활공동체는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에는 새터민 청소년만 다니는 대안학교가 대부분이다. 한겨레학교, 여명학교, 하늘 꿈 학교 등 이곳은 모두 북한아이들만 다니는 학교다.
마 대표는 “‘우리집’은 처음부터 남한의 일반 아이들과 직접 부딧히는 방식을 택했다”며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단점은 일반학교에 보내면 남한 아이들하고 바로 부딧히니까 열등감과 편견 속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 대표는 “그렇지만 어차피 남한에서 살기를 택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남한사회에 적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런 점에서 우리가 택하고 있는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 대표는 일반학교에 보내는 대신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섬세한 돌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남한사회에 새터민 청소년들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 대표는 “지금 탈북청소년 90%가 자기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숨긴다”며 “드러내봤자 도움이 안된다. 학교에서 (북한사람이라고)알려지면 쉬는 시간에 전교생이 몰려올 정도다”고 설명했다.
마 대표에 따르면 남한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찾아 와서 별로 궁금하지도 않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사람고기 먹어봤냐”, “너 왜 뿔안났냐”, “에버랜드 가봤냐”라는 식의 얼핏 들어서 알고 있던 질문들이다.

남한 아이들이 갖고 있던 각종
편견에 탈북 청소년 고립 심화

남한의 아이들이 갖고 있던 각종 편견을 새터민 청소년에게 쏟아 붓는다고 말했다.
마 대표는 “전교생이 쉬는 시간에 와서 두서없이 질문을 던지면 우리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힘들어 진다”며 “또 호들갑스런 호기심은 조금 지나면 편견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 대표는 “자신의 어디에서 태어나고 왔다는 것, 기본적인 정체성을 숨기게 되면 말도 숨겨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집’에 머물고 있는 탈북아이들은 남한학교에 다닐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와 함께 아이들이 (북한사람이라고)커밍아웃을 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도록 문화활동 시간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탈북이야기를 다룬 영화‘크로싱’을 보여준 후 자연스럽게 전교생 앞에서 커밍아웃을 한다. 또한 커밍아웃한 후 남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통해 남한아이들의 이해도를 높인다고 한다.
한편 새터민 청소년은 남한 학생들과의 학업수준차이로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마 대표는 “새터민 청소년은 학교에 가면 다 꼴찌다”며 “현재 새터민 중학생들은 저학년이 보는 학습지 교재로 공부를 한다”고 말하며 뒤떨어진 새터민 청소년의 교육을 걱정했다.
마 대표에 따르면 북한사회는 이미 교육의 붕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함경도 쪽에서온 새터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던 기억 없다고 한다. 심지어 선생님들 조차도 식량을 구하러 다닐 정도라고.
또한 마 대표는 “북한에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탈북 해 중국이나 제3세계로 도망 다니가 한국에 와서 바로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다”며 “나이는 20살인데 학교는 초등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다닐 수 있겠는가”라고 탈북청소년들의 교육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마 대표는 “더구나 탈북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닐 여유가 없는 상태다”며 “남한에 와서 입학을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하면 성적문제, 가정환경 문제, 문화충격 그리고 편견과 싸워야 하는 아이들이 바로 새터민 청소년들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 대표는 “역사적 지식도 남한과 북한이 전혀 다르다”고 말하며 “대표적으로 6,25같은 경우 북한아이들은 남한에서 이승만이 쳐들어 와서 장군님이 물리쳤다고 배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아이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상식들이 바뀌어 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마 대표는 “남한사회에 와서 경쟁할 수 있는 자유는 얻었지만 탈북아이들은 남한아이들과 출발부터 다르다”며 “그 거리를 좁히게 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집에 오는 아이들 절반 정도는 북한에서부터 고아였던 아이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남한으로 온 새터민 가족의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 또한 고아라고 한다.
마 대표는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자 가족의 부모 70%이상이 이혼을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끈끈한 가족애로 버티며 했던 가족들이 남한에 와서 적응을 못하고 해체되면서 고아가 된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마 대표에 따르면 이러한 가족붕괴는 탈북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난민사회의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난민들이 대체로 새로운 문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탈북자 구성원들 중에 성인남자의 적응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여자 같은 경우 남한에서는 파출부라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성인 남자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속도를 보면 어린아이들이 가장 빠르고 그 다음으로 여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자다.
마 대표는 “북한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상이 있다”며 “돈도 못 벌고 권위도 없어졌는데 그 버릇을 그대로 남한에도 하게 되니까 불화가 생기고 가족이 붕괴되어 버린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마 대표는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자 가족 중에 반 이상이 해체되면서 그 속에서 아이들은 방치되고 고아가 되어버린다”고 설명하며 “이런 아이들이 주변의 소개로 우리집을 찾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집’을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마 대표는 털어놨다.
마 대표는 “애들에게 그룹 홈이라는 성격이 애매하다. 집이지만 집이 아니고 가족이라 말하지만 진짜 가족은 아니다”며 “아이들은 정이 그립지만 부모처럼 챙겨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 대표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2년을 못넘긴다. 나 또한 탈북아이들을 돌보면서 2년 만에 해리진단 장애를 받을 정도였다”고 탈북아이들을 돌보는 데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마 대표는 “아이들이 아주 처참하게 겪은 경험을 매일 밤마다 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고통이 전의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 대표는 “그 때 ‘우리집’ 운영이 제일 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거의 폐인수준이 된 그런 자신을 또 받아 준 게 탈북청소년들이었다고 마 대표는 말했다.
 

