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 대유행하나?

지난해 ‘신종플루’ 같은 허술한 대응책 답습 우려
일본 등 동남아 ‘슈퍼박테리아’ 확산 대책 시급해

[시사포커스=양민제 기자]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신종플루’에 이어 최근 ‘슈퍼박테리아’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그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균으로, 지난해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어 동남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 가까운 일본에서는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는 비단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본 사망자에게서 검출된 병원균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슈퍼박테리아가 이미 국내에서도 출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시사신문>은 슈퍼박테리아 등의 발생 원인과 실태, 대책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신종플루가 창궐했던 지난해 9월, 국내 한 병원에서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의사들의 가운과 넥타이 등에서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됐다는 것. 슈퍼박테리아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중환자실 등을 출입하는 의사에게서 검출됐다는 것 자체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흘러 현재,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의 위협은 잠잠해졌지만 슈퍼박테리아 확산에 따른 공포감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지난해 8월 신종플루에 의한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를 시작으로 신종플루 확산의 정점을 찍었던 같은 해 11월까지 4개월간 국내사망자만 148명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지난 8월1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 대유행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신종플루 대유행 종료 선언이 무색하게도 지난달 인도에서는 일주일간 942명이 신종플루 확진을 판정받았고, 그 중 83명이 사망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7일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국회보건복지위 소속)이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신종플루 발생 경과보고 및 백신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에만 71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수는 약 2만 명에 달하며 국내 사망자 수만 260여 명으로 보고됐다는 것.

신 의원은 “아직도 많은 국민이 신종플루로 인한 감염 증세를 호소하고 있고 재유행을 우려하고 있다”며 “일부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신종플루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동남아 여행객과 건강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재유행에 철저히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홍콩에서 열린 국제 인플루엔자 회의에서 바이러스와 관련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美 바이러스 학자인 로버트 웹스터 연구원은 인플루엔자에 대해 안심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웹스터에 따르면 올 겨울 유행할 전염병으로 조류인플루엔자를 지목했다. 물새로부터 돼지에게 옮겨지고 또 사람에게 옮기는 H5N1형 바이러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 2009년 최강석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연구원은 그의 저서 <바이러스의 습격>에서 “지금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고 앞으로도 출현할 것”이라면서 “그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이고 전염력이 강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항생제 천국
한국 위험 고조

이를 증명이라도 하 듯 최근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유럽에서는 15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근 일본에서도 9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도 180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주, 미국, 스웨덴 등지에서도 감염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중 최근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사망한 일본인들에게서 검출된 균은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MRAB)’이다. 이 균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게 된 것으로, 그 어떤 항생제로도 환자에 대한 치료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약제내성과 김화수 연구사는 <시사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진화된 균’”이라며 “일각에서는 이 균에 대해 과장되게 알고 있다. 흔히 ‘슈퍼박테리아’ 혹은 ‘슈퍼버그’ 등으로 통칭하다보니 치명적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면역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위험하지 않다”면서 “최근 알려진 일본에서 일어난 집단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망한 아홉 명에게서 슈퍼박테리아균이 나왔다는 것일 뿐 그 균이 주된 사인이라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 그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경우 주로 폐렴이나 패혈증, 고열 등을 동반한 합병증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이는 슈퍼박테리아가 주로 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화수 연구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한 사례가 집계되지 않았다.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할 경우 사인은 ‘세균성 폐렴’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많은 슈퍼박테리아가 이미 국내에서 검출된 바 있어 이로 인한 사망 사례가 여럿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 일각의 추정이다.

이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슈퍼박테리아의 확산과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앞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던 일본 환자들 중 한 명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감염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이 세계최고 수준이어서 슈퍼박테리아의 발병 가능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간주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의대 측은 “일본의 내성률이 3%인 것에 반해, 한국의 내성률은 지나친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51%를 넘는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 역시 마찬가지로 국내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동안 항생제 사용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적인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한 비율이 무려 51%에 달한 다는 것.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슈퍼박테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항생제 개발이 더딘 만큼 항생제의 오남용 수준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슈퍼박테리아 관리
대책 마련 시급

끝나지 않은 신종플루 유행에 이어 슈퍼 박테리아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감염으로 인한 위협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건당국과 정부 차원의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겨울 대유행했던 신종플루에 대한 정부 및 관련기관의 허술한 대응이 또 다시 반복될 경우 엄청난 재앙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신종플루에 대한 늑장대처로 인해 백신 등의 정확한 수요 예측이 빚 나가면서 발생한 피해액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해 정부는 신종플루 대유행에 급작스럽게 대응해 백신을 과잉 공급했다”면서 “현재 폐기된 신종플루 백신이 무려 286억 원 어치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 역시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폐기처분될 신종플루 백신은 700만 명 분으로 이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은 84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까운 백신이 폐기되고 있고 국가예산마저 낭비됐다. (미리 대처하여) 정확한 예측을 통한 대응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김화수 연구사는 “손씻기 등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한다”면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감시체계가 필수적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슈퍼박테리아는 병원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병원 자체를 관리해야한다”고 전제하고, “일회용품 사용과 수술 전후 세균감염 관리 등을 철저히 해야한다”며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6일 '슈퍼박테리아 관리대책'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2011년부터 일본에서 발생한 집단 사망 사례에서 검출된 MRAB 균을 포함해 총 6종류의 슈퍼박테리아에 대해 표본감시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9년 수립한 의료환경안전관리대책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항생제를 처방할 때에는 감염학을 세부 전공한 전문의사(내과, 소아청소년과)에게 매월 1회 협의진찰료를 인정하고 있고, 전국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올 9월 중 각종 지침(중환자실, 수술실, 투석실)을 보급하고 홍보물(포스터, 스크린세이버)을 공급하는 등 일선 의료기관에서 내성균(슈퍼 박테리아)의 출현 및 전파를 차단하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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