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임용비리 척결’ 1000일 투쟁 풀스토리

▲ 국회앞에서 교원지위 회복 투쟁을 벌이고 있는 천막농성 현장

 지난 5월 광주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던 S 씨가 유서를 쓰고 자살했다.
유서에는 S 씨가 교수임용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요구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남 지역의 모 대학 전직 교수들이 채용 당시 실제로 학교 측에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교수임용 과정에서의 부정비리는 이미 상당수의 대학에서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학에서는 교수가 되기 위해서 케이크 상자에 돈을 담아서 학교 측에 전달하는데 상자의 크기에 따라 정교수냐, 조교수냐가 결정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시사신문>은 국회 앞에서 천일 넘게 강사의 교원지위회복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의 김동애 본부장과 ‘한국 비정규교수노조 고려대 분회’ 김영곤 분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8월23일 <시사신문>은 국회 앞에서 천일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아직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천막농성 현장은 오랫동안 힘겹게 투쟁해온 흔적이 역력했다.
2007년 9월7일부터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김영곤 본부장은 “이렇게 농성을 오래할 줄은 몰랐다”며 “천막농성이 막판에 와서 하는 것이기에 제일 힘든 건데 나는 한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영곤 분회장과 김동애 본부장은 천막농성 투쟁의 유일한 동지이기에 앞서 부부다. 두 사람 다 대학강사 출신이다. 김 분회장은 생계를 위해서 강의를 나가고 있고 김동애 본부장은 투쟁에만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천막농성 투쟁은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이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발의를 하면서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그 당시 여야 3당이 발의를 한 상태에서 곧 있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그 결의안을 촉구하고자 시작했던 농성이 벌써 1080일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천막농성 배경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교원에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만 포함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정규 교수라고 하면 시급으로 계산하는 시간강사를 포함해 외래교수, 겸임교수 등이 포함된다. 현재 시간강사를 지칭하는 이름은 18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 시간강사는 각 학교마다 지급하는 급여는 많게는 시간당 5만5000천 원에서 적게는 2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1949년 교육법에 따라 조교수 밑의 강사도 교원으로 인정하던 것을 1977년 박정희 정권이 개정하며 강사를 교원에서 제외시켰다. 이어 전두환 정권은 졸업정원제 실시와 함께 강사 3명을 교수 1명으로 인정하게 된다.
김 본부장은 “(박정희정권이)종신정권을 기도하면서 강사들이 학생들한테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자 그 영향을 차단시키려고 강사의 교원직을 법에서 빼버렸다”며 “그 이후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이윤 축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김 본부장은 “엄연히 시간강사가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교원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근로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본부장은 “법원에서는 이미 시간강사도 엄연히 가르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교육노동자라고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하고, “결국 이 말은 시간강사가 단순한 생산직 노동자가 아니라 교육노동자로써 교육법에 따른 교원지위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학 교수 임용에 대한 기준이 고등교육법에는 없는 상태다. 다만 법정 전임에 각 학교마다, 과마다 학생 몇 명에 교수 몇 명이 있어야 한다고 나와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강사 3명을 정규 교수 1명으로 쳐주는 법정전임 때문에 비정규 교수만 뽑는 이른바 ‘편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이 편법을 통해 대학들은 고액의 연봉을 줘야 하는 정규직 교수를 뽑지 않고 돈을 훨씬 적게 주는 시간강사만을 채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강사는 신분이 항상 불안하다. 심지어 다음 학기 강의가 없을 때는 구두로만 통보해 버린다”면서 “학과장이나 교수의 전화 한통화로 강사 자신의 생사여탈권이 결정된다”고 하소연 했다. 또 김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강사는 당연히 자기 검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항상 교수나 학교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어떤 강사도 자기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자기의 소신을 가지고 창의적이거나 자유분방한 강의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각에서는 대학이 말로만 대학개혁을 부르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어떤 기업체도 우리나라 대학교처럼 이렇게 이윤을 많이 남기는 곳은 없을 것이다”며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2007년 OO대학교 정규직 교수 평균 연봉이 1억4000만 원 정도였다. 그러나 비정규 교수는 정규직 교수의 연봉에 20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7백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 교수들은 연구실도 따로 없고 기타 복지시설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 김동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
어느 시간 강사의 자살