마 대표 “탈북청소년 90%, 북한에서 왔다는 것 숨겨
학교서 북한사람이라고 알려지면 전교생 몰려올 정도”

▲ 우리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새터민 아이들의 모습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마 대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규율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같이 살다보면 규율이 필요하다. 특히 탈북아이들에게는 애정도 필요하지만 엄격하고 합리적인 권위를 받아들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라와 부모가 버린 아이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 되는 삶을 살아왔던 아이들이기에 권위적인 것을 받아들이게 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 대표는 “잘못한 일을 했을 때 벌을 세우기도 하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신발을 가지런히 놓거나 거짓말 하지 않고 인사 잘하는 등 이런 기본적인 규율을 철저히 지키게 하려고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마 대표에 따르면 안산에서 10년 있게 되면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직 교사가 아이들에게 무료과외를 해주는 경우도 있고 알게 모르게 쌀이나 김치 등을 갔다주고 있는 상황이다.
마 대표는 “우리집은 이렇게 작은 분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도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 대표는 한겨레 학교 같이 탈북청소년들만 모아 놓고 있는 시설에 대해서 우려했다. 정부가 한겨레학교처럼 대규모로 탈북아이들을 한군데 모아놓아서 직영할 것이라는 방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규모 직영은 서로간의 상처가 많은 아이들끼리 있었을 때 고통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 마 대표의 의견이다.
마 대표는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우리집 또한 그래서 아이들 정원을 15명 이상 늘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 대표는 아이들이 사고를 치더라도 작은 그룹 홈에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 대표는 “우리집에서도 칼부림을 한다거나 기물파손, 가출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며 “그래도 아이들이 사고를 치지만 공동체가 함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미안함 감정에 멈추게 되고 스스로 조심해야 겠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 대표는 “어떻게 보면 ‘우리집’ 같은 이런 공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운동이자 희망이다”고 주장했다.
마 대표에 의하면 요즘 북한에서 탈북하는 사람들의 애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일반적인 정서가 남한하고 통일을 안 하려고 하는 정서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 대표는 “북한사회에서는 남한으로 간 2만명의 탈북자들이 ‘남한의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신세’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 대표는 “‘우리집’이 이런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버렸던 아이들을 남한사회에서 반듯하게 키워놓은 학교가 있다’는 사례가 되어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희망의 근거를 만드는 작업들이 바로 ‘우리집’ 같은 그룹 홈이라는 것이다.
마 대표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부모들한테 버림을 받았지만 끊임없이 못 받았다는 이유로 영원히 조국원망하고 살꺼냐”고 “그 고리를 끊어보자”고 아이들을 달래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우리집을 거쳐서 어른으로 성장했으며 그 중에서는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마 대표는 “나는 아직 장가도 안갔는 데 주례는 많이 섰다”고 쑥쓰러워했다.
마 대표는 새터민 청소년의 인권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통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식뿐이라는 것.
마 대표는 “특히 탈북청소년에 대한 이해는 통일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어차피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같이 살 준비를 해야 하는데 탈북청소년들이 남한사회에서 적응하는 것은 미리 체험하는 통일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 대표는 “우리는 탈북청소년들이 가지는 이런 여러 가지 장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들의 고통을 보면서 어떠한 아픔도, 고통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남한은 북한사회가 갖고 있는 저렴한 노동력, 지하자원, 부동산, 관광산업등 돈이 되는 것에만 목을 맬 뿐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안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마 대표는 “앞으로 농촌과 도시에 우리집같은 생활공동체를 한 두 개 더 만들 계획이다”며 “제도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탈북청소년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새터민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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