한편, 김 본부장은 지난 5월 유서를 쓰고 자살한 대학 강사 S 씨의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김 본부장은 “S 씨의 죽음은 교수 임용비리를 목숨 바쳐 고발한 사건이다”며 “하나는 만연한 대학의 논문대필 문제이고 또 하나는 그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해달라는 것이다”면서 S 씨가 자살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S 씨는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후 시간강사로 일해 왔다.
김 본부장의 말에 따르면 “S 씨의 지도교수인 A 교수가 10년 동안 본인은 논문하나 쓰지 않고 S 씨가 쓴 논문에 이름만 공동명의로 넣었다”며 “그 지도교수는 S 씨에게 ‘너는 실력이 있기 때문에 정 안되면 정규직 교수로 시켜 줄꺼야, 그것도 안되면 내가 정년퇴임할 때 내 자리를 너한테 넘겨 줄꺼야’라고 말하며 S 씨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유서에는 S 씨가 A 교수의 논문대필 뿐만 아니라 A 교수가 지도하던 석사와 박사들의 논문도 대필해 줬다고 나와 있다.
김 본부장은 “10년 넘게 교수말만 믿던 S 씨가 지도교수만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느끼고 XX대학과 □□대학에 교수임용을 알아봤다”며 “이 과정에서 XX대학은 6000만원을, □□대학은 1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현재 S 씨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윈원회는 교수노조, 민교협, 조선대학교 교수 협의회로 이뤄진 상태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은 꾸려진지 3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결과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교수노조위원장한테 조사결과를 애기하니까 조사 할거라고 하는데 내놓은 게 없다”고 조사위원회를 비판했다.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교수임용비리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 김 본부장은 “모든 문제의 출발은 교원지위를 회복시켜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번에 돌아가신 S 씨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고 시간강사의 교원지위회복을 주장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이번 사건을 가지고 공론화시켜서 A 교수 등 논문대필을 하게 만든 사람들을 처벌하고 교수직을 박탈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S 씨가 목숨을 바쳐 양심 선언한 이번 사건만큼은 교과부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3년이 넘도록 국회 앞에서 농성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더위도 추위도 아닌 강사들의 죽음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08년 2월 달에 ☆☆대 불문과 강사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죽었다. 그 당시 해당 학교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일축했다"고 설명하고, “이번 S 씨까지 죽었지만 강사들의 어려운 현실은 여전히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이번에도 S 씨의 죽음을 덮어 버릴려고 기득권 언론들이 갑자기 포커스를 천일 농성에 맞추고 있다”며 “그들의 죽음에 천일 농성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 것만이 죽음을 달래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11년째 교원지위회복 투쟁을 해오고 있는 김 본부장은 교원지위의 회복은 근본적으로 정규직 교수나 비정규 교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라는 것.
김 본부장은 “하다못해 냉장고나 세탁기를 살 때도 이것저것 따지고 잘못되면 난리를 치는데 교육은 잘못하면 어디 가서 바꿀 수도 없다”며 “40%이상이 비싼 등록금을 내는 사립대인데 교육을 잘못 받고 있어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하고 있다”고 비뚤어진 현실을 꼬집었다.
또 김 본부장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눈앞에 당근만을 쥐어줄 뿐 정작 옆의 당근밭을 볼 수 있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학은 학문의 깊이와 창의적인 학습장이 아닌 일류기업체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이런 교육현실은 우리사회에 미래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은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하며 대학교육개혁이 국민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교육행정의 수장을 국민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대학재단의 이사장이나 총장들이 자리만 옮기는 회전문 인사가 관행이었다”며 “국민의 80%가 대학을 보낸다면 교육감처럼 교육행정의 수장을 국민이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대학교마다 다른 교수 임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본부장은 “학교는 교수임용에 대해서 일부 공개를 하지만 사실은 거의 내정자가 결정된 상태다”며 “그래서 그 내정자가 되기 위해서 강사나 연구교수는 논문대필을 해야하고 돈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교수임용에 있어서 무엇보다 학연이 있어야 한다”며 “교수들은 자기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 뽑아준다”고 교수임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대학이나 교수가 강사를 소모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람과 인재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 2일 교수 공채심사에서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불구속 기소된 조선대학교 서모(61)교수가 징역 8월을 선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 교수는 2007년 1학기 전임교원 공채과정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당시 지원자였던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합격을 돕고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따라서 재판부는 공채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서씨에게 돈을 준 혐의(배임증재 등)로 기소된 같은 대학 정모(55)교수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을 공동 연구한 것처럼 꾸며 공채에 지원해 합격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심모(49)교수에게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서 교수는 이 대학에 특별채용 돼 37억원 규모 국책지원 사업을 유치한 동료 교수에 대해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로비스트로 채용된 사람”이라고 허위로 비방한 죄도 인정됐다.
아울러 서 교수는 자신의 비리를 투서했다며 또 다른 동료 교수를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등)로도 최근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취재/조은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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